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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일본의 기술력을 자랑한 일본인 직장동료의 굴욕

지난 10월 14일...
일본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 iPhone4s 가 발매되었습니다. 그동안 전화세가 비싸 엄두를 못내다가 시대가 시대인 만큼 드디어 아이폰 4s 를 구입하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기존의 iPhone4와 뭐가 다르냐고 물어보기도 하지만, 4를 써 봤어야 알죠..ㅋㅋ 여튼, 지금은 4s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10월 14일..
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는데, iPhone 4s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느냐 마느냐, 예약이 밀렸다 안 밀렸다, 발매 할인행사가 있다 없다, 가격이 무료다 아니다,,,등 참으로 근거없는 다양한 소문이 있었지만, 4s는 단연 그날의 으뜸 화제였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먹으면서 iPhone4s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가 중간에 엉뚱한데로 이어졌습니다...(이하 재연)

동료 1 : 그런데, 중국에서는 아이폰이 아니라 하이폰 5가 나왔다며..??
동료 2 : 아~ 티비 뉴스에서 본 적 있어요.. 아이폰 짝퉁을 하이폰이라 지었다고 하죠..??
동료 1 : 그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가 아니라 P패드, D패드, S패드 등등 이름만 비슷하게 
           만든 것이 많더군..
동료 2 : 듣는 것 만으로도 짝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동료 1 : 한국이나 중국이나 말야.. 남의 것 가져다가 베끼는데는 일각연이 있단 말야...
   쿤    : (한국?? 발끈..) 한국이라뇨..??
동료 1 : 어?! 쿤짱은 한국인이지.. 아~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그 만큼 흉내를 낸다는 거지..
           다른 뜻은 없으니까 오해하지 말어..

동료 1이라는 사람은 40대 중반의 일본남자이지만, 속에 꽁~하게 담아두는 것 없이 털털하게 말하는 성격입니다. 본인이 실수한 것은 손아래 사람에게도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지만,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 속에서 우러나는 사과를 하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일본인 치고는 한국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서 개인적인 친분이 강한 사람이랍니다..
그런 사람이 저와 같이 밥을 먹다가 무심결에 "한국이나 중국은 남의 것을 베끼는 모방의 나라"라는 말을 하였고, 그 말을 한국인인 제가 바로 옆에서 들은 거였죠... 아~무리 개인적인 사이가 좋다고 하더라도, 저런 말을 들으면 누가 기분이 좋겠습니까..?? 그렇다고 버럭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쿤    : ㅎㅎ 그렇죠.. 한국이나 중국,,, 남의 것 잘 베끼죠...
           그런데, 창조는 모방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하잖아요... 
           일본도 2차대전 끝나고 미국 것 가져다가 열심히 베껴서 지금의 기술력을 가지게 되었죠...
동료 1 : 그랬나... 내가 말을 실수 했네.. 미안미안..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일본이나 한국 중국도 모방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독자적인 기술로 세계를 이끄는 기업도 많이 나왔지...
           불과 20~30년 전만해도 "전자산업 = 일본" 이었는데,
           이제는 미국과 한국 사이에 끼어버린 것 같아..
           일본이 다른 나라에 밀리지 않으려면 부가가치 높고 흉내낼 수 없는 기술을 가져야 하는데,
           요즘은 기술도 유행이니 원...
   쿤    : 제가 보기에는 10~20년 뒤에는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에 밀릴 거예요...
동료 1 : 왜...??
   쿤    : 뭐랄까요... 일본인들의 특징 중에 하나가,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요..
            한국같은 경우는 뭐든지 유행기간이 짧아서 새로운 것을 찾곤 하는데,
            일본은 현실안주 성향(새로운 것보다 익숙하고 안전한 것을 선호)이 강하다고 할까요??

아이폰 4s 로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덧 한중일의 산업기술력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을 모방의 나라라고 했던 사람도 무심결에 말이 나왔다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이후에는 진지하게 일본의 기술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쿤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는 일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삼성이나 엘지와 같은 한국 대기업의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들의 살벌한(?) 직장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서 해 주었습니다..
일본의 소니가 한국의 삼성에 질 수 밖에 없는 이유,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한국이 근 10년 동안에 독보적인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의 차이 등을 이야기했답니다.. 그리고, 10~20년 뒤에는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의 것을 가져다가 베끼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말도 했습니다..

같이 밥을 먹던 동료들 사이에서는 다른 나라들이 밤낮으로 앞을 보며 뛰는 동안, 일본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가 흉내낼 수 없는 원초적인 기술을 가지는 것 뿐이라는 결론에 다달았습니다...


그렇게 밥을 먹고 커피를 뽑으러 자판기에 가는데, 누군가 쿤의 어깨를 뒤에서 툭 치더군요... 누군가 봤더니, 같이 밥을 먹었던 동료 1 아저씨였습니다.. 아저씨는 익살스런 행동을 취하면서 다시 말을 걸어왔습니다..

동료 1 : 한국에게는 절대로 안 질 테니까 두고 보라고~~~
   쿤    : 어.. 그래요..?? 한국이 일본을 이겨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늘었네요...
동료 1 : 나?? 나 때문이야..? ㅎㅎ 살살하라고 해..

같이 커피를 뽑고, 저는 커피를 가지고 사무실에 가려는데, 아저씨가 마시고 가자고 하길래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진열되어 있는 일본공업 신문을 들어올리며,  갑자기 호탕하게 웃는 것이었습니다..

동료 1 : 쿤짱..!! 이것 좀 봐 이거...
   쿤    : 뭔데요...??
동료 1 : 기능 올림픽에서 우리 일본이 금 11개래... 일본 아직 죽지 않았어...와~~대단해

                                                            일본 「금11」

아저씨는 런던에서 열린 기능올림픽에서 일본이 금 11개를 땄다며, 아직 일본은 건재하다고 했습니다..몹시 흥분한 듯 일본에 대한 자랑을 한참 하더군요.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더니 갑자기 표정이 변했답니다.

아까와는 달리 풀이 죽은 목소리로 "아~ 벌써 일본은 한국에 안 되나 봐~" 라는 말을 남기고는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뭔가~ 하고 봤더니만,,,,,,메달 집계가 나와 있더군요...ㅋㅋㅋ

                                                    국가      금   은   동    계
                                                    한국      13    5    6     24
                                                    일본      11    4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