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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지진피해로 강제이주 된 사람들이 집에서 가지고 나오는 것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중심으로 반경 30 km 이내 지역에는 사람이 살지 않습니다.
3월 11일에 있었던 대지진으로 인해,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되어 강제로 이주를 했기 때문입니다.
반경 30 km 지점의 도로에는 허가받은 차량만 통행할 수 있도록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고, 허가없이 들어가는 사람은 엄중처벌한다고 합니다. 검문소에서 내 집이 보이는데도 발만 동동 굴리며 들어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금요일(08/26)...
후쿠시마에서 반경 3 km 이내에 살던 사람들의 자택방문이 이루어 졌습니다. 3/11 대지진으로 강제이주된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내집 방문입니다.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지역이기 때문에 방사능 피복방지 복장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발전소에서 가까운 지역이기 때문에 체류시간은 2~3시간 정도로 한정된 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에 필요한 것을 챙겨서 나와야 합니다.

지진으로 아수라장이 된 집에서 2~3시간 안에 필요한 것을 가지고 나오라면 여러분들은 무엇을 가지고 나오겠습니까??
가전? 가구? 통장? 옷?... 참으로 많은 물품중에서 한정된 시간에 가지고 나오라면 많이 망설일 것입니다. 그럼, 지진 피해지역에 살았던 일본인들은 무엇을 많이 가지고 나왔을까요?

바로 사진이었습니다.
지진으로 사망했거나,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가족들의 사진이었습니다.

위에 있는 사진은 딸의 앨범이라며, 아수라장이 된 집안을 뒤져서 찾은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사진속의 딸의 행방은 아직도 불분명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가족입니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딸의 어릴 적 사진이랍니다.
방송에서는 자택 방문을 했던 다른 가족들도 인터뷰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들고 나왔다며 사진 속에 담긴 추억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뉴스를 보는데, "나라면 무엇을 가지고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사진'이 첫 번째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원자력 발전소 3 km 이내에 사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50 전후의 중년들이 많다는 것 생각하면, 젊은 사람들에 비해 종이 사진이 많았을 수도 있고, 강제 이주될 때 중요한 것을 이미 챙겨 나가서 남은 것이 사진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 생활필수품이나 귀중품 등이 아니라 추억을 챙겨나오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숙연해 지더군요...

오늘 일본총리는 "후쿠시마의 일부 지역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퍼진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더라도 사람이 살기 어려울 수 있다" 고 했습니다. 일본어 표현상 "~할 수도 있다"는 것은 사실상 "못 산다"는 것을 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3 km 이내에 살던 사람들은 마지막 내집 방문에서 지난 추억을 가지고 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집을 나서게 된다면, 무엇을 가지고 나오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