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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문자, 메일을 대신하는 일본의 연하장

이맘때쯤 일본의 상점가, 백화점, 문구점의 한쪽 켠에 가보면, 연하장들을 판매하고 있는 곳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연하장이라고 하면 비지니스 측면으로 보내는 형식적이고 재미없는 카드라는 이미지 뿐이었기에, 보낸 적도 받은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연말 연시 때 이용하는 것은 연하장이 아니라, 휴대폰 문자, 싸이월드 방명록, 이메일 카드정도였던 것 같다.

일본에 와서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연하장을 주고 받는 문화이다.
젊은 층일수록 휴대폰이나 인터넷으로 연하장을 대신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일본에서는 나이나 성별을 불문하고 연하장을 많이 주고 받는다. 


                                        작년에 받은 것들 중 일부로 연하장의 앞면의 모습


                                                            연하장의 뒷면

전자 상가에 가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가전 제품이 있으니, 바로 연하장 전용 프린터기이다.

                                                   사진을 넣거나 주소를 쓰거나 할 수 있음

또, 일반 프린터기를 사도 엽서 만드는 기능은 기본적으로 붙어 있어 연하장을 만드는데 이용한다.


                                                       우리집 프린터기 엽서 만들기 기능

일본의 연하장 문화는 18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며, 이것이 본격적으로 제도화된 것은 1900년 초반이라고 한다. 우편 제도가 발달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고, 지금도 일본인들은 매년 30~100장, 많게는 수백장의 연하장을 가족, 친지, 친구, 비지니스 파트너 들에게 보내고 있다.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연하장을 쓰려고 생각하는 사람 86%, 평균 보내는 통수는 59.5통, 10대는 휴대폰 메일이 많다.
메일로 연하장을 보내는 이유는 간단해서 라는 이유가 81%, 메일보다 엽서로 받는 연하장이 기쁘다고 하면서도 준비가 매우 귀찮은 작업이라도 말한 사람도 80%가 넘는다.

2010년 조사. 보내려고 하는 연하장 수는 평균 60.1통. 
직업별로 연하장 보내는 수  :  경영자 177.9통, 회사원 5.15통, 전업주부 48.8통, 학생 16통

연하장을 휴대폰이나 인터넷으로 대신하는 경향이 한 젊은 층일수록 의외로, 친필 연하장을 받으면 기쁘다고 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내가 일본의 연하장 문화에 동참하게 된 것은 작년부터이다.
권 군의 13년 일본 생활을 뒷받침해주듯, 많은 사람들에게 연하장을 만들어 보내야했고 그것을 돕는 것이 시작이었다. 

이것이 내가 작년에 만들어 보낸 호랑이해 연하장(7장), 프린터기를 이용해 호랑이 무늬를 넣고 주소도 써넣었다. 


   올해는 '토끼 분장을 한 쿤을 잡고 있는 다다다의 사진'으로 '토끼의 해' 를 코믹하게 표현해보았다.
   일본에서는 보편적인 세로쓰기 연습을 할겸 직접 주소를 쓰라는 쿤의 분부에 인쇄하지 않고 직접 썼다. 18장 이었지만, 죽는 줄 알았다. T,T
  
연하장은 우체국에서도 특별 우편으로 취급하여 정해진 날짜(12월 25일~28일)에 보내면 1월 1일에 반드시 배달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배달을 위한 아르바이트생을 특별히 대거 고용하여 부족한 일손을 대신하고 있다.

연하장은 판매하는 곳이 다양해서 어디든 가서 살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것을 이용한다. (장당 50엔(700원) 정도)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엽서에는 일종의 복권과 같은 기능이 있어서 일정 시기가 되면 당첨자를 발표하여 상금과 상품을 준다. 수혜자는 그 엽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므로 타인에게 받은 엽서가 기준이 된다.  
 
                                                       노란 선안에 있는 것이 번호

우리 부부도 매년 발표날이 되면 엽서 번호가 당첨되었는지부터 확인한다. 
이런 복권 기능때문에 연하장을 보낼 때 마다 고민을 하기도 한다.
해외로 나가있는 연하장이 당첨되면 어떻게 해야하지??
쿤과 나는 해외로 나가는 연하장의 번호를 기록해 두었다. 혹시 당첨되면, 해외에 있는 친구들에게 엽서를 돌려달라는 황당한 연락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하핫, 물론 지금껏 당첨된 적이 없는 것을 보면 괜한 걱정같기도 하다.)
 
이러한 연하장 문화로 인해, 일본은 이사 후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쓴 엽서를 보내기도 한다.

お近くにお越しの際はお立ち寄りください。 (저희 집) 근처에 오시면 들려 주세요.

이런 엽서는 진짜 집에 놀러오라는 말이라기 보다는 이사를 했으니 주소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불과하다. 한번은 우리 학교 교수님이 저런 문구가 한국에도 있냐고 질문을 하신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하자, '그럼 친척, 친구, 지인이 이사를 해도 주소를 모르는데 난처하지 않냐?'고 되물으신다. 한국에서는 주변 지인들의 메일 주소는 알아도 집주소는 일일이 알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나 역시 결혼한다고 청첩장 보낼 때 빼고는 필요하지도 않았고 궁금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ㅋㅋ

요며칠 크리스마스를 즐기기는 커녕, 연하장 쓰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작년에는 7장 보내고 3장쯤 받은 것 같다. 그나마도 뒤늦게 알고 보낸 것이라 1월 1일에 제대로 받은 것은, 쿤이 불쌍하다고 써 준 것 한 장뿐이었다. 어느 덧 두 번째 맞는 연말, 보내는 양도 받을 양도 늘어났다.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매우 귀찮은 숙제처럼 느껴질 것도 같다. ㅋㅋ




덧붙임 : 쿤이 몸살이 나서 며 칠째 누워있어요. 지난 번에는 담에 걸리더니만, 이제는 감기로 몸살까지.. 휴~ 쿤에게 메일 보내신 분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