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 있다.
일본 전철은 참 복잡하고 비싸다. 하지만 일본 전철 역무원은 참 친절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던 시절, 나는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아 관광객 취급을 받았고, 실수로 목적지까지 잘못 갔지만 무료 티켓을 받거나, 개찰구를 잘못 나와도 그냥 통과시켜 주어 차비를 아낀 적도 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일본을 방문하는 친구들에게 길을 모를 때는 전철 역무원을 찾으라고 충고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은 역무원의 그런 친절은 관광객이기에 받을 수 있는 특혜라는 생각도 든다.
일본에 살면 살수록,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나는 일본 역무원에게서 친절을 느끼는 대신, 철저한 FM스러운 일처리 방식을 목격하곤 한다. (친절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는 말할 수 있다.)
일본 전철에서 생긴 일 1
한 달 정기권이 없을 때 겪은 일이다. 집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볼 일이 있어 편도 티켓 170엔(약2,200원)짜리를 끊고 전철에 올랐다. 문득 중요한 서류를 빼먹은 게 생각났고 개찰구를 나가지 않고 집방향쪽 전철로 갈아탔다. 그런데 티켓이 개찰구에서 걸려버린 것이다.
역무원 : 어디서 오시는 길인가요?
다다다 : 그게요, 여기서 15분 전 쯤에 탔는데요. 한 정거장 가서 내릴 예정이었는데 집에 놓고 온 게 있어서 바로 다시 돌아온 거거든요.
역무원 : 아, 그렇군요. 그럼 170엔을 추가요금으로 내세요.
다다다 : 네? 아니 나가지도 않고 그냥 바로 돌아왔고요. 원점에서 원점으로 온 건데 왜 170엔을 내요??
역무원 : 편도 요금 170엔 내고 가셨죠? 다시 돌아오셨으니 왕복 아닙니까? 그러니 남은 편도 요금 170엔 내셔야죠?
다다다 : 아니, 아저씨....그럼 졸다가 더 가서 다시 돌아오거나 그런 실수해도 일일이 다 돈을 내야하나요?
역무원 : 그럼요. 다 내야죠. 이용한 요금은 다 내야합니다. 두 번 왕복하면 두 번 왕복료 내야하는 겁니다.
다다다 : 만약에 어떤 사람이 실수로 더 갔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안 걸리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역무원 : 안 걸리면 어쩔 수 없는거죠...
다다다 : 그럼 전 재수없게 걸린거네요..T,.T
나는 한국 전철에서 실수로 더 간 적이 몇 번이나 있지만 다시 돌아오는 요금에 대해 지불해본 적이 없다.
내가 170엔을 순순히 내지 않은데는 일본의 요금이 비싼 것도 있었지만, '걸리면 원칙대로 안 걸리면 어쩔 수 없고' 라는 역무원의 일관성없는 태도때문이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원칙의 합리성은 어디에 있는지, 어차피 그렇게 허술한 원칙 하에 진행되는 일이라면 왜 "이번에는 그냥 가세요" 라는 융통성은 나오지 않는걸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일본 전철에서 생긴 일 2
일본 전철은 JR과 수많은 사철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같은 역이라고 해도 어떤 전철을 타느냐에 따라 출입구도 가격도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 번화가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역이 무려 6개가 있다. 즉, JR과 5개의 사철이 제각각 같은 이름의 역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중에 한 개의 사철을 주로 이용하고 있고 한 달 정기권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몇달 전, 내가 탄 전철이 다른 사철 라인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쉽게 말해 A 전철을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그 역은 B 전철의 역이었던 것이다. 사철 A와 B는 종착역으로 부터 몇 개의 역은 같기 때문에 다른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공동운영을 하고 있다. 하필 라인이 바뀌어 들어가던 그 날, 나는 학교에서 중요한 발표가 있었고, 논문 읽는데 정신이 팔려 방송을 듣지 못한 것이다. 시간은 촉박했고, 다른 사철이긴 하지만 어차피 목적지까지의 정기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사정을 말하면 어떻게 되겠지 싶어 역무원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다다 : 제가 A정기권을 가지고 있는데요. B라인으로 들어간다는 방송을 듣지 못했어요.
역무원 : 정기권을 보여 주세요.
(내 정기권을 보고 나서) 120엔 추가 요금으로 내세요.
다다다 : 추가요금이라니요? 이 정기권은 바로 여기 목적지까지 올 수 있는 거거든요.
역무원 : 이건 학생할인 정기권 아닙니까? 이 정기권으로 올 수 있었던 곳은 사철 A와 B가 공유하고 있는 갈림역까지지요?
갈림역부터 여기까지의 요금은 A정기권으로는 안되는 B라인이죠.
이 구간은 학생 할인(한달 정기권만 적용)이 안되니까 성인요금(1일 티켓)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니 추가요금 120엔을 내셔야죠.
다다다 : 그건 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비록 A 정기권을 가지고 있지만 B 정기권을 이용해도 학생할인 요금으로 탈 수 있거든요.
