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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 산부인과에 가서 진땀을 흘린 이유

참고로 말하면 오늘 포스팅은 19금입니다. 아그들은 훠이훠이~!

얼마 전, 인터넷에서 알게 된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친구라기 보다는 알게된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산부인과에 한번 가야 할 거 같은데, 시간이 된다면 같이 가 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습니다. 일본에 온지 얼마 안 된 친구라서 일본어가 잘 안 되는데, 같이 가 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는 부인과 병원(그 중에서도 전문불임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아기를 가지려는 특수 목적이 있었습니다. 의사와의 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자 통역이 필요했답니다.. 진료 끝나면 내친김에 수다라도 떨어야 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승락을 했었죠.

병원에 가는 날 아침..
출근하는 쿤에게 친구와 병원에 간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다다   :  아무개 알지?
   쿤       :  응~ 근데 왜?
다다다   :  오늘 병원에 같이 가자고 하네~
   쿤       :  병원..? 어디 아프대?
다다다   :  아니~ 산부인과 가는데 같이 가 줬으면 하더라고.. 말이 안 통해서 조금만 도와 달라는 것 같아..
   쿤       :  아~~ ㅋㅋㅋ 잘 다녀와~~
다다다   :  왜 웃어~?
   쿤       :  아무것도 아냐~ 잘 다녀와서 나중에 얘기해줘~~

친구를 만나 병원에 가니, 초진이라 진료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며, 서류 한장을 작성해 오라고 했습니다. 이름, 나이, 주고, 연락처, 병원 방문 목적,,, 부부관계를 포함한 세부적인 것을 물어보더군요(질문이 좀 민망하네~). 하나하나 친구에게 설명을 했고, 모르는 한문이 있으면 적어주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의사를 만나서 진찰 및 검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다음 진료시간을 잡았습니다..(어! 오늘 하루로 끝이 아니나 보네?).

 진땀 사건 1

진료날이었습니다. 검사 전에 확인할 게 있다며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의사        :  오늘 검사에 대해서는 전에 들으셨죠? 12일 이후 안 하셨죠?   
다다다     :  12일 이후에 XX안하셨냐고 묻네요.
친구        :   아, 네...
의사        :   검사실로 가시죠
다다다     :   검사실로 가재요.


검사 후 다시 의사의 설명은 계속되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통역을 했지만, 아무래도 남의 사생활이다 보니 조금 창피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답니다.

 진땀 사건 2

이 날의 검사는 관계 후 하는 검사였습니다. 검사가 끝나자 진료실이 아닌 다른 방으로 우리를 불렀고, 복도 끝에 있는 방에 들어가자 의사(남자) 선생님이 컴퓨터 모니터(정X가 헤엄쳐 다니는 모습이 확대되어 있음)를 보면서 통역을 부탁한다는 표정으로 두어 마디를 하고 저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첫마디부터 통역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생겼습니다.

의사       :  흐음.. 남편 분 정X가 좀 힘이 없네요.  
             수적으로는 어느 정도 되지만 움직임이 저조해요
다다다    :  (땀 삐질삐질)  어~~...그러니까, 남편 분의 정X가요. 어~~ 좀 움직임이 약하데요. >o<
친구       :  어..그래요? 그럼 임신하기 힘든 건가요?
의사       :  아직은 확실히 말씀드리기가 어렵고, 남편 분 또한 검사를 통해서....어쩌구저쩌구..


 진땀 사건 3

그 날은 피를 뽑고 초음파 검사를 하더니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해서 친구와 함께 들어갔는데, 의사가 대뜸 한다는 말이..

의사       :  오늘 시간 잡을 수 있겠어요? 
다다다    :  오늘 시간 잡을 수 있냐는데요?
친구       :  무슨 시간을...?
다다다    :  (알아서 새겨 들으심 안되나? 땀 삐질삐질) 어~ 그니까 오늘 밤에 남편과....그거...할 수 있겠느냐..뭐..
친구       :  아..오늘 금요일이니까... 괜찮아요.
의사       :  오늘부터 4일 이내가 가임기니까 남편분과 열심히 시간을 잡아 보세요.
다다다    :  오늘부터 4일 이내에 임신될 확률이 높다고 남편 분하고 시간을 잡아 보랍니다.

휴우, 한숨을 돌리고 통역을 끝내려는데, 다시 친구가 말을 잇네요.

친구      :  시간을 얼마나 잡아야 하나요? 매일매일? 이틀에 한번?   
                매일 하면 좋은 정X가 생산이 안된다는 말을 들어서요
다다다   :  (어서 들은 건 있어가지공...에공.)  끙~~~~  얼마나 자주 하면 되느냐고 묻는데요?
의사      :  음..우선 임신 확률을 높이고 싶으시다면 매일 매일 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단~~~~~~ 남편 분 체력이 되신다면요..

모두 하하하하하...분위기 좋게 웃고 이제 끝내려는데 친구가  또다시, 한 마디를 합니다. (이제 그만~!!)

친구      :   아, 문제 없어요.  제 남편 요즘 홍삼(??)을 먹고 있어서요. 힘이 불끈불끈 어쩌구~. (이하 생략)
다다다   :   (음...안 궁금한데....) 아하하, 네네....끙~~~~~~~~~~ 그것도 통역할까요?? ㅋㅋ
친구      :   헤헤헤헤..아니요..뭐...그럴 필요까지야..

첫 통역 후에야 쿤이 웃은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쿤 또한 학창 시절에 일본어가 안되는 지인의 부탁으로 비뇨기과및 산부인과 통역을 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 민망해서 죽는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왜 이제와서 이야기하냐고 하니, 말해도 갈 것 같아서 그냥 뒀다네요. (뭥미~!!)

통역이라는 것은 의미소통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친구 부부의 이야기를 내 입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것, 그것도 친구가 있는 앞에서 적나라(?)하게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어지간한 철판이 아니고서야 힘들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일본어의 어려움이나 어순의 문제가 아닌, 친구의 사생활을 엿보고 있는 죄책감이라고 할까요??

친구의 진료는 아직 몇번 더 남아 있답니다.
이제는 병원 가기 전부터 손에 진땀이 나요.. 그래도, 이런 곤혹(?)으로 친구에게 좋은 소식이 온다면이라는 생각에, 얼굴에 철판을 한판 두판을 깔아가며,, 최선을 다해 더 적나라하게 통역에 임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 이럴 때는 아줌마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느끼곤 한답니다.)

                                                             
                                                            차가운 도시남자 님이 캐릭터를 만들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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