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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한국인 셀카 사진 보고 일본 친구가 겁먹은 이유는...

외국인 친구가 생기면서 작년에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하지만, 블로그에 매진하는 사이에 페이스북은 뒷전이 되어버렸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조차 블로그를 쓰고 있는 걸 모른다.)

얼마 전, 페이스 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일본인 친구가 심각하게 말을 걸어왔다.

다다다 짱, 페이스북에서 좀 무서운 사람이 친구 신청을 해왔는데, 아무리 봐도 모르는 사람이더라고..
추적을 해 보니 한국인이고 다다다 짱이랑 친구던데.... 누구야?


나의 페이스북에는 고작해야 몇 십명의 친구가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가 말하는 무서운 사람은 없었다.
설명을 해도 내가 못 알아 듣자, 친구는 휴대폰으로 그 무섭다는 사람을 찾아서 보여줬다.

그런데, 친구가 말하는 '무서운 사람'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깔깔대며 웃어버렸다. 이유는, 친구에게 공포감을 주었다는 그 사람은 사실 굉장히 자상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페이스북의 프로필에 걸린 셀카 사진의 이미지가 조금 딱딱했을 뿐이었다. 

어쩌면, 일본인 친구는 그 사진이 무서웠다기보다는 부담스러웠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많은 한국인들이 즐겨하는 '나 홀로 셀카' 장면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그러다 보니,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얼굴 그대로를 덩그러니 올리는 것을 어색해하는 경우도 많다. 내 일본 친구들의 경우, 자연 풍경이나 먹거리 등을 올리기는 해도 본인 셀카 사진이나, 사적인 연인, 가족 사진을 당당히(?) 올리는 친구는 10명중 1명 있을까 말까다.


일본의 인기 블로그 사이트 '아메바' http://ameblo.jp/
'피구'라는 전용 캐릭터다. 개인 사진보다는 블로그 캐릭터로 활동하는 일본인들..
    가끔은 과감하게 자신의 셀카 사진을 프로필에 크게 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들어가보면 한국인인 경우가 많다.

그러고보니, 일본 친구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셀카나 증명 사진처럼 얼굴이 크게 나온 사진을 당당하게 메인 화면에 올리는 것 같아.
(일본인이라면 못 올릴 사진을 한국인은 잘도 올린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긴, 한국인의 싸이월드와 일본인의 믹시(일본판 싸이월드 http://mixi.jp/ )를 비교해 봐도, 확연히 그 모습이 다르긴 하다. 싸이월드에는 온갖 포즈의 셀카 사진이 척척 걸려 있지만, 믹시에는 그런 사진이 걸려 있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믹시로 친구 신청을 해 온 일본 친구의 믹시 앨범에 들어가 보면, 셀카 사진은 커녕 개인 사진도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친구 신청은 왜 한 걸까?? 의문이 들었던 다다다..)

 

다다다 페이스북 친구 프로필 사진 모습
왼쪽은 한국인 친구, 오른쪽은 일본인 친구
좀 상반된 특징을 보이는 사진을 뽑아 보았다.
(위에서 말한 '무서운 사람'은 여기 없습니다.)


싸이월드나 믹시에 비해 개방형으로 되어 있는 페이스북에는 외국에 살거나 국제적 경험이 있는 일본인이 많아선지 셀카 사진이 제법 눈에 띤다. 그렇다고는 해도 멀리서 찍거나, 흐리게 찍거나, 측면이거나, 여럿이 찍거나 하는 경우가 많고, 자기 얼굴을 정면으로 찍어서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는 사진은 한국인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무서운 사람' 이야기를 꺼낸 저 일본인 친구만 해도 페이스북에 자기 휴대폰에 담긴 개인 사진을 멋모르고 올렸다가, 내가 댓글을 달자 화들짝 놀라며 다 지워버린 적이 있다. 페이스북이 미숙해 사용법을 제대로 몰랐고, 자기가 올린 사진을 남들 (다다다 = 사진도 보면 안되는 남 T.T ) 이 볼 지 몰랐다나...T.T  그런 친구이기에, 누군지도 모르는 낯선 외국인 남자의 얼굴 프로필 사진에 공포를 느낀 것은 그리 이상할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  

이러한 차이가 있다보니 친구들이 모여도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인 친구가 모이면 으례 사진부터 찍으며 분위기를 살리는 것과 달리, 일본인 친구들은 사진 찍는 것 자체를 어색해 하거나 찍을 생각조차 안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을 찍을 때도 한국인 친구들은 어떤 환경에서든 자기 스타일에 어울리는 자신 만의 포즈나 얼굴의 각도를 알고 있어, 멋진 사진을 위한 돌변을 과감히 시도하곤 한다. 이에 비해 일본인 친구들은 오늘은 머리 스타일이 어때서 안 되고, 비가 와서 안 되고...가지가지 핑계를 대기 일쑤고, 혼자 찍으라고 하면 부끄러워하거나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겁을 하기도 한다. 

한국인 일본인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더 재미있다. 부끄럼쟁이 다다다도, 사진 찍을 때면 가증스런 표정을 짓곤 해서 쿤이 '아..쏠려!' 라고 놀리곤 하니, 셀카나 포즈 종결자들은 두 말이 필요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들은 다 모델 수준~!) 그에 비해 일본 친구들은, "사진은 '치즈~~' 하면서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드는 것"이 전부라는 듯, 그 포즈와 표정이 소박하다 못해 푸근하기까지 하다.

이런 친구들과 어울려서일까? 일본 오고 나서 나의 사진이 부쩍 줄었다. T.T
(싸이, 페이스북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지만.....진심으로...사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