게다가 개찰구만 다르지 어차피 같은 역 아닙니까?
역무원 : 어찌되었든 지금 님은 A정기권만 가지고 있고 B정기권은 없지요?
그러므로 B라인에 해당하는 갈림역에서 목적지까지는 일일티켓인 성인요금으로 적용해야겠죠?
그 정기권은 학생요금이니까 성인요금일 때 발생하는 추가요금을 내셔야죠?
정~ 추가요금을 내기 싫으시다면, 다시 갈림역까지 돌아가셔서 A라인으로 갈아타시면 됩니다.
(두 라인은 원래 정기권 하나로 양쪽 다 이용할 수 있다. 단, 학생할인 정기원의 경우 한쪽만 이용가능하다.)
다시 갈림역으로 갔다 오면 나는 발표에 늦을 것이 뻔했다. 그러나, 역무원의 꽉막힘에 화가 났고 오기가 생긴 나머지 다시 갈림역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개찰구를 나가지 않고 되돌아오더라도 전철을 타면 추가운임을 받는 역무원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일본 전철에서 생긴 일1)
다시 돌아가라면서 왜 거기에 대한 왕복 요금을 내라고는 하지 않는 것인가? (일본 전철에서 생긴 일2)
결국, 일본의 전철 역무원 둘을 통해, 융통성이란 없으면서 자기 맘대로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일본하면 정확한 메뉴얼이 있고 그대로 진행하는 질서정연한 나라,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어기지 않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들은 그것이 믿음이고 신뢰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지나친 원칙주의에 염증을 느낄때가 있다. 원칙을 만들어 고수하고자 한 본목적은 어딘가로 사라진데다, 융통성이라는 기름까지 거부하니 뻑뻑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일례로, 약 5년전, JR아마가사키 역에서 오전 출근시간에 열차가 2분 늦은 적이 있었다. 20대 중반의 그 열차 기관사는, 늦은 2분을 만회하기 위하여 무리하게 속도를 내 코너를 돌다가 열차 탈선으로 140명이 죽었다.
기관사는 정시 운행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로 인한 희생은 너무 참혹했다.
철저히 고수하는 그들의 원칙을 때로는 슬며시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은 나뿐일까?
추신: 일본의 원칙주의는 장점도 참 많고 한국이 배워야 할 점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언젠가 이러한 점도 포스팅할 날이 오기를 바라며..
그런데 나라는 인간은 사악해서 장점은 잊고 단점만 기억하는 것 같다. ㅋㅋ
일본 전철은 참 복잡하고 비싸다. 하지만 일본 전철 역무원은 참 친절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던 시절, 나는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아 관광객 취급을 받았고, 실수로 목적지까지 잘못 갔지만 무료 티켓을 받거나, 개찰구를 잘못 나와도 그냥 통과시켜 주어 차비를 아낀 적도 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일본을 방문하는 친구들에게 길을 모를 때는 전철 역무원을 찾으라고 충고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은 역무원의 그런 친절은 관광객이기에 받을 수 있는 특혜라는 생각도 든다.
일본에 살면 살수록,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나는 일본 역무원에게서 친절을 느끼는 대신, 철저한 FM스러운 일처리 방식을 목격하곤 한다. (친절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는 말할 수 있다.)
일본 전철에서 생긴 일 1
한 달 정기권이 없을 때 겪은 일이다. 집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볼 일이 있어 편도 티켓 170엔(약2,200원)짜리를 끊고 전철에 올랐다. 문득 중요한 서류를 빼먹은 게 생각났고 개찰구를 나가지 않고 집방향쪽 전철로 갈아탔다. 그런데 티켓이 개찰구에서 걸려버린 것이다.
역무원 : 어디서 오시는 길인가요?
다다다 : 그게요, 여기서 15분 전 쯤에 탔는데요. 한 정거장 가서 내릴 예정이었는데 집에 놓고 온 게 있어서 바로 다시 돌아온 거거든요.
역무원 : 아, 그렇군요. 그럼 170엔을 추가요금으로 내세요.
다다다 : 네? 아니 나가지도 않고 그냥 바로 돌아왔고요. 원점에서 원점으로 온 건데 왜 170엔을 내요??
역무원 : 편도 요금 170엔 내고 가셨죠? 다시 돌아오셨으니 왕복 아닙니까? 그러니 남은 편도 요금 170엔 내셔야죠?
다다다 : 아니, 아저씨....그럼 졸다가 더 가서 다시 돌아오거나 그런 실수해도 일일이 다 돈을 내야하나요?
역무원 : 그럼요. 다 내야죠. 이용한 요금은 다 내야합니다. 두 번 왕복하면 두 번 왕복료 내야하는 겁니다.
다다다 : 만약에 어떤 사람이 실수로 더 갔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안 걸리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역무원 : 안 걸리면 어쩔 수 없는거죠...
