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1일.
딱 2년 전 어제 나는 일본으로 건너왔다.
22일인 오늘은 일본 생활 3년 째에 들어선 첫 날인 셈이다.
그래서일까..기분도 좀 이상하고..작년 그리고 재작년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나
사진과 일기들을 뒤적거리게 된다.
재작년 일했던 고등학교의 추억이 담긴 여러 사진들에 눈이 자꾸 간다.
아이들의 한국어 작문이나 시험지를 찍어놓은 사진을 오랜만에 보니 너무 재미있다.
당시 내가 가르치던 [한국어]라는 과목은, 그 특성상 문법이나 어휘를 중심으로
시험 문제를 출제했다. 나의 경우 마지막 문제는 꼭 짧은 글짓기나 작문으로 대신 하곤 했었다.
한번은 변진섭의 [희망사항]이라는 노래 가사를 보고 형식을 이용하여
자신의 [희망사항]을 써 보라는 문제를 낸 적이 있다.
답안지는 모두 아이들에게 돌려주었지만, 답안을 채점하던 중, 아이들의 표현이 인상적이어서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두었던 것이 남아 있어 몇 개 올려본다.
<1>
누구의 답안인지는 모르겠다. (이 저질 기억..흑..)
나 또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조사와의 싸움이 녀석의 답안에서도 보인다.
그래서 의미는 애매모호하지만...귀엽다.
특히, 매일 웃을 시간이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든다.
평생 인간이 살면서 웃는 시간은 겨우 20일에서 많아야 90일 정도라는데..
돈도 들지 않는 웃음에 인색한 우리들...
나는 얼마나 웃고 있는가 생각해 보며 채점했던 기억이 난다.
<2>
한국의 피가 전혀 흐르지 않는 전형적인 일본 아이의 답안이다.
재미있는 사람, 자상한 사람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인기 캡인 것 같다.
기가 높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ㅋㅋㅋ (사실은 키가 큰 사람)
얼굴이 작은 남자. (한국 남자들은 왜 그렇게 얼굴이 크냐고 묻는 여고생들.. 나도 몰러ㅋㅋ)
손이 예쁜 남자?...
'한국에서는 손이 예쁜 남자는 여자를 고생시킨다는 말도 있는데'라고 했더니
그럼 취소~! 라며 웃던 아이.
다다다 선생님 같은 여자가 좋다며 아부하는 모습도 밉지 않다.
<3>
완벽한 한국어..초등학교까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아이라서 역시 다르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과 그녀의 행동, 사고는 영락없는 일본 여고생이었다.
그녀를 볼 때마다 '이 곳 일본에서 아이를 낳아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건가?'
라는 고민에 빠지곤 했었다.
그녀의 답안을 포함하여 여러 답안에서 자주 목격되는 것이 있었는데
운동을 잘 하는 남자 , 근육이 있는 남자
라는 표현이다.
평소에도 대화를 나누다보면 일본 여고생들(일본 여자들도)이
얼마나 몸짱을 좋아하는지 느끼곤 했다.
그런 일본 여자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본 남자 연예인들에게선 몸짱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네들의 마음이 한류를 타고 한국으로 넘어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번은 한 아이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 한국 남자들은 어깨도 떡 벌어지고 멋있는 것 같아요.
다다다 샘, 샘 남편도 그래요? 운동 잘해요? "
..........흑........
사실 우리 쿤은 시청 이외에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반 아이들은
'어떻게 그런 사람하고 결혼을 할 수 있느냐'며
나를 불쌍하게 쳐다봤고
그 자리에 있지도 않는 쿤에게 나는 미안해했다.
그 뒤로 우리 쿤은 별로인 한국 남자로 낙인찍혀 버렸다. (T..T)
<4>
내가 베스트로 뽑았던 답안은 이것.
가끔은 바보가 되는 남자라는 표현에 꽂혀서
채점하던 답안지를 모아 찍을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완벽주의자가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완벽주의자에게서 연약함과 어설픔과 같은 빈 틈이 보인다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흔히 쓰는 '완벽주의자가 좋다' 라는 표현은
다소 부족한 표현은 아닐까?
