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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한남일녀 커플 때문에 억울한 내 남편

내 주변에는 한일 국제 커플이 여럿있다. 그 중에서도 한남일녀 커플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 여자는 한국 남자의 사소한 매너와 배려에 무한 감동을 잘 받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국 여자인 내 입장에서 보면 평범한, 심지어는 식상하기만 한 프로포즈인데도 일본 여자들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일생 최대의 행복한 경험이라고 울먹이는 것이다. 자상한 한국 남자의 매너는 일본 여친의 자랑이 되고,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일도 종종 있다. 어떤 일본 여자들은 한국 남자의 방식을 보고는 '좀 너무 들이대는 거 아냐. 난 피곤해서 싫을 것 같아.' 라고 하면서도 부러워 하곤 한다. 같은 행동이라도 일본 남자들이 하면 '부담돼'라고 하지만 한국 남자들이 하면 '한국 남자들은 원래 그러니까' 라며 이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들의 이중적인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일본 남자와는 다른 한국 남자들의 매력은 한류 붐과 맞물려, '한국 남자' 하면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자의 이미지로 자리잡은 것 같다. 오늘은 내 주변 한남일녀 커플을 둘러싼 사람들의 평가와 반응. 그로 인해 억울해 했던 우리 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일본 여자가 말하는 한국 남자는 이렇게 다르다.

내 친구 미치코 짱이 한국 남친과 사귀던 시절, 호기심이 발동한 다다다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다다다  :  미치코 짱! 한국 남자랑 일본 남자랑 뭐가 많이 달라요? 
미치코  :  훔...한국 남자를 사귀기 전에는 몰랐는데, 일본 남자들은 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다다  :  왜요? 왜요?
미치코  :  자기 밖에 몰라요. 한국 남자들은 여자가 중심이잖아요. 일본 남자들은 자기가 중심이에요.
다다다  :  그래서, 한국 남자랑 사귀는 거 만족해요?
미치코  :  네네..그럼요.
다다다  :  그래도 이해안되는 거 있죠?
미치코  :  있긴 해요. 처음에는 아침부터 너무 자주 전화하고 그래서 좀 싫었어요. 
              하루 종일 내가 뭐 하는지 일일이 궁금해하고 밥먹으면 밥먹는다고, 일 끝나면 끝났다고,
              전화해야 하는 게 좀 이해가 안 되었어요. 일본 커플들은 그렇게 자주 전화 안하거든요.
              문자도 자주 안 보내고요. 뭐든지 같이 먹고, 같이 보고, 같이 움직이려는 것도 좀 귀찮았어요.
              일본 남친이라면 같이 하지 않을 것들도 같이 하려고 하는 게 이상했어요.
              그런데, 익숙해졌는지, 연락 안오거나 뭔가 혼자 하려면 어색해요.
              일본 남친 사귈 때가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이제 새삼 느껴요. ㅋㅋ
다다다  :  아...그렇군요. 내 일본 친구들이 우리 쿤을 툭하면 스토커나 의처증(?) 남편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결혼 후 더욱 최고의 남자로 등극한 한국 남자

그리고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나서 몇 가지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결혼을 하자마자, 미치코의 남편이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그러자 미치코 씨의 부모님은 '너무 기특한 사위 ' 라고 극찬을 하더니 동네방네 자랑을 하러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쿤이 그런다.

원래 담배 안 피는 내가 더 착하지 않아? 근데 나는 왜 아무도 칭찬 안 해줄까?

또,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미치코를 위해 매일 역으로 마중을 나가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은 미치코 씨의 친구들은 '부러워~~' 를 연발하고, 부모님은 감동을 받아서 '내 딸이 이렇게 자상한 남자를 만나 너무 행복하다.' 라고 칭찬을 하더라는 것이다. 일하고 돌아오는 아내를 위해 설거지를 하거나 주말에 한국 요리를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는 자주 반복되는 칭찬 레파토리라고 했다. '사랑해' 라고 하트뿅뿅 문자를 날리거나 아내의 밥숟가락에 반찬을 얹어주거나 아내가 아플 때 병원에 동행한다는 이야기는 연애때부터 친척들 사이에서 회자되어 전설이 되었고, 살아있는 한류드라마에 나오는 이상적인 남자상의 증거로 남았다.

그는 한국의 한 자상한 남자에 불과했지만, 일본 처가에서는 '최고의 멋진 사위', '최고의 멋진 남편' 이 되어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정말로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는 한국인 남친의 말에 '고마워' 라고 말했다가 
그럴땐 '나도 라고 말하면 되는 거야' 혼나는 일본여친.
일본 남친들은 '사랑해(좋아해)' 라는 말을 좀처럼 안해서인지
일본 여친은 한국 남친의 '사랑해' 라는 말에 어색해 하는 것 같다.
한국인 남친의 매력이 무모하게 빠져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사랑이라면
일본인 남친의 매력은 조심스럽게 다가와 수줍게 고백하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취향은 각자 알아서~!!! ㅋㅋ


그 이야기를 들은 쿤이 또 한마디 한다.

나는 일부러 밤길 안전한 곳으로 집구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우리 다다다 집에 늦게 오면, 청소랑 빨래랑 설거지까지 싸악~ 해놓고, 밥먹을 준비까지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열차 도착시간에 맞춰서 역으로 마중까지 나가는데 왜 아무도 쿤 칭찬을 안 해줄까? ……내가 저 친구에게서 빠지는 게 뭘까? 근데 난 칭찬을 들은 기억이 없어..흑. ㅜㅜ

너무 미안한 나는, 한국서 걸려온 전화에 대고 오버스럽게 말했다.

다다다  :  엄마, 우리 쿤은 내가 일 끝나고 돌아오면 설거지랑 빨래도 다 해놓고 역으로 마중도 나와.
              어떨 때는 저녁도 차려놔. 착하지 착하지??
엄마     :  맞벌이 하는데 남자가 그 정도는 해야지...늙어서 사랑 받으려면 젊을 때부터 잘 해놓으라고 해.
다다다  :  그게 아니고....(칭찬 좀 해주지).....

내가 평소와 달리 오버를 해서일까 '우리 사위 우리 사위' 하는 우리 엄마가 장단을 안 맞춰주신다.
그래서 나라도 칭찬을 해서 슬픈 고래(쿤)를 춤추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다다  : 우리 쿤처럼 자상한 남편이 어딨어. 아휴, 자기가 최고야. 난 정말 결혼 하나는 끝내주게 잘했다니까..
쿤         :  (씁쓸한 표정으로..) 쩝..근데 왜 흥이 안 나지??

우리 쿤이 만일 한국인인 나를 만나지 않고 일본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면, 미치코의 남편처럼 최고의 남편이 되었을 텐데.....조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한남일녀 미치코 씨 커플을 보면서 웬만한 일에 좀처럼 감동을 받지 못하는 나를 반성해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가슴이 너무 딱딱해진 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나는 고마워 하기 보다는 당연하게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남편 쿤이 억울하지 않게 칭찬 좀 해줘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의 남편이 그저 그런 한국인 남편이라 생각하시나요..??
  당신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신의 남편이 이곳 일본에선 최고의 남자, 최고의 남편, 최고의 사위로 통한답니다.
   오늘 하루 쯤 ' 고마워, 사랑해 ' 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ㅋㅋ

(반전 : 오늘 이야기는 모든 한국인, 모든 일본인에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을 통한 국제 커플의 다양한 이야기와 증언, 자랑질 환영합니다. ㅋㅋ 태클과 악플은 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