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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한국과 다른 일본의 '나이'와 '친구'의 상관 관계

 한국과 다른 일본의 나이 먹기

내가 일본에 와서 대만족하는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곳 일본에서는 내 나이가 한국 나이보다 2살이나 어리다는 데 있다. (아직 생일이 안 지났다. 유후~)

일본에 와서 사귄 일본 친구 유미 짱.
통성명을 하고 나이를 알게 되자, 어디서 배웠는지 바로 나를 언니라고 불렀던 친구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가 나보다 한 살이 많았다. 지금은 내가 그녀를 가끔씩 언니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에서 가족, 친척 이외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는 우리 나라에 비하면 드물다. 거의 서로 이름을 부른다.)  나이 먹는 방법이 다르니, 자기가 속한 나라식으로 나이를 말했다가 서로의 나이에 대해 오해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일본 친구들에게 우리나라 나이 먹는 법을 알려주는데 매우 흥미로워 한다.

한국에서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나이를 먹어.
나오자 마자 한 살 되고 새 해가 되면 떡국 먹고 또 한 살을 먹지.

12월 말에 태어난 아기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살 돼.

일본 친구들의 반응은 똑같다.

어머, 나이를 동시에 같이 먹는거야?? 그럼 온국민이 생일파티도 같이 해?? (바보 생일은 다르지)
그리고 그 아기 너무 불쌍하다. 빨리 나이 먹는 거잖아. 

(일본은 서양식! 엄마 뱃속에서 나오면 0살이 되고, 생일이 지날 때마다 한 살을 먹는다.)

나이로 서열을 매기고 그 서열이 일종의 권위가 되는 한국에서는 나이를 빨리 먹는다는 건 그렇게 단점만 되는 것 같지 않다. 작은 논쟁에서 상황이 불리해지면 "너 도대체 몇 살이야? 민증 까" 라며 나이부터 따지고 들어 그 상황을 모면하거나 역전하려는 모습은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의 '나이 따짐'은 생각보다 어릴 때부터 이루어진다.
작년에 친구네 집에 갔더니 갓난쟁이일 때 봤던 친구의 딸이 7살이 되어 있었다.

어머, 벌써 7살이나 되었네. 아직 생일 안 지났으면 일본 나이로는 5살인데..


야~ 그런 말 하지마. 요즘 애들 얼마나 나이 따지는데...만나자 마자 언니냐 동생이냐부터 정하는 걸..
5살이라 그러면 울지도 몰라.

어린 아이들의 세계조차 이러하니, 나이를 묻지도 않고 물어서도 안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 나라는 싫어도 나이를 밝히면서 인간 관계를 시작해야하는 것이다. 그 인간 관계란 친구가 되느냐, 언니나 동생이 되느냐로, 그 기로를 나이가 정하는 것이다.

 '나이 따짐'이 만드는 한국 만의 독특한 개념 '친구'

나이로 서열부터 정하는 한국에서는 '친구' 라는 개념의 범위가 참 좁은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 "내 친구가~"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동갑내기이거나 동기일 확률이 높다. 나이가 들고 점차 접하는 세상이 넓어지면서 친구의 범위도 넓어진다. 하지만 젊은층 일수록, 한국이라는 사회에 국한될수록 더욱 폐쇄적인 면이 있다. 

나만 해도 "내 일본 친구가~~" 라고 하면 친구의 나이가 제각각이지만, "내 한국 친구가~" 라고 하면 동갑내기 친구이거나 동기들이다. 나이가 다른 사람들을 지칭할 때는 " 아는 언니가~" , " 아는 사람이~", " 아는 선배가~" ...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나라도 나이를 초월한 친구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 " 내 친구 누구인데,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친구 먹기로 했어." 라는 식으로 나이는 꼭 밝히는 경우가 많고, 나이를 무시한 '친구 먹기'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얽혀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내가 아는 어떤 언니는 나와 돈독한 관계가 되고 싶어서 '친구'로 반말 트며 지내자고 했지만, 그녀의 죽마고우가 나의 대학 선배인 것을 안 뒤로는 '안되겠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좁은 친구 개념에 일본인들은 한국에 와서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20대 후반(한국 나이는 30) 오쿠무라 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다다다 샘, 명동에서 친구랑 택시를 탔거든요. 
택시 기사가 우리를 보고 무슨 관계냐고 묻길래 친구라고 했더니..
"아니지~ 둘이 무슨 친구야...어쩌구 저쩌구~~~" 하는 거예요. 
40대이긴 하지만 제 친구 맞거든요.

오쿠무라 씨는 동경에 사는 40대 아줌마를 친구로 자연스레 소개했다가 택시 기사에게 부정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그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친구'라는 말을 한다.
때로는 나이를 묻지 않은 채로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친구라고 해서 반드시 반말을 쓰지도 않는다.)
그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처음 만났을 때, 상대방의 이름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친구' 관계에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서열이나 호칭의 따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성이나 이름에 상이나 짱을 붙이지 않고 이름만 부르는 경우는 더 특별한 사이여야 한다.)

나이를 먹는 방법이나,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친구가 되는 일본의 모습은 서양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가족 친지 간의 호칭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