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한국 사람들은 결혼을 할 때, 부모님이 집을 준비해 주거나, 혼수를 다~ 챙겨준다는데, 정말이에요..??"
한국어를 배우는 2인 1조의 맴버 중 한 사람이 수업 시작 전에 느닷없이 던진 질문입니다.
너무나도 생뚱맞은 질문에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드라마에서 봤는데, 부모님이 자식 결혼 준비에 고민을 하고, 잘 해주지는 못해도 남들 하는 거 만큼은 해 주고 싶다는 대사가 이해가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문제는 그런 대사가 드라마 여기 저기에서 나오고 있고, 그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 를 부모님이 준비해 준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그 질문에 대해 결코 부정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한국의 사회적 구조를 설명해 주었고, 2인 1조의 또 다른 한 사람도 참가하게 되어 3명이 열띤 토론을 하게되었답니다.
<한국의 결혼 준비>
한국에서는 결혼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을 받는다고 봅니다. 아니 사실입니다.각종 패물이나 예단, 그리고 결혼식에 들어가는 경비, 하객 모집 등 부모님의 힘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신랑측에서는 신혼집을 준비하고, 신부측에서는 신혼집에 들어갈 혼수를 준비하냐는 일본 친구의 질문은 어쩌면, 일반적인 한국 결혼의 풍습을 그대로 지적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부모님의 도움을 100% 받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수 천명 하객들의 축복속에서 초호화 결혼식을 올리고, 50평 이상의 강남 지역 아파트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변변한 결혼식 조차 못 올리고, 단칸방에 신혼 집을 마련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또, 결혼하는 당사자들이 조금씩 아껴서 모으고 저축해서 결혼 자금을 만드는 커플도 우리 주변에는 상당히 많습니다. 위에서 말하는 한국의 결혼 풍습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우리 한국의 결혼 풍습입니다.
저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혼은 부모님께서 자식에게 해 주는, 그러니까 자식의 인생에 있어서 부모님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배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부모님에게 의지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며, 자식을 독립(출가) 시키는 부모님의 입장에서 새 출발의 기초를 확실히(?) 마련해 주려는 자식 사랑의 표현이 있기에 생긴 풍습이라 생각합니다. (혹은 그 반대이기도 하죠. 결혼 전에 가지고 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라구요. 제가 결혼할 때, 제 힘으로 결혼하려고 하자, 주변에서 부모님께 왕창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니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으라고 충고하시는 분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늦은 대학 졸업, 어려운 취업, 남자분들은 군대까지,,, 어쩌면 이런 우리식 사회구조가 자식들의 독립할 나이를 점점 늦추어 놓았고, 경제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부모님의 배품은 자연스레 생긴 풍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저의 설명을 들은 일본 친구들은 납득이 가는 듯 안 가는 듯 다음과 같은 말들을 늘어 놓았습니다.
<일본의 결혼 준비>
일본 사람들의 결혼은 부모님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대부분 본인들의 힘으로 합니다. 물론 부모님의 원조가 아예없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피로연을 부모님께서 준비해 준 답니다. 그 이유는, 가족 행사이다 보니까, 부모님의 친지/지인들의 초청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식대비로 1인당 약 3만엔(42만원) 정도가 나가지만, 대부분 축의금으로 들어오니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은 없다고 하네요. 또, 한국과 비교해보면, 초대장을 받은 소수의 손님만으로 피로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조촐하기도 하구요. 초대장을 받은 경우에는 간다 안간다 확실히 답을 해 줘야 합니다. 한번은, 당일날 남편과 부부동반으로 가려다가 그건 좀 곤란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회답의 내용을 보고, 하나하나 자리 배정을 하다보니, 갑작스런 부부동반은 민폐이며, 당일 불참 또한 커다란 민폐라는 것도 알았습니다.패물의 경우에도 결혼 반지 하나, 그리고 커플링이 고작(?)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근데 그 결혼 반지라는 게 남자 쪽에서 월급의 약 3개월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의 반지를 준비하는 것이 상식적인 가격이라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말하는 신혼집과 혼수..
아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일본은 전세가 없습니다. 금리가 낮은 것이 이유가 되겠죠?
