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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 친구가 본 나는 컴퓨터 중독자

다다다의 하루는 컴 없이는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컴으로 블로그를 체크하고, 저녁에는 포스팅을 하며, 컴을 끄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블로그를 쓰기 전에도 컴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 하는 생활에는 변함없었던 것 같다. 같은 한국인에게 나의 이런 생활을 이야기하면, " 그게 뭐? " 라고 할 것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컴으로 일과 취미를 겸하고, 하루 종일 컴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내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우리 집에는 컴이 한 대 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용하는 시간대가 늘~ 쿤이랑 겹쳤다. 쿤은 직장에서 외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에서 메일 체크를 하고 인터넷 기사를 읽곤 했다(블로그는 쓰지 않았음). 그 당시에는 나도 직장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컴을 사용하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했고, 급기야 다다다가 폭발하면서 컴을 장만하게 되었다. 
컴 하나를 두고 남편과 싸웠다는 이야기에 친정 엄마는 " 한국서 혼자 쓰다가, 일본에서 둘이 쓰려니 불편했을거야..." 라고 공감했지만, 일본 친구는 " 우리는 컴이 집에서 놀고 있는데... 거의 아무도 안 써..." 라며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 사람은 노트북, 데스크 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한 집에 컴퓨터 2~3대를 갖춘 경우는 많은 것 같다.(한국 친정집만 해도 세 대였다.)
 
그런데 일본은?? 집에 컴이 한 대도 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젊은 학생이 있는 집인데도...)
일본에 처음 왔을 때 내가 가장 놀랐던 것도 일본인들이 생각보다 너무 컴과 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몇 명의 일본인의 예를 들어보자.

한국어 배우는 Mi 씨.
한국어 자료를 보내려고 메일 주소를 묻자,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시에 집 컴이 고장나서 보내도 못받는 단다. 그런데 Mi 씨는 큰 의류 회사의 인사과에서 근무하는 회사원으로, 컴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집에 컴이 고장나서 답답하지 않느냐고 하니 휴대폰으로 인터넷(모바일) 할 수 있으니까 상관없단다.
(실제로 많은 일본인들이 모바일과는 친해도 컴으로 하는 인터넷 세계와는 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국어 배우는 Y 씨.
동물 병원 간호사로, 부모님과 남동생이 함께 사는 집에 컴이 없다. 그녀는 나와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하지만 그 역시 모바일 접속이다. 컴 필요 없냐고 물으니 필요성을 못 느낀단다. 다만, 아이폰은 사고 싶단다.

한국어 배우는 K 씨
손호영에 빠진 50대 여성으로 회사원이다. 집에도 컴이 있고 회사에서도 컴으로 일을 하고 있다. 메일도 몇 번 주고 받았기에, 한국어 듣기 자료를 보냈더니, 할 줄 모른다며 MP3를 통째로 맡기며 대신 넣어 달란다. 그러면서도 손호영 생일이며 콘서트는 귀신같이 알고 찾아다니니 신기할 정도다. ㅋㅋ 

한국어 배우는 O 씨
보육사다. 컴도 있고 메일도 되고, 보낸 자료를 MP3에 넣는 것도 잘한다. 그런데?? 메일 보냈는데도 답이 없길래 문자를 보내보니, 자기는 원래 평소에 컴 사용을 거의 안 한단다. 한 달에 한 번 할까 말까???     

한류에 흠뻑 빠진 30대의 Mo 씨는 자신이 한국에 못 가는 이유가, 일 때문에 비행기 표를 사러 여행사에 들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뒀다 뭐해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컴은 물론이고 모바일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한국에도 전혀 컴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이 있지만 가족 중 누군가는 사용할 줄 아는 경우가 많은데..이 집은 온 식구가 컴 사용 불가란다.) 

이러한 일본이다 보니, 정말 황당한 질문(너무 당연해서)을 받곤 한다. 참고로 아래 질문을 한 일본 친구는 일본에서는 잘 나가는 기업의 연구원이다. 컴이 능숙한 친구였기에 아래의 질문이 더 의외였다.

다다다 짱, 전에 남편하고 컴 한 대 가지고 싸웠다고 했잖아. 그리고 평소에도 주로 남편하고 각자 컴하며 시간 보낸다며...그렇게 컴으로 할 게 많아???  아니, 진짜 궁금한건데...도대체 컴으로 하루종일 뭐해?

어...우선 이메일를 체크하고, 한국어 교재도 만들고, 블로그도 쓰고, 다른 포스팅 보고, 신문 기사도 읽고, 쇼핑도 하고, 은행 일도 보고, 한국 티비도 보고……사실 이 중에 한 두개만 하면 하루가 끝나 버리지.

그럼 진짜 컴 없으면 못 살아?

그치. 단순히 컴 문제가 아니고 인터넷이 되어야 해. 가끔 인터넷 안되고 그러면 답답해지지.

그 정도면 중독 아닌가?

뭐? 에~~이, 이 정도면 표준인데 한국에서.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았다. 나 자신을 한번도 컴중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중독이면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중독일까 싶었다. 어찌되었든 겸사겸사 인터넷 중독 자가 검사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결과는?? 

 쿤(위)과 다다다(아래)의 인터넷 중독 자가 검사 결과. (http://www.iapc.or.kr/

휴우..우리는 정상이었다.

다만, 일본인의 시각으로 나(나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는 인터넷에 미친 인간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