오히려 '가끔은 바보가 되는 사람' 이어야 하는 건 아닐까?
물론 이것은 내 맘대로 해석일 뿐이고..어떤 해석이 되든 간에
겨우 고 2 나이에 불과한 그녀의 표현력에서 보이지 않는 그 깊이가 느껴지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졸업했을 그녀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올려놓은 여고생들의 답안을 보며 뭔가 느낀 것이 있는지 묻고 싶다.
나에게 묻는다면?
순수함
나는 당시에 그렇게 느꼈었다.
일본 아이들과 재일 교포로 구성된 반 아이들의 이상형에는 '돈'이라든가 '직업' 이라든가..
세속적인 냄새가 별로 풍기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넘어온 아이들로 구성된 반(일본어는 거의 못한다)에서도 비슷한 작문을 한 적이 있다.
일본 온 지 3개월정도 되는 1학년 여고생의 답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 남편은 재벌 2세이다.
돈이 무지무지 많다.
그는 아침에 BMW를 타고 출근을 한다.
나는 가정부에게 아침을 차리라고 말한 후,
내 전용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하고,
나는 오늘도 명품을 사러 백화점에 간다.
아이들은 기사를 시켜 학교에 보내고..
.............등등등.....
이렇게도 다를 수 있나 싶었다.
고 2 와 고1의 차이였을까?
내가 담당하던 반 아이들만의 차이였을까?
한국과 일본의 차이였을까?
무작정 어떤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온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에서조차 '된장녀'의 기질이 보였다.
(단지, 한국어 능력의 차이로 벌어진 , 다소 장난끼가 포함되어 진지하지 못했던 그 순간에 대한 내 오해였기를 바란다.)
가끔은 생각한다.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일본이든 한국이든..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금껏,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절대로 뒤는 돌아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오늘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움이라는 것이 나를 붙잡는다.
여고생 들의 이상형처럼 나는 다시 꿈을 꾸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
다다다의 3년 째 일본 생활은 또 어떻게 펼쳐질까?
딱 2년 전 어제 나는 일본으로 건너왔다.
22일인 오늘은 일본 생활 3년 째에 들어선 첫 날인 셈이다.
그래서일까..기분도 좀 이상하고..작년 그리고 재작년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나
사진과 일기들을 뒤적거리게 된다.
재작년 일했던 고등학교의 추억이 담긴 여러 사진들에 눈이 자꾸 간다.
아이들의 한국어 작문이나 시험지를 찍어놓은 사진을 오랜만에 보니 너무 재미있다.
당시 내가 가르치던 [한국어]라는 과목은, 그 특성상 문법이나 어휘를 중심으로
시험 문제를 출제했다. 나의 경우 마지막 문제는 꼭 짧은 글짓기나 작문으로 대신 하곤 했었다.
한번은 변진섭의 [희망사항]이라는 노래 가사를 보고 형식을 이용하여
자신의 [희망사항]을 써 보라는 문제를 낸 적이 있다.
답안지는 모두 아이들에게 돌려주었지만, 답안을 채점하던 중, 아이들의 표현이 인상적이어서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두었던 것이 남아 있어 몇 개 올려본다.
<1>
누구의 답안인지는 모르겠다. (이 저질 기억..흑..)
나 또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조사와의 싸움이 녀석의 답안에서도 보인다.
그래서 의미는 애매모호하지만...귀엽다.
특히, 매일 웃을 시간이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든다.
평생 인간이 살면서 웃는 시간은 겨우 20일에서 많아야 90일 정도라는데..
돈도 들지 않는 웃음에 인색한 우리들...
나는 얼마나 웃고 있는가 생각해 보며 채점했던 기억이 난다.
<2>
한국의 피가 전혀 흐르지 않는 전형적인 일본 아이의 답안이다.
재미있는 사람, 자상한 사람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인기 캡인 것 같다.
기가 높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ㅋㅋㅋ (사실은 키가 큰 사람)
얼굴이 작은 남자. (한국 남자들은 왜 그렇게 얼굴이 크냐고 묻는 여고생들.. 나도 몰러ㅋㅋ)
손이 예쁜 남자?...
