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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 살면서 영화관에 가기 싫어진 이유

우리 부부는 일본과 한국이라는 거리를 두고 장(원)거리 연애를 했다.
그래서 커플들의 그 흔한 데이트 코스인  영화 관람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남편이 풋풋한 첫 연애 상대도 아니었는데,
 남편과 처음으로 함께 본 영화 티켓은 지금도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다.

우리 부부가 처음 본 영화 티켓..ヽ(*´∀`)ノ

연애하는 동안 우리가 같이 극장에 가서 본 영화는 통틀어 딱 두 편뿐이다.

원거리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연애를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고민과 바람을 가지고 있다.
남들이 크리스마스에 '어디에 갈까?', '무엇을 사줄까?' 를 고민할 때
 원거리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함께 크리스마를 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를 고민한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문자를 주고 받고, 갑자기 연락해서 만나고,
쉬는 날에 가까운 곳에 가서 영화를 보고 싶은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지만,
원거리 연예에서는 그마저도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가 결혼을 했다.

이제는 모든 걸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일본에서 함께 살게 되면  '매주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리라' 외치며
그동안 못한 데이트를 맘껏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영화관 가기는 희망처럼 이루어지지 못했다.

영화 관람료가 너무 비쌌던 것이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영화 티켓을 돈주고 사 본적이 없다.
 무료 티켓이나 포인트를 한번씩 왕창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충격이 컸다.)



 일본의 영화 관람비 일반 1,800엔(대략 25,000원)

물론, 할인 받을 수 있는 날이 있기는 하다.

할인받아도 1,000~1,200엔 (13,000~16,000원) 

우리 부부가 이용할 수 있는 날을 찾아보니, '부부의 날', '매달 1일','아침 일찍',' 늦은 저녁' 정도.
할인 받아도1,000엔에서 1,200엔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둘다 일을 하는 상황에서 평일 할인 혜택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일본의 물가를 생각하면 '1,000엔' 정도야 대단히 비싼 것도 아니고,
 문화생활 즐기며 스트레스도 풀수 있다면 투자해도 될만한 금액이긴 하다.

큰 문제는 영화비만 드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 부부가 주말에 나가 영화 관람과 식사를 한다는 가정 하에
계산을 해보면 다음과 같은 금액이 나온다.

                영화비 : 1, 800엔     *2        = 50,000원
                식사비 : 1,000엔~   *2           =   27,000원~            (1,000엔은 대략 잡은 것이다.)
                주차비 및 기름비 : 1,500엔       =   20,000원               (주차시설은 거의 없음.
                                                                                                                   지하철을 이용해도 반은 든다)


                                     거의 10만원이 든다. 이걸 매주?? 어림도 없다.                                          
엔고를 적용하지 않고 계산해도 싼 편은 아니다.

쿤과 함께 살게 되는 날이 오면 매주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겠다는
나의 기대는 현실적인 돈계산과 함께 휘리릭~ 날아가 버렸다.

가끔, 쿤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면,

"그 돈이면 그냥 집에서 비디오 보고 고기 잔뜩 사다가 구워 먹는게 낫지 않을까?" 

나도 어쩔 수 없는 주부인 것이다.

일본 사는 것이 싫어질 때도 이럴 때다.

못 먹고
못 보고
.......

그래도,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엔 큰맘 먹고 극장에 가볼까?

아니...
 
그 돈이면...

마음은 아직도 갈 곳을 몰라 갈팡질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