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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해외에서 한국말을 조심해서 해야하는 이유

해외여행의 자유화와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해외를 찾습니다.. 여행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회사근무나 사업때문에 떠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하는데요, 이러다가 머지 않아 비행기도 대중교통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다 보니, 해외에서 한국인들의 말실수 이야기가 들리곤 합니다.. 해외이니까 내가 하는 말은 못 알아들을거라는 생각에 한 마디 툭 내뱉은 말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는 것이지요.. 오늘은 쿤이 경험한 한국인의 말실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지난 월요일...

쿤이 근무하는 회사에 한국에서 장비가 들어왔습니다.. 개인적인 블로그라서 장비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없으나, 그 장비의 설치때문에 한국에서 엔지니어도 네 분이나 오셨더군요.. 쿤이 한국인이고, 한국인 엔지니어가 왔고, 쿤이 일하는 부서에서 사용하는 장비였기 때문에 쿤이 나서서 한국인 엔지니어와 일본인 엔지니어를 이어줄 법도 했지만,,, 쿤은 한국인 엔지니어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장비 설치는 제가 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전 미팅을 마치고 실험을 하러 갔는데, 하필이면 쿤이 사용하는 장비 옆에다 한국에서 가져온 장비를 설치하더군요.. 좁은 공간에서 한국인 엔지니어 4명과 일본인 엔지이어 2~3명이 있으니 비좁고 답답하기까지 하더군요... 그런 상황에서 쿤도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 좁은 공간을 왔다갔다 하는데, 느닷없이 들리는 한국어 한 마디....

아이 참... 얘(쿤)는 가뜩이나 좁은데, 정신사납게 왜 이리 왔다갔다 한데~~

(응..?? 얘..?? 지금 나한테 한 말이니..??) 라고 해 주고 싶었지만, 점잖게...
그러게요.. 장비설치를 방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저도 해야될 일이라서요..

헉..!!! 한국사람이세요..??

그렇게 해서 한국인 엔지니어와 본의 아니게 이야기를 하게되었습니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일하는 모습이 신기하였는지, 이 회사에 한국사람이 있다며, 금방 소문(?)이 퍼지더군요.. 이후에는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했던지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자, 쿤에게 말을 걸었던 한국인 엔지니어가 다가와서 말을 겁니다..

저기요.. 여기에 한국 사람 또 있나요..??
아니요.. 이 회사에 한국 사람은 저 하난데요.. 왜 그러세요..??
아~ 그래요.. 아까 깜짝놀라서요.. 설마 한국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여기 오기 전에 이 회사의 사람하고 연락도 주고 받고, 일본인 엔지니어 3명이 한국에 있는 저희 회사에까지 와서 미팅도 했는데, 한국 사람 있다는 말을 한마디도 안 하더라고요.. 같은 부서에 한국 사람이 있는 거 알았으면, 우리 통역 안 데리고 와도 되잖아요.. 안 그래요..??
...그...러..게..요..(^^;;;) 근데, 한국 사람은 저 하나이지만, 요즘 일본에 한류 붐이 일면서 일본 사람들 중에도 한국어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은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정말 그래요.. 아까는 미안했어요..

 

물론 그 한국인 엔지니어가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설마 한국말을 알아듣겠냐~ 는 생각을 했고, 진짜 설마 여기에 한국인이 있겠냐~ 는 생각을 했다는 군요... 그런데, 하필이면 1,000 여명이 넘는 직원 중에 유일한 한국인인 쿤에게 한국말을 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죠..^^

 

올해의 여름휴가 때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야 할 여름휴가가 해외에서 한국말로 인한 트러블이 생긴다면, 씁쓸한 추억으로 남으리라 봅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지만, 해외에서는 내가 하는 한국말을 옆에 있는 또 다른 한국인이 듣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