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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인과 한국인이 생각하는 '친구 관계'의 차이

블로그 메일로 오는 대부분은 유학 상담이지만,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일본인 친구' 에 대한 고민 편지이다. 보낸 사람마다 사연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처럼 생긴 일본 친구와의 관계가 잘 안된다는 것이 공통 분모이다.
고민을 보내 오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들을 때마다 뭔가 도움이 되는 포스팅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것을 정리하는 것이 힘들었고, 사실 바쁘기도 했다. 게다가 한 번의 포스팅으로 과연 끝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두려움, 귀차니즘도 있었기에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는 구실을 들어본다.
비로소 '한일 친구 이야기' 를 시작해 볼까 한다. 다만, 오늘은 한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일본인의 글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겠다.

사이 좋은 친구 끼리는 뭐든지 나누는 한국인 친구

<일본인이 생각하는 한국인 친구 1>

한국인하고 사이가 좋아지면 정말 친절하게 대해준다.

유학시절, 나하고 룸에이트였던 한국인은 식사를 따로 만들어 먹기로 했지만,
그 룸메이트가 밥먹을 때, 나를 부르거나, 과자를 사와서 같이 먹거나 했다.
"냉장고 안에 있는 거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먹어도 돼" 라는 말도 들었다.
 마치 내가 뭔가 받으면 기뻐하는 어린애 취급을 받는 것 같지만,
 한국인은 자신이 먹고 있을 때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내가 다니고 있던 어학교에는 일본인 3명하고 한국인 8명이 있었다.
점심은 각자 도시락을 가져 오거나 했는데,
일본인은 다른 사람의 도시락은 신경쓰지 않고 혼자서 자기 도시락을 먹지만,
한국인 끼리는 각자의 도시락을 언제나 나눠 먹었다.
같은 반 한국인 친구가 과자나 껌을 사오면, 다른 친구들에게 다 나눠주고,
 자신이 먹을 것도 거의 안 남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자신이 먹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친구들과 나누기 위해서 사왔다고 봐야 할 정도다. 또. 먹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일본에 와서 어색했던 것은, 직장이나 학교에서 묵묵히 자기 것만 혼자 먹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 정말 나혼자 먹어도 될까?' 라는 것이었다. 일본인들도 야유회를 갈 때면 각자 먹을 것을 싸와서 나눠 먹는 경우가 있지만, 그 이외에는 '자기 것은 자기가 먹는다' 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눈치 안 보고 각자 먹는 것, 더치 문화 좋은 점도 많다. ㅋㅋ)
또, 나눠 먹을 때도 일본인이 한국인과 다른 점은 물어보고 먹는다는 데 있다. 즉,'오늘은 모두 공유해서 먹는거야' 라고 알고 있는 경우에도 일본 친구는 재차 '이거 먹어도 돼?' 라고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일본 친구의 이 허락을 구하는 물음이 좀 불편했었다. 이유는, 내가 그렇게도 '너를 불편하게 했니?' 라는 마음에서 오는 섭섭함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보니 그건 그들의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식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동시에 나도 상대방에게 그런 배려를 받고 싶다는 신호이다.
한국인이 일본 친구를 대할 때 놓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일본인 친구가 자신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에 어색해하거나 섭섭해하면서도, 그 일본인 친구 또한 자신에게 허락을 구하기를 바란다는 점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일본인 친구에게 호의를 베푸는 경우에는 당연히 허락 따위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그 호의조차 상대방이 불편해할까 따져보고 살피는 것이 일본인의 방식이다. '내가 해줄게' 가 아니라 '내가 해주고 싶은데 괜찮아?' 라고 물어보는 것이 오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때로는 귀찮고 부담되는 한국 친구

