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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욘사마가 용사마가 아닌 이유

여러분 중에서 욘사마가 누구인지 모르시는 분은 아마도 안 계실겁니다.
왜 욘사마로 불리기 시작했는지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들리는 바에 따르면, 배용준을 보기 위해 공항으로 구름 떼같이 몰려든 일본 팬들끼리 몸싸움이 나서 작은 사고가 났고, 그 과정에서 팬이 하나 넘어져 있자, 배용준이 직접 차에서 내려와 팬을 손으로 잡아 일으키고 뒤늦게 치료비와 선물까지 보냈다는 훈훈한 이야기. 이러한 배용준의 신사적인 태도에 반한 일본 팬을 비롯한 일본 국민은, 그를, 욘짱이 아닌 욘사마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왜 배용준이 용사마가 아닌 욘사마불리는  궁금한 적 없으셨는지요?


일본인들에게는 욘사마든 용사마든 구별의 의미가 없다.

저는 현재, 일본에서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요, 글자를 떼고 읽기 시작하는 일본인들에게 발음 교정을 하기 위해 자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욘사마가 원래 용사마인 것은 알고 계세요?

음,.(고개를 갸웃)..뭐가 다르죠? 똑같이 들리는데....

눈치채셨나요? 일본인들은, 욘사마와 용사마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이걸 일본어로 써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요. 용사마를 일본어로 써보면 ヨン様 이렇게 되고,  욘사마를 일본어로 써보면 역시 ヨン様 밖에 표기 방법이 없죠. 다시 말해, 한국어에서는 명확히 구별되는(음운으로 존재하는) 받침 ㄴ, ㅇ (ㅁ) 이, 일본어에서는 ん 하나로 밖에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익숙한 일본인들에게 ㄴ, ㅇ 은 구별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글자라는 건 쉽게 구별되어 들리지도 않는 것이죠. (언어학적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어느 쪽도 상관없다면서 용사마는 안되는 이유?

언어에도 경제성의 원리라는 게 적용됩니다. 인간은 누구나 좀 더 쉽게, 좀 더 편하게 말하려는 경향이 있죠. 받침, ㄴ, ㅇ 중에서 좀 더 쉽게 발음되는 것은 ㄴ 입니다. 아직 발음이 완전하게 되지 않는 어린아이들 보세요. 멍멍이가 발음이 안되어서 '먼머이'라고 하죠?  일본인들을 직접 가르쳐봐도, 받침 ㅇ 을 올바르게 발음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ㅇ 이 여러 개라도 나오면, 발음이 너무 웃겨져서 그때부터는 한국어 공부가 아니라 개그가 되죠.

이런 현상을 직접 실혐을 통해 밝히다

얼마 전 캐나다에서 프리젠연수를 하고 돌아온 저는, 그 곳에서 미니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이러한 현상을 직접 실험으로 밝힌 적이 있습니다.

실험은 아주 간단한 거였어요. 일본인 한 사람과 한국인 한 사람을 불러서 종이와 연필을 하나 씩 주고 제가 부르는 한 글자를 각각, 자신의 모국어로 받아 적으라고 했죠. 결과는 다음 그림으로 확인해 보시죠.



                      제(가운데)가 입으로 낸 발음을 일본인과 한국인이 받아 적은 결과를 만들어 본 것.

이해되시나요? 우리가 명확히 구별해내는 받침 세 개를 일본인들은 전혀 구별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실험을 도와준 일본인 청년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결국 같은 글자를 세 번 써냈고, 이 실험을 지켜보던 일본 친구들 역시 아무리 들어도 똑같이 들린다면서 그걸 세 가지로 구별해내는 한국인을 보면서 감탄을 했죠.                                   


지하철에서 일본어 발음 놓고 말다툼을 벌이던 여대생 둘을 보면서...

한국어와 일본어의 이러한 언어적 특징은 일본어를 배우는 한국인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는 합니다. 일본어를 한국식으로 구별하려고 하는 것이죠.

일례로, '스즈랑노유(우리집 근처 온천 이름) 가자' 라고 말하는 저의 발음을 '스즈란노유지' 라고 지적하는 건 언제나 한국인 친구죠.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작년에, 한국에 가서 지하철을 탔는데, 마침 옆에 앉은 여학생 둘이 일본어 발음을 놓고 티격태격 싸우더군요. 결혼이라는 말의 일본어인 結婚(けっこん)의 정확한 발음이 겟(혹은 겍)꼰이다 아니다 겟꽁이다, 즉, 이냐이냐의 싸움이었습니다. 

한국어는 받침 ㅇ 을 많이 넣어 발음하면 좀 웃기게 들리는 경향이 있고 이런 습관은 일본어 발음할 때도 적용되어,  대부분은 ㄴ 쪽을 택해서 발음하죠. ㄴ 쪽으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그 쪽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요. ㅇ 으로 발음하는 친구가 있으면 콕찝어 지적을 하죠. 발음도 틀렸고 촌스럽다고요. 그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것이죠.

"일본인이 그걸 구별할 수 있어야 할텐데요...." 

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