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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 여자에게 인기 얻으려면 구별해야 하는 일본어?

일본어에는 1인칭 대명사 '나(저)' 의미하는 말이 참 많다.

남성어 '나' : 僕(ぼく보꾸)、俺(おれ오레)、私(わたし와타시、わたくし와타쿠시), わし(와시)..
여성어 '나' : わたし(와타시)、あたし(아타시)、うち(우치)..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할 지 몰라 난감해하는 표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싹 모아서 포스팅해보려고 해도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복잡 미묘하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은 그 중에서도 남자들이 사용하는 1인칭 대명사 '나' 僕(ぼく보꾸)、俺(おれ오레)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이 말만 잘 사용해도 일본 여자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시작됩니다.
 ㅋㅋ

(참, 오늘은 일어 이야기인지라..일어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가끔은 어쩔수 없이...)

두 단어의 이미지부터 살짝 정리해 보자.

'와타시','보꾸','오레'.
일본 남자에게는 3개의 1인칭 표현이 있다.
자신의 입장, 만나는 사람에 따라 복수의 '나'를 나눠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보꾸'는 참 어중간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오레'처럼 와일드하지도 않고 '와타시'처럼 품위가 있지도 않다
.
'오레'라고 칭하기에는 소심하고 '와타시'라고 칭하기에는 어린, 17살의 '보꾸'가 있다. 
 

          보꾸 :  점잖음, 단정함, 소심, 연약해 보임, 어린 아이 같음...
오레 : 자신감, 와일드함, 건방져 보임, 양아치 같음...

가까이에 있는 남자들의 쓰임새부터 살펴 보자.

우리 쿤을 보니 주로 '보꾸'(가끔은 わたし、自分도 사용)를 사용한다.
또, 주변에 있는 남자들(교수님, 20~30대 일본 남자들)을 봐도 역시 거의 '보꾸'를 사용한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오래파 110명, 보꾸파 72명으로 오레파가 조금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직업, 나이 등등 여러 요소가 배제되었으므로 객관적 판단이 어렵다. 
어찌되었든 위에 나온 표현은 평소에 많이 사용한다는 것일 뿐,
 언제 어디서나 사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래를 보시라.


평소에, 사적으로, 친구들끼리  --> '오레' ,'보꾸' (사적이라고는 해도 둘은 구별해야 써야함)
선배에게, (경어사용시)  -->  '보꾸' ,'지분'
경어사용시 , 일할 때   -->  '와타시', '보꾸' 
아무데다 다 끼는 '보꾸'는 참으로 애매하다.
그만큼 여러 상황에서 커버된다는 말일 수도 있다.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어떤 걸 사용하면 좋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어느 하나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다르게 사용할 때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자, 그럼 오늘의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몇달 전 대학원 수업이야기부터 하지 않을수가 없다. 
교수님께서 최근에 학부 여학생들(공부를 좀 하는 모범생들임)과 1인칭 대명사에 대해 수업하던 중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며 말씀을 꺼내셨다. 여학생들의 그 충격적인 이야기가 무엇인고 하니,

제 남자친구가 저에게 '보꾸'라고 하면 헤어질 거예요. '오레' 가 아니면 절대로 안돼요. 

여학생 전원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평소에 교수님은 '보꾸'를 주로 사용했던지라 충격을 받으셨단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우리에게 물으셨지만 우리 동기들은 거의 외국인이다보니 정확하게 대답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일본 여대생들이 연약한 남자보다는 와일드한 남자 친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동기 중 유일한 일본인인 아줌마가 한 마디 하신다.

우리 아들이 고등학생인데 저에게는 '보꾸' 라고 하고 친구들한테는 '오레'라고 하더군요.

흔히, 초딩 때까지는 '보꾸'라고 하더라도 중고등학교 가면 '오레'를 써야 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 말도 절대적일 수 없다. 왜냐하면 친구에게는 '오레'라고 해도 되지만 선배나 선생님에게 '오레'라고 하면 시건방지다는 이유로 혼쭐이 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교수님, 주변 친구들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일본 남자들이 평소에 자주 '보꾸'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성인이라고 해서 '보꾸'는 어린 아이같으니까 '오레'를 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저 고등학생이 엄마에게는 '보꾸'를 친구에게는 '오레'를 쓴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일본에서 1인칭 대명사를 적재적소에 맞게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의미한다.

어찌되었든, 나는 일본 여성들의 반응이 재미 있어서 주변인들을 상대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우선, 영문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일본인 P군(바른생활 모범생임)에게 물어보니 '보꾸'를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친구들도 거의 그렇단다. 내가, 교수님이 충격받았다는 여대생들의 '오레' 이야기를 해주니 교수님보다도 더 충격을 받는다. 본인이 대학을 졸업한 지, 겨우 1년 지났는데 그 사이에 여자들이 변한거냐고 도리어 나에게 묻는다. (난들 알겠니?? 나 외국인이야 ㅋㅋ)  

P군의 말대로 단순히 세대차이일까?

이번엔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30살의 아가씨 M양에게 물어 보았다.

제 남자친구가 '보꾸'라고 하면 정말 싫어요. 마마보이 초딩어 같은 느낌이랄까요? 
저도 '오레' 아니면 싫네요. 나이든 남자들이나 다른 남자들이 자기를 보꾸라고 하는 건 상관없지만 제 남자친구가 그러면 너무 싫을 것 같아요.

P군에게 한참 누나뻘 되는 M양의 말을 들으니 단순히 세대차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20~30대 다른 여자들에게도 물었는데 '오레파'가 많긴 해도 '보꾸파'도 간혹 있었다.)

더더욱 궁금증이 커져서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위의 내용을 참고해보면 같은 일본 여성이라도 '보꾸파'와 '오레파'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레'라고 자신을 칭하는 남자의 말에 가슴이 떨린다. 남자가 말로든 문자로든 '오레'를 사용했으면 좋겠다' 라는 말에서 '오레파' 가 확실히 남자다운 매력으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자들 마다 취향이 다르듯 '보꾸파' 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일본인 중에는 '오레오레사기('나예요. 나'라고 친근하게 아는 척 전화로 접근해서 돈 뜯는 사기.보이스피싱을 말함)' 때문에 '오레'라는 표현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취향이 다른 것은 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찌되었든 나의 소박한 조사에 따르면 젊은 여성일수록, 강하고 남자다운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일수록 '오레'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전반적으로 '오레'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와일드하지는 않아도 연약한 듯하면서도 조심스러움을 갖춘 '보쿠'를 좋아하는 여성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결국 그 여성의 취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할 것 같다.

오늘의 정답은, 일본 여자의 성향을 파악하라.
나의 그녀는 '오레파?' '보꾸파?'
 
..........(싱겁다구? 훔..조사한 결론이 그런걸...) 
일본인들조차 헷갈리거나 궁금해서 지식창에 묻는 것을 보면, 언어학 교수님조차 잘 모르거나 놀라시는 걸 보면
일본어의 '나' 라는 표현이 얼마나 다양한 상황에서 복잡 미묘하게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나의 '나'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