<일본인이 생각하는 한국인 친구 2>

한국인 친구의 경우 조심해야 하는 것은 '자기 것만 사지 않는다',

'작은 것을 사더라도, 상대와 나눈다' 라는 것이다.
일본인 끼리는 목이 마르면 주스를 자기 것만 사서 마시고,
배가 고프면 뭔가 자기 것만 사서 먹는다.
물론 일본인 끼리도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나누기도 하지만,
한국인 끼리는 또는 한국인 친구 끼리는 그 행동이 믿을 수 없을 만큼에 이르른다.
단, 일본인은 '한국인 앞에서는 먹는 것도 다 나눠 먹지 않으면 안돼' 라고 생각해서
뭔가 먹는 것이 불편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인이 자신의 것을 친구와 나누기 때문에,
 친구의 것을 자신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 때문에, 마음대로 냉장고에 있는 것을 사용하거나, 방에 들어 오거나 한다.
이것은 일본인에게있어, 심한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된다.
일본인은 자기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한국인은 일본인을 차갑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같이 유학한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종종 싸우거나 오해하게 되는 것이 바로 사유과 공유의 문제이다.  일본인의 시각에서 '한국인은 제 마음대로 남의 것을 쓰는 예의 없는 놈 '이 되는 경우가 많고, 한국인의 시각에서 일본인은 '자기 것에다 일일이 이름쓰고 영역 표시까지 하는 치사한 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동상이몽이라고 한국인이 '우리는 친구니까 괜찮잖아' 라고 여길 때, 일본인은 '친구라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어'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 일본 친구 토모 짱은 대판 싸우고 나서 오해를 푼 것이 계기가 되어 절친이 된 한국인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 싸움의 계기는 한국 친구가 너무 제멋대로 자신의 삶을 쥐고 흔든다는 것이었다. 마음대로 영화표를 예매해서 손잡아 끌고 가려고 하거나, 어느 날 불쑥 하숙집에 찾아 와서 밥상 차리고 기다리거나....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는 것이 정말 왕짜증이더란다. 
전에 포스팅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일본인들의 경우는 사귀는 커플조차 전화를 하루에 한번 할까 말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주변인들만 봐도, 사귀는 사람과 모든 걸 공유하는 것은 부담이며, 결혼을 해도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고 결혼의 로망?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내 일본 친구들은 나와 쿤의 관계, 혹은 나와 내 한국 친구의 관계를 듣고 단번에 " 아..그런거 귀찮아, 피곤해.." 라고 반응한다.
하물며, 일개 외국인 친구가 자신의 삶에 침투해 들어온다면??     

일본인이 생각하는 '친구' 한국인이 생각하는 '친구'

<일본인이 생각하는 한국인 친구 3>

한국인 친구에게 '일본인 룸메이트랑
어떻게 하면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한국인의 말에 따르면,
'일본인 룸메이트는 집에 오면 바로 자기 방에 쏙 들어가 버리고 먹는 것도 따로 먹는다' 는 것.
나는 '그 룸메이는 너를 싫어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일본인 중에는 그런 스타일의 사람이 많을 뿐이니까 신경 안 써도 돼' 라고 대답해준다.
 내 친구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나'도 그랬다는 것 같다. ^^

 

상당히 사이좋은 한국인과 일본인 친구가 있었다.
그 한국인이 '자기 송별회에 그 일본 친구가 오지 않았다' 며 슬퍼한 적이 있다.
그 한국인은 일본인을 사이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일본인은 표면적인 친구로서만 사귀었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어떤 경우에도 자기 속내를 잘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있어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국인의 말로는 일본인은 바로 사이좋게 되기는 해도,
진짜 친구가 되는 것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이 포스팅에서 가장 큰 핵심이 될 것 같다. 일본 친구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메일을 보면서 쿤과 내가 동시에 느끼는 의문이 있다. " 이 사람(고민하는 한국인)은 일본인을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과연 저 일본인도 이 사람을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라는 것이다. 정많은 한국인은 마음에 드는 친구를 만나면 간이라도 빼줄 기세로 달려들고, 그 기세에 놀란 일본인은 부담감에 얼른 한 발을 뺀다. 정많은 한국인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친구하지 않지만, 일본인은 싫어도 대놓고 그 앞에서 싫은 티를 내지 않는다.
일본인이 생각하는 친구(友達)의 개념은 한국인 보다 넓다. 그 넓은 개념의 친구 가운데 그들은 진짜 친구(親友)를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인은 처음부터 쉽게 누구든 '친구' 라고 하지 않기에 '친구' 하면 '진짜 친구'지만, 일본인은 나이, 국적을 떠나 누구든 '친구'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것이 반드시 '진짜 친구'라는 보장은 없다.

 덧붙임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결국 인간이다. 이러 저러한 경향은 있어도 절대적일 수는 없다. 
그러니 내 포스팅을 참고만 하고 신봉하지도 말지어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토종 한국인이지만, 가끔은 일본인의 성향을 발견하고는 한다. ㅋㅋ  하물며 수많은 인간들을 다 어떻게 정리해서 정의내릴까 싶다.

또, 일본 친구라고 해서 모든 것을 일본식으로 맞출 필요는 없다. 한국식 친구 방식을 일본 친구에게 경험시켜라. 다만, 서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알려주자혹시 한국식 방식을 악용하는 일본 친구가 있다면, 그런 친구는 과감히 멀리 해도 좋다. 더 만나봐야 도움이 안된다. 내가 지금껏 좋은 일본 친구를 만나온 것은 인복이 많아서가 아니라, 아니다 싶으면 적당히 거리를 두었기 때문은 아니었나 싶다. 
 
조만간 일본 친구 시리즈 2편을 써 볼까 한다.
(공수표 하도 남발해서 수습도 안되고...이런 말은 자제하려고 하지만...진짜 쓰면 되는 거지 뭐..막, 이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