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인은 크리스마스때 케이크를 먹고, 한국인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일본에서는 휴일이 아니다.
올해는 그나마 토요일이어서 휴일과 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12월 23일은 천왕 생일이라 휴일인데도 전철에 일본 국기 매달려 있는 것과 뉴스를 통해 접한 천왕의 인터뷰 이외에는 아무런 행사도 없었다. 일본 사람들에게 있어 천왕 생일은 '그냥 쉬는 날'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천왕 생일에는 아무 것도 안 하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가 되면 너도 나도 '크리스마스 케이크' 를 사기 위해 열을 올린다는 사실이다.

백화점이나 빵집도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들어 파는 것은 일 년 중 큰 대목이며, 당일 날 사려면 기본 한 두시간 씩 기다리는 일도 생기기 때문에 인터넷 등으로 예약을 받기도 한다. 

나 역시 한국에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연인, 친구, 가족과 특별하고 재미있게 보내려고 해왔지만,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의식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든 없는 집이든 상관없이 모든 일본인들이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는다는 사실이 참 낯설게 느껴졌다.

일본인들은 평소에도 케이크를 매우 즐겨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가끔 먹어서 의미있는 메뉴도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크리스마스 케이크'라는 이유를 달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연례 행사처럼 치루는 것이 참 재미있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올해는 우리도 일본인들처럼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어야겠다는 결심을 세웠다.
그 이유는 일본의 케이크는 정말 맛이 끝내주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사는 지역은 일본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빵집과 케이크집이 있는 곳으로 일본인들조차 이 곳의 '케이크 최고! 빵 최고!'를 외칠 정도이다. 가끔은 관광하러 오는 친구들로부터 '도대체 어디가 제일 맛있는 곳이냐? 유명한 곳을 알려달라' 는 질문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 조언을 구하고자 하면 '너무 많아서 추천할 수도 없고 맛없는 곳이 없어서 굳이 추천할 필요도 없다' 고 말한다.
(일본은 전국 어디에 가도 빵이 맛있다. 그 중에서 이 곳은 한 수 위인 것이다. 내년 2월에는 일본 친구들과 모호텔의 조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곳은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최고의 조식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란다. 다녀와서 꼭 포스팅할 것이다.)

그리하여, 12월 25일..

나는 시내에 있는 케이크를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 우선, 보는 즐거움이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의 각양각색의 케이크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특별 케이크를 찍고 싶었지만 촬영금지라서 찍을 수 없었다. 그래도 내년에는 도전해 볼 생각이다. 기대하시라.)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산타나 루돌프 등의 장식이 많이 달려 있고 굉장히 깜찍하다. 컵케이크나 조각 케이크라도 위에 보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것 같았다. 위 사진들은 예전에 찍어둔 것으로, 평소에도 늘 진열되어 팔고 있는 것들이다.


두 번째는 그 가격에 또 한 번 놀랐다. 평소에 케이크를 자주 사다 먹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가격은 알고 있던 터였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평소보다 꽤 비쌌다.

                                             (이 사진 역시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진이 아니다.) 
                              겨우 지름 15cm 케이크 가격이 3,500엔(49,000원). 지름 25cm 케이크는 5,000엔(70,000원) 정도였다.
                              그런데도 불티나게 팔리는 걸 보면, 일본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나는 백화점 지하 케이크 코너를 한 30분 간 꼼짝없이 사람들의 물결과 함께 휩쓸려 다니다가,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빈손으로 집에 돌아오고 말았다. 마음에 드는 케이크가 있었지만 너무 비쌌고, 작고 저렴한 것을 사려고 하니 줄이 길어 백화점 입구까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니, 감기 기운이 있었던 쿤은 몸져 누워 있었고, 같이 보려고 준비했던 영화도 케이크도 다 물건너 갔다.

하루가 지나자, 쿤이 조금 기운을 차린 것 같았다. 전 날 보고 온 케이크 생각도 나고 아픈 쿤에게 단 것을 좀 먹여야겠다는 구실도 생겼기에 다시 백화점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 특별 케이크는 이미 동나고 없었다. 그래서 쿤이 좋아하는 딸기 토핑의 조각 케이크와 내가 좋아하는 치즈 조각 케이크를 하나씩 사서 돌아왔다. 저렴한 통케이크도 많이 보였지만, 쿤도 나도 케이크를 그렇게 열광하며 먹는 편은 아닌지라 조각으로 택했다.


                                                가격은 두 개 합쳐서 13,000원 정도.
                                                너무 크기가 작아서 좀 화났지만 맛은 역시 쵝오~!



                                                  그리고 선물로 받은 독일의 나무 케이크 Baumkuchen 도 개봉했다.
                                                  일본에서는 유럽의 온갖 유명한 요리나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게다가 그 맛의 수준 또한 본국을 넘어선다고들 한다. (본국 것은 못 먹어봐서..T,.T)


아픈 쿤을 깨워 지난 번에 보려던 영화를 틀고, 케이크를 먹으며 뒤늦은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보았다. 요며칠 입맛이 없다며 밥도 제대로 못 먹던 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다 먹고 나서 본격적으로 영화에 집중하려는데 갑자기 쿤이 그런다.

" 다다다야, 우리 이제 김치찌개 끓여서 밥먹자~!! "

"엉?  엉. (ㅡ,.ㅡ) "

저녁 대신으로 먹으려고 사온 케이크를 다 먹고 나서도 저런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이제 다 나은 모양이다.

제아무리 일본 고베의 케이크가 유명하다고 해도, 지난 달 한국에서 가져온 친정엄마의 손맛 김치로 끓이는 김치찌개에 이길 재간은 없는 것 같다. ㅋㅋ

혹시 누군가,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김치찌개'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쿤과 나는 100번을 물어봐도 이렇게 말할 것 같다.

" 당근 김치찌개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