다다다 : 그럼 전 재수없게 걸린거네요..T,.T
나는 한국 전철에서 실수로 더 간 적이 몇 번이나 있지만 다시 돌아오는 요금에 대해 지불해본 적이 없다.
내가 170엔을 순순히 내지 않은데는 일본의 요금이 비싼 것도 있었지만, '걸리면 원칙대로 안 걸리면 어쩔 수 없고' 라는 역무원의 일관성없는 태도때문이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원칙의 합리성은 어디에 있는지, 어차피 그렇게 허술한 원칙 하에 진행되는 일이라면 왜 "이번에는 그냥 가세요" 라는 융통성은 나오지 않는걸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일본 전철에서 생긴 일 2
일본 전철은 JR과 수많은 사철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같은 역이라고 해도 어떤 전철을 타느냐에 따라 출입구도 가격도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 번화가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역이 무려 6개가 있다. 즉, JR과 5개의 사철이 제각각 같은 이름의 역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중에 한 개의 사철을 주로 이용하고 있고 한 달 정기권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몇달 전, 내가 탄 전철이 다른 사철 라인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쉽게 말해 A 전철을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그 역은 B 전철의 역이었던 것이다. 사철 A와 B는 종착역으로 부터 몇 개의 역은 같기 때문에 다른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공동운영을 하고 있다. 하필 라인이 바뀌어 들어가던 그 날, 나는 학교에서 중요한 발표가 있었고, 논문 읽는데 정신이 팔려 방송을 듣지 못한 것이다. 시간은 촉박했고, 다른 사철이긴 하지만 어차피 목적지까지의 정기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사정을 말하면 어떻게 되겠지 싶어 역무원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다다 : 제가 A정기권을 가지고 있는데요. B라인으로 들어간다는 방송을 듣지 못했어요.
역무원 : 정기권을 보여 주세요.
(내 정기권을 보고 나서) 120엔 추가 요금으로 내세요.
다다다 : 추가요금이라니요? 이 정기권은 바로 여기 목적지까지 올 수 있는 거거든요.
역무원 : 이건 학생할인 정기권 아닙니까? 이 정기권으로 올 수 있었던 곳은 사철 A와 B가 공유하고 있는 갈림역까지지요?
갈림역부터 여기까지의 요금은 A정기권으로는 안되는 B라인이죠.
이 구간은 학생 할인(한달 정기권만 적용)이 안되니까 성인요금(1일 티켓)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니 추가요금 120엔을 내셔야죠.
다다다 : 그건 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비록 A 정기권을 가지고 있지만 B 정기권을 이용해도 학생할인 요금으로 탈 수 있거든요.
게다가 개찰구만 다르지 어차피 같은 역 아닙니까?
역무원 : 어찌되었든 지금 님은 A정기권만 가지고 있고 B정기권은 없지요?
그러므로 B라인에 해당하는 갈림역에서 목적지까지는 일일티켓인 성인요금으로 적용해야겠죠?
그 정기권은 학생요금이니까 성인요금일 때 발생하는 추가요금을 내셔야죠?
정~ 추가요금을 내기 싫으시다면, 다시 갈림역까지 돌아가셔서 A라인으로 갈아타시면 됩니다.
(두 라인은 원래 정기권 하나로 양쪽 다 이용할 수 있다. 단, 학생할인 정기원의 경우 한쪽만 이용가능하다.)
다시 갈림역으로 갔다 오면 나는 발표에 늦을 것이 뻔했다. 그러나, 역무원의 꽉막힘에 화가 났고 오기가 생긴 나머지 다시 갈림역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개찰구를 나가지 않고 되돌아오더라도 전철을 타면 추가운임을 받는 역무원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일본 전철에서 생긴 일1)
다시 돌아가라면서 왜 거기에 대한 왕복 요금을 내라고는 하지 않는 것인가? (일본 전철에서 생긴 일2)
결국, 일본의 전철 역무원 둘을 통해, 융통성이란 없으면서 자기 맘대로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일본하면 정확한 메뉴얼이 있고 그대로 진행하는 질서정연한 나라,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어기지 않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들은 그것이 믿음이고 신뢰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지나친 원칙주의에 염증을 느낄때가 있다. 원칙을 만들어 고수하고자 한 본목적은 어딘가로 사라진데다, 융통성이라는 기름까지 거부하니 뻑뻑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일례로, 약 5년전, JR아마가사키 역에서 오전 출근시간에 열차가 2분 늦은 적이 있었다. 20대 중반의 그 열차 기관사는, 늦은 2분을 만회하기 위하여 무리하게 속도를 내 코너를 돌다가 열차 탈선으로 140명이 죽었다.
기관사는 정시 운행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로 인한 희생은 너무 참혹했다.
철저히 고수하는 그들의 원칙을 때로는 슬며시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은 나뿐일까?
추신: 일본의 원칙주의는 장점도 참 많고 한국이 배워야 할 점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언젠가 이러한 점도 포스팅할 날이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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