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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일본의 반려견의 모습

일본에서 살게 되면서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우리 꼼비(반려견)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긴 버릇 중 하나는, 주변에서 강쥐들이 보이면 넋을 잃고 보는 것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반려 동물을 데리고 동네를 산책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쉽게 발견할 수 있기에, 나의 버릇은 점점 고질병처럼 굳어졌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괜히, 동네를 어슬렁 어슬렁 거리고 싶은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즈음 동네 강쥐들도 산책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릴 시간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도 같다. (흐..심각한가?)

주변 강쥐들을 훔쳐보는 다소 처량한 버릇을 가진 나를 가장 만족 시키는 장면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주인을 기다리는 강쥐' 의 모습들이다. 저녁에 장을 보기 위해 동네 마트로 향하면 마트 앞 입구에 묶여 오직 주인만을 기다리는 애처로운 눈길의 강쥐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나는 단순히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마술같은 본능적 능력을 관찰하는 것이 즐거운 것이다. 주인이 마트의 복잡 다단한 모퉁이를 돌아 입구로 나오기 약 4~5분 전이 되면 본능적으로 강쥐들의 움직임은 흥분하기 시작한다. 예상대로 주인이 모습을 나타내는 순간 시작되는 그들의 온몸을 불사르는 반가움의 표현은 가히 감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한 방송에서 본 '강쥐와 주인 간의 텔레파시' 실험...

집에 있는 반려 동물과 밖에서 친구를 만나는 주인을 각각의 카메라로 동시 시간대를 촬영한 것이었다. 주인이 한창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실 때는 낮잠을 자거나 조용히 혼자 놀던 녀석이..주인이 가게를 나와 친구와 헤어지려하자, 갑자기 현관으로 다가가 주인을 기다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주인은 한참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지만, 강쥐의 현관앞 지킴이는 계속되었다. 

강쥐들은, 마트에서 주인이 보이지 않아도 장을 다 보고 나오기 까지의 과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어찌되었든, 나는 어디를 나서든, 어느 순간부터 주인을 기다리는 강쥐들의 모습을 휴대폰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녀석들을 발견하는 쾌감이 내게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시내에서 만난 이 녀석들. 우리 꼼비와 같은 닥스훈트다. 동네 도서관 큰 길가에 묶여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나오기까지 20분이나 지났지만 녀석들의 지루한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동네 상점가에서 만난 백구 녀석. 주인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깐 볼 일을 보러 간 사이 어찌나 다소곳이 발을 모으고 주인을 기다리는지..저 자세 하나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벅차 오른다. 녀석의 머릿속에는 " 우리 할아버지 언제 오실까" 밖에 없지 않을까..녀석들의 단순하고 일방적인 해바라기 사랑이 나는 너무 좋다.


오늘은 내가 찍은 '주인 기다리는 강쥐' 베스트 올려보고자 한다.


바로 이 녀석들. 영국 황실견으로 알려진 웰시코기 두 마리다. 여기가 어딘고 하니, 우리 동네 관광지에 자리잡은 '다이마루' 백화점 입구이다.  나의 시선을 가장 끈 것은, 목줄도 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이었다.




번화가인지라, 가끔 사람들이 몰리기도 하는데 녀석들의 부동 자세는 변함이 없다. 찬 바닥에 엎드려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주인의 "앉아" , "기다려" 를 충직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기만 하다.




쿤과 오랜만에 외출한 나는 일정이 바빴지만, 녀석들의 주인과의 감격스런 상봉을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백화점으로 들어가 녀석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주인은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입구 쪽에서부터 녀석들을 향해 걸어가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리 아무리 기다려도...주인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내 주인도 아닌데 내가 더 지루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걱정이 되어, 가까이 가서 녀석들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녀석들, 표정이 너무 안정적이다. 초조함도 주저함도 보이지 않는다.




녀석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참다 못해 손을 내밀어 본다. 내 손길을 묵묵히 받으면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아주 가끔 주인이 사라진 곳으로 예상되는 곳을 흘끔 거릴 뿐.....




녀석들의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었다. 미동도 별로 없는 것을 보면 주인 오려면 한참 남은 것이 분명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동상처럼 앉아 있는 녀석들이 거짓말처럼 일어나 꼬리를 흔들고 주인의 허벅지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녀석들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참 든든할 것 같다.

한편,
내가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우리 집 현관의 찬 돌에 배를 깔고 나를 기다리는 우리 집 꼼비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저 녀석들의 기다림이 지루하고 힘든들, 꼼비 너만 하겠니?
일 년에 두어 번 한국 가는 누나를 기다려 주는 우리 꼼비..너무 사랑해.





추신 : 절대 버려진 게 아닙니다.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목줄없이 저리 두고 간 경우는 좀 아주 드문경우인 것 같고요.
         목줄해서 상점이나 마트 앞에 묶어놓는 경우는 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