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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인터넷 이전신청 29일 만에 연결된 일본의 인터넷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을까요? 모르긴해도, 인터넷 없이는 못 살거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봅니다.. 인터넷은 생활의 필수품(?)이라 말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쿤도 인터넷 없이는 하루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해외에 사는 친구들과 메일을 주고 받고, 인터넷 뱅킹을 하고, ip 전화를 쓰고, 그리고 블로그.... 이러한 것들은 인터넷이 없다면, 누릴 수 없는 혜택입니다. (인터넷이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쿤과 다다다가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은 전화선을 이용한 12M 짜리 ADSL 입니다.. 한국에서 100M 짜리 광케이블을 사용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답답하겠다는 생각을 하시겠지만, 기지국이 가까워서 그런지 업다운 속도도 제법 빠른지라 불편함은 못 느낀답니다..

지난 9월말...
지난 10여년 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귀국을 했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제 명의로 인터넷을 개설해 주었는데, 계약해지를 하려니까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쓰던 인터넷은 해지를 해도 위약금이 없었기에, 그 친구가 쓰던 인터넷을 가지고 오고, 제가 쓰던 것을 해지하기로 했었죠..

 전화 한 통으로 시작한 29일간의 지루한 기다림...!!

10월 2일..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해서, 인터넷 해지 신청과 이전 신청을 신청했습니다.. 그랬더니, 가정용 전화기가 있고, 전화연결에 문제가 없냐고 묻더군요.. 지금은 전화가 없지만 전화번호는 있다고 했고, 전화기도 곧 구매를 하려 한다고 했더니, 알았다면서 인터넷 이전 공사를 접수했고, 연결까지 걸리는 시간은 8일에서 14일 정도라 하더군요.. 

10월 6일..
진행상황이 궁금해서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인터넷 이전 시청을 한 것이 맞냐고 뒷북을 칩니다... 그래서 10월 2일에 니네 회사에 있는 ㅇㅇ씨가 접수했다고 했다,,확인해 봐라,,,고 했더니, 자기네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우선순위를 올려서 공사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연결까지 2주 정도 걸릴 거라 합니다.. 그 말을 4일 전에도 들었는데, 또 2주를 기다려야 하냐고 했더니, 자기네 실수라며 거푸 사과를 합니다.. 그래,, 사람이 살면서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쿤과 다다다는 2주라는 시간 동안에 인터넷과 결별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스마트폰이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이 완전히 단절된 건 아니고, 인터넷 기사를 보거나 카톡을 하는 최소한의 수준만 누릴 수 있었습니다..

언제 연결될지 모르겠다는 인터넷 회사 직원의 말

그리고 10월 23일..
연결이 되고도 남을 날짜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겁니다.. 황당함을 가라앉히고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NTT(일본 전화국)에서 공사 허가 사인이 나지 않아서 공사가 지체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말이 좋아서 지체지 이전 접수만 하고 공사는 시작도 안 됐다고 하더군요.. 언제까지 기다릴 거냐고 물으니, 모르겠답니다.. 기가차서 말도 안나오더군요..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연락 안오면, 평생 기다리기만 할래..??  (지금으로서는 저희도...)
  연락이 안 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메뉴얼은 있니..??  (기업내부의 문제라 말씀드리기가..)
  기다리는 시간에도 요금은 내라고 하겠지..??  (그건 계약상의 문제인지라 당연히...)
  아~~ 니들은 서비스 제공의 의무는 안 하면서 돈만 빼가겠다..??  (....)

그 직원과 한 시간이 넘게 통화를 했지만, 답이 안 나오길래 윗 사람 좀 바꿔달라고 했더니, 지금 자리를 비워서 바꿀 수가 없답니다.. 이것들이..누굴 호구로 압니다.. 그래서 전화기에 대고 한 마디 했습니다.. 
"어이..!! 상사.. 당신 이 전화 엿듣고 있지..?? 듣고 있는 거 알거든..?? 피하지 말고 받지 그래..??"
(고객센터에서는 고객과의 통화가 길어질 경우, 팀장이 상황파악을 하기 위해 듣기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원은 상사가 자리로 돌아오면 전화를 하라고 하겠답니다.. 알았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더니, 2~3분 뒤에 상사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직원과 1시간에 걸쳐 말한 내용을 거의 다~ 알고 있더군요.. 1시간 동안 전화로 이야기한 내용을 2~3분 만에 다~ 전달했나봅니다.. 대단한 직원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폭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터넷 이전 서비스의 문제점, 직원의 대응과 태도, 회장의 경영이념과 직원과의 엇박자 등,, 따지는 개념을 벗어나서 하나하나 쪼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매일 한번씩 진척상황을 전화로 보고하겠다는 말도 합니다.. 알쓰..두고 보겠으..

폭발했더니 다음 날 공사시작,,, 그리고, 6일만에 연결..??

그렇게 한번 폭발을 하고 난 다음 날(24일),,, 오후에 전화가 옵니다.. 상사라는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NTT 에서 공사 허가가 났다고 합니다.. 20일 정도 기다리기만 했던 공사허가가 폭발을 하고 나니까 바로 허가가 난 겁니다.. 우연일까요..??
다음 날(25일)에도 전화가 옵니다.. 상황은 변한게 없지만, 우선 순위를 최고로 올려서 진행중에 있다고 합니다.. 그 다음 날(26일)에도 전화가 왔고, 이번에는 10월 30일이라는 인터넷 개통 날짜까지 알려줍니다.. 확정 날짜랍니다.. 그리고 인터넷이 연결된 날은 29일 오후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폭발하고 나니까 6일만에 개통됐습니다..

29일...!!!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한국에서는 개통까지 걸리는 시간이 29일이 아니라 29시간이라 해도 늦다는 말이 나오는데, 일본에서는 자그만치 29일이나 걸렸습니다.. 빨리 연결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희는 정확히 29일 걸렸습니다.. 믿어지시나요..?


인터넷 직원 상사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합니다..
인터넷 이전 공사를 NTT 와 같이 하다보니, 연락을 주고 받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문서가 오고 가는지, 메일이 오고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만이 가지고 있는 확인, 점검, 체크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에는 일본이 자랑하는 꼼꼼하고 철저한 문화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아 세계 흐름에 뒤쳐진다는 자평을 하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여튼 지난 29일이 29년처럼 느껴지네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