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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연말에 먹는 토시코시소바로 느낀 행복감

일본인들이 12월 31일 밤에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를 먹으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토시코시소바를 먹는 이유에는 많은 설(說)이 있으나, 유력한 설(說)은 다음 두 가지이다.

1. 인생은 소바와 같이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다.
2. 잘 끊어지는 소바처럼 한 해의 안 좋았던 기억은 모두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신년을 맞이하자.

각각의 설에 납득이 가면서도, 두 가지의 설을 접목시키면 말이 안되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소바는 잘 끊어지는데, 소바처럼 가늘고 길게 살자고..??  ^^

설이야 어찌되었던 간에 토시코시소바를 먹으면서, 미묘~한 행복감을 맛보게 되었다.
그 행복감이란 삶에 대한 행복이라 할 수 있겠다.

12월 31일...
연휴 2일째라 늦잠을 자려했는데, 아침 7시가 되니까 어김없이 눈이 떠졌다.(평상시의 생활습관이란 정말 무섭다.)
아침밥을 먹고 청소를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치우고, 청소기만 한번 돌릴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까 대청소가 되었다. 구석구석 청소를 하면서, 끊임없이 나오는 먼지에 놀랐다.(사람사는 집이 이렇게까지..) 헉!! 좁살만한 거미도 나왔다. 살아보겠다고 도망가는 모습이 어찌나 애처롭게 보이는지,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빗자루로 떠 올려서 현관 앞에 풀어주었다.(우리집은 좁으니까 옆집가서 살어~~) 

그렇게 2시간 넘게 청소를 하고, 다다다와 함께 11시 경부터 영화를 한편 봤다. 재미있게 본다고 봤는데, 눈을 뜨니까 오후 2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일어나니까 다다다가 핀잔을 준다.(영화보는데 탱크가 지나가더라나~)

점심을 간단히 먹자는 생각에 라면을 끓여먹고, 장을 보러 갔다. 커~다란 슈퍼에는 일본 주부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저녁 장을 보는 그네들의 얼굴에는 심각함이 밀려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걸 살까~ 저걸 살까~ 고민을 하면 들었다 놨다를 수차례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매장 직원들은 대목이라고 하나라도 더 팔아보겠다는 욕심에 할인행사를 하고 소리 높여 손님을 끓어모으기에 바빴다.

저녁에 먹을 쇠고기와 밤에 먹을 (토시코시)소바, 그리고 만두 빚을 재료를 사서 슈퍼를 나오니까 해가 지려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다다다는 쇠고기에 양념을 해서 재어놓고 저녁 준비를 했고, 나는 메일에 대한 답장을 썼다.(답멜을 참 열심히 쓰는데, 써도써도 끝이 없다.)
저녁 7시 경에 저녁을 먹고는 '웃으면 맞는다'는 방송을 보면서 뒹그러지며 웃었다. 눈물도 나고, 배까지 땡겨옴을 느꼈다. 그리고 밤 11시경에 연말 카운트다운 방송을 보면서 일본인들이 먹는다는 토시코시소바를 챙겨먹었다. 일본생활 13년에 두번째 먹는 토시코시소바였다.


소바를 먹는데, 방송에서 거리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잡혔다. 그 중 한 사람의 소망이 2011년에도 가족들 건강하고, 하는 일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으니, 행복이란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처럼 변함없이 일어나서, 가족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함께 웃고,,,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일본인들이 먹는 토시코시소바의 의미에는 무난하게 한해를 보낸 것에 대한 감사와 가족이 함께 모여서 연말을 보내는 즐거움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