전세가 없다보니 결혼을 하게 되면 my home 을 구입하거나, 월세 생활을 하거나, 또는 시댁이나 처가로 들어가서 부모님과 같이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부유층에서의 자식을 위한 신혼집/혼수 준비는 논외입니다.)
대부분의 일본 커플들은 결혼과 동시에 월세 생활을 하게 되고, 그런 월세 생활로 시작하는 것을 으례 당연히 생각합니다. 평수도 중요하지 않고, 아파트냐 단독이냐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관심사는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집세가 얼마인지, 역까지의 도보 이동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회사/학교까지의 이동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주변에 뭐가 있는지, 주차장은 있는지가 집에 대한 주된 관심사더군요.
신혼 산림 또한 최소한의 필요한 것을 구입하거나, 오래되거나 망가지지만 않았다면 기존에 본인들이 사용하던 것을 쓰는 게 기본입니다. 그러니까 혼수라는 단어는 없고, 가구나 가전 구입비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더군요.
신혼집이나 가구나 가전 구입비는 본인들이 결혼 자금으로 마련한 돈으로 해결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신혼부부들은 약 5년~10년을 두고 my home 구입 계획을 잡습니다. 다달이 저축을 하면서 선금조로 약 500만엔~1,000만엔을 준비하고 집을 살 때는 30년 상환의 융자를 끼고 삽니다. 평균적으로 한달에 10만엔씩 30년 동안 갚아나가는 셈이죠. (일본 국민은 가난하다는 말, 이런데서 나오는 거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국에서 자주 듣던, '남자 쪽이 준비해놓은 것이 없어(특히, 집) 결혼을 망설인다'는 말은 일본에서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일본의 결혼 풍습을 듣고 상당히 놀랐으며, 조금은 혼돈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일본 젊은이들의 그런 결혼 풍습이 가능하게 된 것은, 군대가 없는 점, 대학진학율이 50%도 안 되다 보니 빠른 사회 진출로 인해 돈을 일찍부터 벌 수 있다는 점, 아르바이트 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우리의 한국 사회가 뭔가 조금은 잘못되어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운이 좋게도 대학다닐 때 줄곧 아르바이트를 했고, 졸업한 후에 곧바로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해왔던지라, 부모님께 학비나 결혼 비용 부담은 드리지 않았지만, 보통 한국에서는 학비부터 결혼까지 부모님께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9년이라는 유학생활 동안 1원 한장 받지 않고 유학을 한 남편은, 결혼준비도 우리 힘으로 할 수 있으니까 부모님께는 하객만 부탁드리자고 하더군요. 현재, 살림살이도 남편의 유학생 시절의 헌 가구 뿐인지라, 혼수는 거의 안 들었어요. 새로 장만한 건, 티비랑 김치 냉장고가 전부랄까요. 한국의 멋스러운 신혼 집을 많이 봐 온 저는 처음에는 좀 불만이었는데, 비록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부모님 도움없이 결혼하는 것 자체가 작은 효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죠.
저희는 일본에 삽니다. 월세랍니다. 친구들은 제가 일본까지 와서 월세산다고 하니까 "헉~ 너 월세야~~"라며 안됐다는 듯한 말을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서울에서 기본 1억~ 2억 혹은 그 이상의 전세, 자가에 삽니다.(한 명은 7억 짜리에 삽니다.) 그래서 무슨 돈으로 그런 집을 구했냐고 물어보면, 대개가 시부모님께서 준비해 주셨다는 말을 당연하다는 듯 합니다. 그런 말을 남편에게 했더니, 남편은 피식~ 웃으며 한 마디 합니다.
집, 차, 혼수...!!!!
부모님께 받고, 빚지고 사고... 그래서 좋대??
그 친구들은 받고 갚으며 살지만, 우리는 베풀며 모으며 살잖아.. 누가 여유있는 걸까??
부모님께 받고, 빚지고 사고... 그래서 좋대??
그 친구들은 받고 갚으며 살지만, 우리는 베풀며 모으며 살잖아.. 누가 여유있는 걸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 한국과 일본은 너무 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의 이런 구조가, 부모와 자식 간의 무거운 짐, 집착이 되는 것 같아 우리 세대 부터라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숟가락, 밥그릇 만으로 시작해도 흉이 되지 않았던 시대.. 젊어서 고생 사서도 한다는데, 스스로의 힘으로 하는 결혼 준비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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