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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1월 7일 일본 풍습으로 먹는 풀죽을 먹으려다....

매년 1월 7일이 되면 일본인들은 일곱가지 봄채소를 이용한 죽을 먹는 풍습이 있다.
이때 먹는 봄채소를 하루노 나나쿠사(春の七草:봄의 7채소)라고 하고 봄채소 이용한 죽을 나나쿠사가유(七草粥:7야채죽, 풀죽)라고 부른다. 

                                                  일곱 가지 봄채소는 미나리, 냉이, 쑥 ,패랭이, 광대나물, 순무, 무이다.
                                                   이 채소들은 피를 맑게 해주고 신진대사와 소화기능을 개선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7채소를 이용한 죽은, 간이 진한 설날 요리에 물린 혀와 무거운 위를 리셋해주는 데 딱 막는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우선, 1월 7일 풍습의 의미에 대해 살짝 알아보자.
7채소를 이용한 죽을 먹는 이 날은, 진지쯔(人日) 즉, 사람의 날이라고 한다. 옛날 중국에는 정월 초하루(1월 1일)부터 각 날마다 동물로 점을 보고 해당하는 동물은 죽이지 않는 풍습이 있었는데, 7일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 날의 의미인 '인간'을 중히 여기는 차원에서, 봄의 7채소로 1년의 무병무재(無病無災)를 비는 풍습이 생겼다. 이 풍습이 처음 생겼을 때는 음력을 사용했던 때여서 지금의 양력 달력으로 하면 2월이 된다. 그것이, 1월 초인 설에 간이 진한 설음식(오세치요리)로 약해진 위를 달랜다는 의미가 담긴 지금의 풍습으로 자리잡았다.

 
슈퍼에 가니 7채소를 세트로 해서 많이 팔고 있었다. 오세치요리(일본의 설날 음식)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사다 먹지 않았지만, 죽은 좋아하는지라 사다 만들어 볼까 고민을 했다.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보니 죽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맛난 나나쿠사 요리를 해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친구 미유키 씨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 1월 7일은 나나쿠사 먹는 날인데, 나 만나려고? "

" 어..그날은 그날인데...난 그냥 한국 요리가 먹고 싶어서....같이 갈래?"

" 어...엉..."

그래서 1월 7일 나는 나나쿠사를 먹는 대신 미유키 씨가 좋아하는 한식집에 가서 한국 요리를 실컷 먹었다. 
1월 7일인데 '왜 나나쿠사를 안 먹느냐?' 하니, '설날에 시댁에 오래 있지도 않았고, 설 연휴 내내 거의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설음식을 먹지도 않았는데 위 풀 일이 뭐가 있냐' 한다. 게다가, '무병무재라는 의미를 생각해봐도 풀죽보다 한국 요리가 더 영양가가 있지 않냐'고 한다. ㅋㅋ
풀죽은 평소 '소화 안 될 때, 아플 때면 먹는 요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내 주변의 일본인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부들을 보면, 어떤 사람은 설날에 시댁을 가도 하루이거나 한 끼 식사를 나누는 정도이고, 심지어 오늘 만난 미유키 씨는 새해 인사만 하고 밥도 안먹고 집으로 온다고 한다. 시댁과 사이가 나쁘냐고 하니 그것도 아니란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며느리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아도 매우 놀랍고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반면, 카요 씨는 시어머니랑 같이 살고 있어서 남편 형제 가족들이 다 모여 매우 바쁜 설날을 보낸다고 한다.

설날에도 오세치 요리를 사다가 대충 먹고, 또, 오늘 먹는 나나쿠사에 대해 관심이 없는 미유키 씨를 보면서 나또한 한국에 살 때는 이런 풍습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부모님이 해주시기에 따랐지..혼자 살거나 나중에 결혼을 해서 산다면 그렇게 챙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일본이라는 타국에 사니, 오히려 그런 날들이 눈에 더 띠어 챙기게 된다. 일본에서는 구정은 쉬지 않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없을 것 같아 신정에 미리 만두를 빚어 먹었다. 한번 만들어보니, 한국 구정 즈음에 맞춰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량 주부인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이다.
친정 엄마는 "뭐, 우리 다다다가 만두를 빚었다고?? 이제 다 컸네.." 라며 30대 중반이 된 딸을 어린애 취급 하신다. ㅋㅋ '엄마 그런 말 하면 남들이 웃어' 라고 해도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막내 딸이 만두를 빚은 사실이 여간 기특한 게 아닌 모양이다. (ㅡ,.ㅡ);

또, 나는 이왕 일본이라는 나라에 살게 된 김에, 일본의 풍습도 경험해보려고 노력을 한다.

그래서 1월 7일 일본 풍습으로 먹는 풀죽을 먹으려 했으나...

일본의 풀죽을 앞지른 한국 요리의 뿌듯한? 아쉬움?으로 마무리를 하고 내년을 기약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