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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남의 집 방문하는 일본인이 한국인과 다른 점

우리집에는 언제나 일본인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어를 공부하러 오기도 하고, 우리의 초대를 받아 오기도 하고, 그냥 가볍게 놀러오기도 한다. 그러니까 매주 오는 이들도 있고, 일 년에 한 두 번 오는 이들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은 일본인들이 다녀갔지만 그들의 행동이나 매너는 누가 오든 참 한결같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오늘은 우리집에 오는 일본인들에게서 관찰되는 한국인과 다른 특징들 몇 가지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읽으시는 분들~! 어디까지나 한 명의 개인적인 체험에 불과하다는 점은 참고해주면 좋겠다.

 케이크와 쿠키는 이제 그만~! 과일은 왜 안 사오는 거니?
한국이나 일본이나 남의 집에 갈 때는 뭔가를 사가는 게 예의이다. 일본 친구들을 보니, 모임 종류에 따라서 각자 하나씩 맡아 가지고 와서 나눠 먹는 경우도 있지만, 그 외에는 알아서 뭔가를 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때 주로 사오는게 식사 후 후식으로 같이 먹을 수 있는 롤빵이나 케이크, 쿠키 종류가 많다. '오미야게(토산품)' 가 워낙 발달해 있는 일본이기에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유명한 먹거리를 사오는 것이다. (케이크나 쿠키를 참 사랑하는 민족이기도 하다. ) 
특이한 점은 한국처럼 과일을 사오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어 배우러 오는 학생이 수박, 참외, 포도, 귤 등을 가져온 적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부하러 올 때 '시골에서 받았으니까' 라는 이유로 맛보라고 가져온 것일 뿐이었다. 아마 이 학생조차 우리 집에 정식 초대되어 온다면 케이크나 쿠키 등을 사올 게 분명하다. 집에서 과일 농사를 짓는 친구가 아니고서는 과일을 들고 집을 방문하는 경우는 참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선 일본은 과일이 무지 비싸다. 가격에 비해 선물로서는 초라하고 볼품 없기 때문에 선물의 겉모습 조차 중시하는 일본인들에게는 부족해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같은 가격이라도 케이크나 쿠키는 예쁘게 포장되어 그럴듯한 모습을 하고 있고 간단히 준비해 개별적으로 먹기도 편하다는 점도 한 몫 할 것이다. 케이크나 쿠키보다는 과일을 좋아하는 나는 ' 뭐 사갈 것 없냐?' 고 묻는 일본 친구들에게 '비닐 봉지에 덜렁 담아와도 좋으니 제발 과일을 사오라'고 주문하고는 한다. 먹어도 속이 허하고 밋밋한 일본 요리에 비해, 먹고 나면 입안이 쏴해지고 포만감으로 배가 꽉 차는 한국 요리에는 케이크보다는 과일이 훨씬 어울리는 것 같다.   
 
 현관에서 자기 신발 정리는 필수
우리집에 매주 오는 일본인이든, 가끔 오는 일본인이든 100% 지키는 모습이 있으니, 그건 현관에서 신발을 벗은 뒤, 나갈 때 바로 신고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돌려놓는 것이다. 그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찌나 가지런한지 그 옆에 널부러져 있는 내 신발이 민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일본인들은 현관을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이미 놓여있는 다른 신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리를 잡아 정리하고 가끔은 내 널부러진 신발조차 바로잡아 주곤 한다. ㅋㅋ  


처음부터 엉덩이를 집쪽으로 향하고 신발을 벗는 일본인도 있는데
이것은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한다.

반드시 집쪽을 향해 들어가며 신발을 벗은 뒤, 몸을 옆으로 돌려 한 손으로
신발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보통은 세로로 두고, 자리가 모자르면 위 사진처럼 가로로 정리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나갈 수 있는 여유 공간도 확보해두면 좋다.

일본인의 이런 모습은 '현관' 이 지니고 있는 풍수지리학적 믿음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현관은 '기(氣)' 나 '복(福)'이 드나드는 입구를 의미한다고 한다. 신발은 밖에 있는 온갖 먼지를 품고 들어 오는데 그런 면에서 더러운 기가 모이고 막히는 곳 또한 현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맑은 기가 언제나 통해 복이 가정내로 원활하게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서 현관을 항상 청결히 한다. 일본인들은, 제 집이든 남의 집이든 들어가면서 신발을 정리하는 습관은 어릴 적부터 배워 몸에 배어 있다. (현관의 풍수지리학적 믿음은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해서 항상 청결하게 하고 신발을 가지런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진처럼 신발 방향을 현관쪽을 향해 돌리지는 않는 것 같다.)