'한국에서는 손이 예쁜 남자는 여자를 고생시킨다는 말도 있는데'라고 했더니
그럼 취소~! 라며 웃던 아이.
다다다 선생님 같은 여자가 좋다며 아부하는 모습도 밉지 않다.
<3>
완벽한 한국어..초등학교까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아이라서 역시 다르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과 그녀의 행동, 사고는 영락없는 일본 여고생이었다.
그녀를 볼 때마다 '이 곳 일본에서 아이를 낳아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건가?'
라는 고민에 빠지곤 했었다.
그녀의 답안을 포함하여 여러 답안에서 자주 목격되는 것이 있었는데
운동을 잘 하는 남자 , 근육이 있는 남자
라는 표현이다.
평소에도 대화를 나누다보면 일본 여고생들(일본 여자들도)이
얼마나 몸짱을 좋아하는지 느끼곤 했다.
그런 일본 여자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본 남자 연예인들에게선 몸짱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네들의 마음이 한류를 타고 한국으로 넘어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번은 한 아이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 한국 남자들은 어깨도 떡 벌어지고 멋있는 것 같아요.
다다다 샘, 샘 남편도 그래요? 운동 잘해요? "
..........흑........
사실 우리 쿤은 시청 이외에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반 아이들은
'어떻게 그런 사람하고 결혼을 할 수 있느냐'며
나를 불쌍하게 쳐다봤고
그 자리에 있지도 않는 쿤에게 나는 미안해했다.
그 뒤로 우리 쿤은 별로인 한국 남자로 낙인찍혀 버렸다. (T..T)
<4>
내가 베스트로 뽑았던 답안은 이것.
가끔은 바보가 되는 남자라는 표현에 꽂혀서
채점하던 답안지를 모아 찍을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완벽주의자가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완벽주의자에게서 연약함과 어설픔과 같은 빈 틈이 보인다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흔히 쓰는 '완벽주의자가 좋다' 라는 표현은
다소 부족한 표현은 아닐까?
오히려 '가끔은 바보가 되는 사람' 이어야 하는 건 아닐까?
물론 이것은 내 맘대로 해석일 뿐이고..어떤 해석이 되든 간에
겨우 고 2 나이에 불과한 그녀의 표현력에서 보이지 않는 그 깊이가 느껴지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졸업했을 그녀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올려놓은 여고생들의 답안을 보며 뭔가 느낀 것이 있는지 묻고 싶다.
나에게 묻는다면?
순수함
나는 당시에 그렇게 느꼈었다.
일본 아이들과 재일 교포로 구성된 반 아이들의 이상형에는 '돈'이라든가 '직업' 이라든가..
세속적인 냄새가 별로 풍기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넘어온 아이들로 구성된 반(일본어는 거의 못한다)에서도 비슷한 작문을 한 적이 있다.
일본 온 지 3개월정도 되는 1학년 여고생의 답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 남편은 재벌 2세이다.
돈이 무지무지 많다.
그는 아침에 BMW를 타고 출근을 한다.
나는 가정부에게 아침을 차리라고 말한 후,
내 전용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하고,
나는 오늘도 명품을 사러 백화점에 간다.
아이들은 기사를 시켜 학교에 보내고..
.............등등등.....
이렇게도 다를 수 있나 싶었다.
고 2 와 고1의 차이였을까?
내가 담당하던 반 아이들만의 차이였을까?
한국과 일본의 차이였을까?
무작정 어떤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온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에서조차 '된장녀'의 기질이 보였다.
(단지, 한국어 능력의 차이로 벌어진 , 다소 장난끼가 포함되어 진지하지 못했던 그 순간에 대한 내 오해였기를 바란다.)
가끔은 생각한다.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일본이든 한국이든..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금껏,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절대로 뒤는 돌아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오늘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움이라는 것이 나를 붙잡는다.
여고생 들의 이상형처럼 나는 다시 꿈을 꾸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
다다다의 3년 째 일본 생활은 또 어떻게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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