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에게 받은 연하장을 보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연하장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받는 한국어 연하장은 그 의미가 더 값지다. 
몇몇장은 나에게 빵! 하는 재미와 동시에 뿌듯함을 주기도 했다. 몇 장 올려본다. 

평범과 비쥬얼
한국어는 평범하지만 비쥬얼로 승부하는 이들이다.



일본인들같으면 '이게 무슨 비쥬얼계야' 라고 하겠지만, 외국인인 나에게는 일본 전통문화 엽서는 마냥 신기해보인다. 얼핏보면 눈사람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하얀 떡 위에 귤을 얹어 놓은 것으로 '가가미모찌'라고 부른다. '대대손손 번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대해 자세히 보고 싶은 사람은 '봉봉 님' 블로그를 방문하기를 강추한다.
그 밖에도 일본 결혼식(우리는 여전히 사진이 안와 포스팅 못하고 있음), 온천. 일본 가이드 시험등...생생 일본 이야기가 가득가득..
가가미모찌를 비롯한 새해 풍경 -->
http://bongworld.tistory.com/69




오쿠무라 씨(위 사진 왼쪽 두 번째, 아래 사진 맨 오른쪽)에게는 올해 두 번째로 받는 연하장이다.
내용은 언제나 똑같다. 그림과 사진이 다를 뿐..
일하고 있는 보육원 모습, 언니나 조카 사진을 꼭 집어넣어 볼거리를 풍부하게 해준다. 
나는 여자임에도 깜찍한 '오쿠무라 씨' 보기에 바쁘다. ㅋㅋ  


미묘한 한국어
한국어가 약간 어색하거나 틀린 경우이다.


새해 인사는 아깝게 약간 틀렸고, 열심히 공부하려는 마음을 표현한 문장 또한 미묘하게 어색하다. ㅋㅋ
'의지형 표현'을 아직 배우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ㅋㅋ 




우리 귀여운 나오코 씨, 미묘한 틀림으로 나와 쿤을 '빵' 터지게 해주었다.
'연하장 --> 연하징' ㅋㅋ 어쩜 선하나의 차이로 이렇게 많은 웃음을 줄 수 있는 걸까?
'몰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도대체 나에게 뭘 하시려고 저러시나~!! 살짝 긴장된다.




'다다다 씨, 2010년은 신세를 졌습니다.' ㅋㅋ 전형적인 일본식 표현이다. 
한국어로 하면 '2010년 여러가지로 감사했습니다. ' 정도일까나.. 
한국어의 '신세를 지다'는 표현이 무겁게 느껴져 "뭘 그렇게까지' 라는 답장을 다시 보내야할 것만 같다.
중간 중간 만화에서는 평소 유머 감각이  보인다. 이 분은 내 캐릭터도 가끔 그려 가지고 오신다.
근데 그 모습이 '콩'이다. ㅋㅋ
암튼  '아이고' 라며 놀라는 토끼 모습이 너무 귀엽다. 
평소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표현보다는 '아이고, ㅋㅋㅋ, 두리번두리번, 깜짝이야..끝' 과 같은 표현을 좋아하고 즐겨 쓴다. 

 
의미 불명
의도를 알기 어려운 경우이다.



이 분의 연하장은 받기 전부터 가장 기대했었다. 
'올해는 화기애애한 가족 사진으로 만들었어요 기대하세요' 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화기애애한 가족은 어딨는고야???'
'가족은 맞아?' 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뭔가 어색해보이는 자세, 남편과 많이 떨어져 남남처럼 보이는 카요 씨, 남편 분은 시어머니랑 더 가까워보인다. 또, 반려묘 냥이는 별도의 사진에서 고독을 씹고 있다. '어색한 가족 사진 연하장 잘 받았다'고 만나면 놀려줘야겠다. 


실력파
두말 필요없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연하장이다.


이 분은 내가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
딱 보면 알겠지만 누가 일본인이라고 보겠는가?
나와 공부한 지는 1년 반이지만, 한국어와의 인연은 무려 8년이며 한국 유학 경험이 1년 반, 온갖 자격증..
작년에는 만난 그 자리에서 연하장을 직접 써줬었는데, 망설임없이 써 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나의 일본어는 아직 멀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일본인들의 한국어 연하장을 보면서
일본에서의 생활이 가장 값진 이유는, 바로 한국어, 한국 문화를 일본인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고등학교에서 올해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지만 형태야 어찌되었든 한국에서 했던 일과는 다른 매력으로 나에게 사명감이라는 것을 안겨준다.
올해는 대학원도 수업없이 논문만 쓰면 되기 때문에 일 쪽으로 여러 가지 계획을 많이 가지고 있다. 사실은 그래서 너무 바쁘다. 하지만, 이웃 님들의 여러 충고를 받아들여 블로그 생활도 같이 해나가려고 한다. '한번 놓으면 다시 잡기 힘들다'는 말에 참 공감이 간다.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목표했던 게 있다.
지금은 '일본 초짜 체험기'가 대부분이지만, 앞으로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일본에서의 육아, 병원, 교육 등에
대해 포스팅을 해서, 나처럼 남편을 따라온 주부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제 시작이고 갈 길이 멀다. 벌써 힘들다고 손을 놓는 것은 애초의 나를 배반하는 것과 같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은 많지만, 삶의 정보를 담고 있는 블로그는 별로 없다. 
특히, 주부의 목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일본에 사는 많은 주부와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고 싶고 만나기를 희망해 본다. 또,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나는 이 자리에 있고 싶다. (바쁘고 힘들어서 약해진 마음을 다지 다졌습니다.)


아차차차차...사실은 이제부터가 본론입니다.
사실, 오늘 내가 이 포스팅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블로그 이웃 '빠리불어' 님의 따뜻한 엽서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고작 6개월인 우리 부부에게는 참 색다르면서도 값진 교류가 아닐 수 없다. 이웃이 된 지도 별로 안 되었고, 서로 얼굴도 모르며, 한국에 살지도 않아서인지, 여러 가지로 이상하면서도 독특한 이웃의 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결국 '정'이란 다 똑같다. 엽서라는 걸 처음 받아 본 사람처럼 몇 번을 다시 읽고 다시 읽고...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빠리불어 님~! 감사합니다. 빠리불어님 블로그
 

그런데, 빠리 불어 님! 
왜 주소를 남겨 주시지 않으셨는지요?
연하장 다 보내고 딱 한장을 남겨 두었답니다. 아래 사진 보이세요? (바로 저 엽서)
쓸쓸하게 임무를 기다리고 있는 한 장의 엽서..이 엽서의 탄생의 의미를 만들어 주세요.



추신) 사막 장미 님에게는 바쁘다는 핑계로 주소를 알려드리지 못해 엽서를 받지 못했다.
       못받았다는 아쉬움보다  나의 무책임함(쿤은 아무 잘못이 없음돠..워낙 돌아가는 사정에 어두워서..ㅋ)에 대한 자책감이 더 컸다.
       너무 죄송해서 '이제와서 먼저 보내겠다'라고 말하지도 못했다.
      사막 장미 님~!  부디 용서해주시고, 내년에는 제가 먼저 보내겠습니다. 딱 11개월(?)만 기다려주세요. 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