 
 화장실은 물어보고 사용하고, 변기 뚜껑은 꼭 닫는다.
일본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나는 우리집에 온 일본인들이 '화장실 써도 되냐?'고 묻는 모습에 매우 놀란 적이 있다. '화장실이 어디냐?' 내지는 '화장실 좀 쓸게' 가 아니라 '화장실 써도 돼?' 라는 물음에 내가 뭔가 불편하게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남의 집에서 화장실을 쓸 때 물어보고 허락을 구하는 것이 기본 예의이다. 
또 하나 특이했던 점은, 일본인들은 화장실을 사용한 뒤 반드시 변기 뚜껑을 닫고 나온다는 점이다. 우리집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릴 적부터 집에서 거의 변기 뚜껑을 열어둔 채 사용해왔고, 가끔 닫혀 있으면 '혹시 변기 더러운 거 아냐?' 라는 의심이 들어 열어보기 겁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집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이 변기를 닫아두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왜 이러지? 혹시 뭔가 지저분하게 쓴 건가?' 라는 의심이 들어 조심스레 변기를 살짝 열어보고 나서 안심을 하곤 했었다.


비데가 붙어있는 변기. 변기 가장 위쪽 수도모양의 꼭지가 달린 곳은 미니 세면대이다.
일본의 보통 가정은 세면실, 욕실, 화장실(변기만 있음)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화장실 변기에 손씻는 세면대가 달려 있다.
 물을 내리면 세면대에서 자동으로 물이 나온다.
 화장실 안에는 변기와 휴지 그리고 한쪽에 손 닦는 수건이 준비되어 있다.
 가끔 잘 모르는 한국인들은 화장실에서 변기를 사용하고
화장실을 나와 다시 세면실로 가서 손을 씻곤 한다.
이제부터는 화장실 변기 위의 미니 세면대를 이용해보자.


일본에서는 '변기 뚜껑'이 '금전운 뚜껑'이라고 믿는 사람이 꽤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즉, 변기 뚜껑을 닫아두는 것이 집안의 금전운이 달아나지 않도록 막는 일종의 잠금장치라는 것이다. 내 일본 친구는 어릴 적에 변기 뚜껑 열어놓았다가 '금전운 나간다' 고 부모님께 혼난 뒤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변기 뚜껑을 닫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또, 일본의 가정에서는 거의 비데를 사용한다. 처음부터 변기와 비데가 붙어있는 것도 많다. (일본의 원룸을 일본 가정집이라고 우기지 말자. 그런 곳은 비데 없을 수도 있다. ) 그런 변기에는 온풍 기능이 있고 따뜻한 변기의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뚜껑을 닫는 것이 맞다는 말도 있다. 그 밖에도 청결 유지를 위해 닫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선지, 일부 일본인들은 '금전운' 걱정이 필요없는 학교, 공항, 백화점 같은 공공 화장실에서도 변기 뚜껑을 닫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나는 한국에서 공공장소의 뚜껑 닫힌 변기는 반드시 설X 와 같이 비위상하는 경우가 많았던 경험 때문인지 뚜껑 닫힌 변기는 아직도 좀 무섭다. ㅋㅋㅋ 일본에서 닫힌 변기를 접하고 너무 긴장하지 말지어다.
(실제로 변기 뚜껑은 물을 내릴 때부터 닫아 두는 것이 위생에 좋다고 한다. 용변이 내려가도 변기에는 늘 병균 증식이 되고 있다고 한다.  뚜껑이 열려 있으면 퍼져나가기 쉽다고...이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나도 변기 뚜껑을 닫기 시작했다. 참고 하시길)
  
그 밖에도, 일본인들은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정각 혹은 정각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다는 것.(관련 포스팅 클릭 [일본생활/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약속 시간의 매너란?) , 다른 방을 보겠다고 마음대로 돌아다니거나 봐도 되냐고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부엌에서 하는 일 '도와줄까' 묻기는 하지만, 주인이 싫어하는데도 무리해서 가서 도우려고 하는 것도 실례라고 여겨선지, '괜찮아' 라고 하면 정말 엉덩이 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