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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재미있는 일본 외래어 '컵' 구별법 - '카푸' 와 코푸'

한국 사람들이 일본어를 공부할 때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한자'이다.
그런데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그보다 더 넘기 힘든 장벽이 있으니 바로 외래어이다.
표기법, 발음법, 액센트, 장음, 줄임말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어질어질.. 
일본 외래어는 일본어의 절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일본어 외래어에 대해 할 말이 참 많지만
오늘은 거두절미하고 작년에 겪은 '컵' 사건만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몇달 전, 쿤과 나는 한 일본인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간 적이 있다.
일본식 나베로 식사를 하고, 
케이크와 쿠키 차와 음료수 등으로 디저트를 먹으려는데 컵이 하나 모자랐다.
부엌에 가서 컵을 하나 달라고 했더니, 친구 왈

" 코푸? 카푸? 도치?  コップ? カップ? どち?”  ( 코푸? 카푸? 어느 쪽?)

" 어? 컵이 컵이지..코푸는 또 뭐래? 그게 뭐가 달라? "

" 손잡이가 없는 건 코푸고 손잡이가 있는 건 카푸라고 하지..."

" 오잉? 그런거야? 그럼 쥬스 먹을 거니까 코푸로 줘"

" 아...그라스 말이지?


일본에서는 '컵'이라는 말을 '코푸''카푸'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왼쪽부터 스테인레스(제)카푸,  사기(제)카푸,  종이코푸

 다음 사전에서 '코푸'를 찾아보니, '코푸'는 'cup'이 아니라 'Kop'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카푸'를 찾아서 검색해보았다.  

친구의 말대로 손잡이가 달린 커피잔같은 것은 '카푸'이고
유리로 된 그라스를 '코푸'라고 한다고 되어 있다. 


일본어 위키아 사전을 검색해보니 어원까지 나온다.

'코푸' (네덜란드어 어 Kop, 포르투갈어 copo)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으로 된 손잡이가 달리지 않은 작은 용기

또는 음료를 먹을 때 사용하는 용기의 총칭. 

 '카푸'(영어 cup, 머그컵, 커피잔 등)
사기로 만들어져 손잡이가 달린 용기.  

위의 설명을 바탕으로 한다면 일본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손잡이로 구별하는 것이 가장 쉽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문제는...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그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손잡이를 단다면 코푸일까? 카푸일까?

'피크닉코푸' 라고 써 있다. 손잡이가 있으면 카푸라며??

또, 손잡이가 없는 컵에 담긴 라면이나 케이크는
왜 코푸가 아닌 '카푸라면', '카푸케이크'라고 하는 걸까?
(표준어는 카푸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코푸라고 해도 다 통하는 것 같다. ㅋㅋ)

어찌되었든, 일본인 대부분이 '컵'이라는 물건을 사용함에 있어
 코푸와 카푸를 구별해서 사용하고 있다.
 또, 이것은 만든 재료와 손잡이 여부 등에 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위의 플라스틱에 손잡이가 달리는 등의 돌연변이가 나타날 경우는
약간의 틈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일본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코푸와 카푸에 대해 쓴 글이 있어 요점만 정리해서 올려본다.
'카푸'란 커피, 홍차 등을 뜨겁게 먹는 손잡이가 달린 용기이다.
그 밖에도 우승카푸(우승컵), 계량카푸(계량컵), 와드로카푸(월드컵)에 '카푸'라는 말을 붙이니, 카푸라멘(컵라면)이라는 말은 좀 이상하다. 카푸라멘이라는 말은 종이코푸(종이컵)가 발명되고 커피도 종이컵에 먹는 것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생긴 후, 커피와 라면을 동일시 하면서 '카푸'를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문제는 '종이코푸'에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어에서 '코푸'는 원동형의 유리형 용기를 가리키기 때문에 맥주를 마실 때 용기는 '코푸'라고 말해왔고, '코푸술'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집에서 물을 마실 때는 '그라스'라고는 하지 않고 '코푸'라고 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런 '코푸'의 형태가 종이로 만들어 졌을 때 '종이코푸'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코푸'는 원래 영어가 아닌 네덜란드말이므로, 영어의 가라스인 '코푸'는 그라스라고 말할 수 있다.
덧붙여 영어 사전에서 그라스를 펴면  '코푸'라고 해석되기 때문에 이 또한 참 재미있다. 

결론적으로, 일본어의 '코푸'는 영어의 '카푸'가 아니다. 다른 단어인 것이다. '코푸'는 그라스로 봐야 한다.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영어로 말할 때 혼동이 되어 이상해질 수 있을 것이다.
영어의 원그라스는 일본어로는 원카푸가 아니라 원코푸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