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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혼인 신고 먼저 하고 결혼하는 일본

일본인이 바라보는 한국 결혼식에 대한 포스팅을 하고 일본 결혼식에 다녀온 지 벌써 2주가 넘었네요.


본 주인공들까지 다 합쳐 고작 20명에 불과했던 일본의 결혼식에 참여하다보니 사진도 마음대로 찍기 힘들었죠. 게다가, 하필이면 결혼식 시작하는 순간에 카메라 배터리가 끊기는 불쌍사도 있었답니다. 그래서, 사진 요청을 해 둔 상태인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인 거 보면 결혼식 포스팅은 좀 더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대신 그 날 결혼식을 보면서 조금 인상깊었던 점을 바탕으로 일본 결혼 맛배기 포스팅을 해보고자 합니다.


결혼 전 혼인 신고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지지난 주, 우리 부부가 참여했던 일본 결혼식의 당자사들은 한남일녀 커플로 지난 3월에 이미 혼인 신고를 한 명백한 부부였습니다. 당연히 신방을 꾸려 이미 한 집에서 한 이불을 덮고 살고 있던 사이고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고 한다면, 외국인 남편의 비자 안정을 위해 빨리 혼인 신고를 한 것을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한국과 일본의 결혼과 혼인 신고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본에서 결혼 전 혼인 신고는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게 자연스런 절차입니다. 물론 일본에도 우리 나라처럼 결혼 후 혼인 신고라는 절차를 밟는 사람도 있지만, 혼인 신고 후 결혼식을 하거나, 혼인 신고만 하고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결혼식을 나중에 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이유, 시간적인 이유, 보험 대출 세금 기타 등등의 이유가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혼인 신고와 결혼식의 순서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대부분입니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맞추는 것일 뿐인 것이죠.

스타의 결혼 발표도 다르다


다음은 일본의 유명 배우 '히로스에 료우코'의 결혼 발표(재혼)에 대한 신문 기사의 일부입니다.

<일부 번역>
제목 : 히로스에 료우코, 양초 아티스트와 입적 (호적에 들어감, 즉 혼인 신고를 의미)
         여배우 히로스에 료우코(30)가 9일, 양초 아티스트 candle JUNE 씨와 입적한 사실을
         소속사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

한국과 다른 점 발견하셨나요?
언제 어디서 누구와 결혼한다는, 결혼 예정을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이미 혼인 신고한 사실을 보고하는 식의 결혼 발표가 참 많습니다. 추후 결혼식을 성대하게 혹은 소박하게(친지들과)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결혼식을 안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배우의 경우  재혼이라서 그런거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초혼 재혼 여부와는 관계없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의 신문과 비교해 보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는데요.
추성훈이 일본인 아내와의 혼인 신고를 먼저 발표했었죠. 7개월이 지나 올린 결혼식에 대한 신문 기사와 잡지사 인터뷰를 보면 확인한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제목을 보시죠. '추성훈 아내' 시호, "뒤늦은 결혼식 두렵지 않았다" 라는 제목이 눈길을 끕니다. 일본의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저 제목이 상당히 한국식 사고에 근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추성훈 아내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죠.


한국이기에 가능한 질문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에서 혼인 신고를 늦게 하는 이유

한국에 있는 제 친구들 중에서 결혼 전에 혼인 신고를 한 경우는 한 건도 없습니다. 옛날 어른들의 '혼인 신고'부터 하고 살다가 결혼했다는 말은 들어 보았지만 요즘 시대에는 그리 일반적이지 않은 듯 합니다.

이혼률이 높은 연예인의 경우는 혼인 신고를 미루는 경향이 더 많다고 하는데요.
몇년 전, 모 연예인의 경우 팬들 앞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뒤 1년 이상 부부처럼 살았지만, 사별 후 보니 정식 부부가 아니었다고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결혼할 당시만 해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끼리 하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 결혼을 해도 혼인 신고는 적어도 6개월이나 1년 뒤에 해야 해. 혹시 남편(아내)이랑 문제가 생길 수도 있잖아. 금전적으로 손해나는 건 있지만 이혼 경력이 생기는 것보다는 낫지."

진정으로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조차 저런 말을 하는 걸 들을 때면, 살짝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는데요. 그러면서도 내심, 혹시 진짜 내 남편(아내)이 이상할지도 모르잖아? 라는 계산적인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고 나면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아 감수해야할 부분이 많아선지, 제 친구들도 한 두달 늦어도 석 달 안에는 혼인 신고를 하더군요.

그런데, 혼인 신고가 늦어지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더군요.
제가 결혼을 하고 나서 혼인 신고를 하려다가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요.


" 다다다, 단순히 배우자에 대한 확인 절차가 필요해서 혼인 신고를 늦게 하는 게 아니야.
너도 너네 집에 하나밖에 없는 딸이잖아. 아들과 달리 딸은 호적에서 나가기 때문에 딸이 빠진 호적을 보는 너희 부모님 심정을 생각한다면 너무 급하게 서두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게 좋아. 우리 부모님도 서운해하시더라고.."
( 오히려 부모님의 권유로 2주 만에 신고했지만요..흐흐)
   
 
일본 친구들에게 직접 물어 보니

결혼한 일본 친구들에게 물으니 혼인 신고를 먼저 했다고 합니다. 집을 구하는 등의 결혼 준비 절차가 혼인 신고를 해야 더 수월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는데요.

"혹시 혼인 신고를 먼저 해서 손해본 느낌같은 건 없었어? 한 두달 살다가 이혼하는 사람도 있잖아"

"그런 생각은 안 해 봤는데…그러려면 뭐하려 결혼하지? 오히려 이혼률이 높아지면서 결혼식을 생략하려는 사람은 봤어. 사람 다 불러놓고 결혼한 뒤에 이혼하면 민망하잖아..."


불과 몇 명의 친구들과 나눈 대화지만, 일본의 경우 혼인 신고를 먼저 하는 것이 자연스런 절차라는 것, 그래서
혼인 신고하기까지의 기간에 대해 한국처럼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