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찍고 쿤과 다다다 :: 연초부터 댓글 하나에 기분이 상한 이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영화를 보러갈까 말까 망설일 수 밖에 없는 주부의 마음을 담아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일본문화생활/다다다가 보는 일본] - 일본 살면서 영화관에 가기 싫어진 이유

일본 물가에 대해 쓴 글이라기 보다는 한국의 저렴한 문화 체험비에 익숙한 내가, 장거리 연애로 인해 아쉬웠던 마음을 달래고자 매주 영화를 보고자 했지만, 일본에 와서 그럴 수 없었던 심정에 대한 넋두리같은 것이었다. 한국에서 늘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상황, 무료 주차장, 저렴한 먹거리의 풍부함에서 오는 아쉬움에 대한 표현이었다.

단순히 엔고로 계산된 금액을 보고 '일본 물가 너무 비싸다'라는 댓글 반응을 보고 쿤은 조만간 '일본 물가 제대로 알기' 포스팅을 해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반대 했다. 이유는, 일본의 물가라는 것이 비교하기에 너무나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내 넋두리 포스팅에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다른 날도 아닌 새해의 목표와 희망의 그림을 그리던 1월 1일이었다.

  

위 댓글을 단 학생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아무리 비싸다 한들 '일본에서 벌어 일본에서 살면 살만하다.' 는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이 곳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한번쯤은 '일본에서 벌어 한국가서 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기분이 언찮은 이유는, '해외생활 정착시 한번쯤은 느낄만한 개인적인 넋두리 글'을 편협한 시각이라고 운운하는 것과, 한 집안의 살림을 꾸리는 주부에게 '경제관념과 상식' 을 논하려는 어줍지 않은 태도 때문이다. 

일본의 평균 연봉 2~3배를 언급한 것은 또 뭔가? 평균 연봉으로 일본 물가를 이야기하려는 것 자체에 무리가 있다. 우선, 일본의 4년제 대졸 초봉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학을 졸업하고 변변한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당장 짐싸야 하는 유학생이 댓글을 단 본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일본 연봉의 현실이다. 일본 유학에서 살아남는 유학생수가 10명 중 1명이 채 될까 말까한 이유도 이것이다. 한국가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으면서도 일본에서 버티지 못하고 짐을 싸는 이유는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고연봉자라고 치자. 방 1개에 수 십만원 하는 월세와 교통비가 물가 대비해서 당연한 비례라고는 말 못할 것이다. 일례로, 현재 나의 전철 통학비는 학생 반액 할인을 받아도 매달 2만엔(28만원이다)으로 말도 안되게 비싸다. 한국보다 수입이 더 많으니까 그냥 이해하라고?

한국과 일본의 평균 연봉을 제아무리 똑똑하게 비교한다 해도, 한 두개의 비교로는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단순 비교도 어렵거니와 물가만을 논하고 싶지도 않다.
'경제관념과 상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숫자만의 이야기일까 싶은 것이다. 

터놓고 말하자면 내 남편 쿤의 연봉은 결코 적지 않다. 또, 우리는 맞벌이를 한다. 
1만엔이 없어서 못쓰는 게 아니다. 블로그를 자주 오는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는 일 년을 기준으로 예상 지출과 저축 목표를 세우고 매일 매일 가계부를 쓴다. 12월 25일에 우리 부부는 지난 1년을 결산했다. 또, 우리는 단순히 1년의 계획만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3년 후 5년 후 10년 후까지 내다보고 있으며, 아이가 생겼을 때 부모님이 편찮으실 때까지의 변수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부부는 철저하게 관리된 경제생활을 하고 있고 그와 동시에 초절약생활을 하고 있다. 절약 생활을 하는 것은 우리 부부 뿐만 아니라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여유롭게 벌어도 '둥지 없이 떠도는 불안한 삶'처럼 느껴지는 것이 외국 생활이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있어도 쓰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런 심리로 인함이다. 매달 수 십만원의 연금을 내고 있지만,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30년 후 보장의 불투명함을 알기에, 아끼고 아끼며 사는 것이다. 우리 부부의 가계는 한국과 일본의 여러 은행, 보험과 얽혀 있어, 한국에 사는 사람들보다 이중으로 복잡하며 이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멋들어 외국에 사는 이'와 비교하려든 댓글에 내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개, 유학생이 주부의 마음을 얼마나 알지도 의심스럽다.
돈이 있어도 하나를 사는데 신중해 지고, 어느 것에 쓰는 것이 더 가치있는 가를 따지는데 수없이 머리를 굴리는 그 심오한 마음에 대해서 얼마나 알까?  

언젠가 내 일본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이상하게 장을 보러 가면 300엔 짜리 우동은 싸게 보이는데 400엔이 넘어가는 건 비싸서 들었다 놨다 하게 돼. 우리가 만나도 1,000엔은 그냥 나가는데... 참 우습지?"

일본에서 100엔(1400원)이 백원처럼, 1,000엔(14, 000원)이 몇 천원으로 밖에 느껴지는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 드는 돈 만엔을 생각하면 '며칠 식비'이라는 생각에, 그 돈이면 저녁밥상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기에 그 마음을 우선시하고 싶은 것이 주부의 마음인 것이다.

일본에 와서 더욱 돈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또다른 이유는, 한국에 비하면 훨씬 못미치는 내용물도 한 몫 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 한 명은 대기업 사장 딸로 일본의 그 유명한 오죠사마(부잣집 딸을 지칭)이다. 지하철을 타본 적이 없고, 공부하러 올 때 기사를 대동하고 외제차를 바꿔 타가며 온다. 일본의 먹거리가 비싸다고 툴툴대는 나에게 그녀가 한 말이 있다.

" 맞아요. 일본은 물가가 너무 비싸요. 피자만 해도 값도 비싸지만 크기가 너무 작죠. "   

일본에서 버는 수입과 물가를 생각하면 대자 피자 3500엔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독신으로 사는 많은 한국인들 중에는 보장된 장학금과 고소득 알바로 풍족한 생활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직장인과 학생이라는 차이도 있지만) 독신으로 살 때의 만엔과 부부로 살 때의 만엔은 많이 다르다. 괜찮은 연봉을 받아 풍요롭게 살던 한 개인이 결혼한 이후에 변하는 것은, 계속 즐기고 살기에는 기다리고 있는 현실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절약을 하고 미래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결혼생활이고 그게 바로 우리의 삶이다.

내가 일본와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인들이 참 근검절약하며 산다는 것이다. 또, 말이 좋아 외국 생활이지 빠듯한 생활로 변변한 외식이나 일본 관광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봐왔다. 한국과 일본의 물가를 고려하여 비슷한 수입과 수준의 삶을 비교해도 일본에서의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나의  넋두리는 경제적인 관념과 상식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는 느끼는 삶의 질과 만족도의 문제이다. 일본에 살면 살수록 익숙해질 수는 있어도 절대로 만족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댓글을 단 이에게 정말 묻고 싶다.
단 한번도 물가 대비 삶의 질에 대한 박탈감을 느낀 적이 없었는지.. 그것이 그렇게도 의미없는 외침인지 묻고싶다. 

한국인인 내가 왜 일본인이 느끼는 물가 감각만을 생각해야하고, 한국인으로 느끼는 물가로 인한 박탈감을 푸념하면 안되는지도 묻고 싶다.

그것도 다름아닌 내 블로그에서...


연초에 이런 글 너무 죄송합니다. 댓글창을 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