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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한국 결혼식 풍경에 놀라는 일본 친구들

한국과 일본의 결혼식 풍경이 다른다는 것은 어느정도 다들 들어보았을 것이다.

주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포스팅을 하는 우리 블로그의 특징상, 일본의 결혼식 참석 경험이 없다는 점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그렇다고 당장이라도 누군가 나를 결혼식에 초대해주기를 바란다고 생각하면 그것 또한 오산이다. 초대받는다면야 문화적 체험은 물론 포스팅거리도 생기겠지만 그걸 위해 소비해야만 할 출혈을 생각하면 노땡큐다. 상상을 초월하는 축의금, 그리고 복장의 매너(특히, 여자)....쿤은 가계부를 부여잡고 통곡할지도 모른다. ㅋㅋ

2주 전 우리 부부는 가족의 결혼식이 있어 한국을 방문하였다. 
결혼식 일정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오자, 일본 친구들이 무척 관심을 보인다.
사진을 보여달라...한국의 결혼식은 어떻게 다르냐...참여해본 적도 없으면서 내가 이미 일본 결혼식에 대해 알고 있듯이 그들도 그럴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의외로 모르고 있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놀라는 점들이 인상깊어 포스팅해보고자 한다.

결혼식 올래?

한국을 방문하기 전부터 '결혼식' 이 있어 한국에 간다고 했을때부터, 친구들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혹시 시간 되면 같이 갈래?' 라고 했더니 모두 농담인 줄 아는 것이다. 초대장 없는 결혼식 참석이란 있을 수 없는 일본인지라 가고 싶어도 자리가 없지 않냐고 걱정부터 하던 그들이다. (일본의 경우, 초대장은 물론 자리도 지정석이다.)

그때, 한 일본 친구가 자신의 경험을 말하길..
작년에 한국에 갔을때, 명동에서 쇼핑하고 있는데 한국 친구가 자꾸 결혼식장으로 오라고 해서 난처했단다. 친척 결혼식이 있어 참석 중이니 복장 신경쓰지 말고 와도 된다는 말도 이해가 안되었다고 한다.

초대장과 승인이 필요없는 우리 나라의 결혼식의 특징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그녀는 예식장에 가게되었지만, 평상복 차림이 신경이 쓰여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귀로 넘어가는지도 몰랐다고. 이 또한 일본인이었기에 느끼는 불편함일지도. 아마도 그 한국 친구는 시간적 여유는 없고 외국에서 친구는 와 있고..그래서 초대한 게 아니었을까?  

예쁜 옷이면 된다고?

그렇다. 한국은 남자는 양복, 여자는 평상복보다 좀 꾸민정도면 족한 것 같다. 평소에 잘 꾸미고 다니는 여성의 경우 그 복장 그대로 가도 상관없을 정도? 바쁜 직장인들 토요 근무가 있는 날이면, 일하던 그 복장 그대로 결혼식에 참여하는 일도 있다. 한국의 복장이 일본보다는 가볍다는 말을 들은 일본인들이 '에~~~그래?' 하면서도 '부럽다' 라고 말한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남자는 양복이다.  여자는 기모노, 정장 등을 입을 수도 있지만, 젊은 여자들(신부 친구들)은  머리도 미용실에 가서 업스타일로 올리고 화려한 드레스에 숄을 걸치는 패션이 기본이다. 주인공인 신부보다 예쁘게 하고 오는 것은 규칙 위반이라고 보는 우리 나라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꾸밈비로만도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초대하는 것도 초대받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한다.

                                               http://www.wedding-j.net/manual/fashion/

                                                        일본에서는 일반적인 친구 결혼식 참석 복장 .. 올림머리, 드레스, 숄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니가 결혼하냐?' 라고 핀잔들을지도.... 

매달, 매주 있다고? 심지어는 하루에 두 탕도??

최근에 언제 결혼식에 갔다 왔냐고 하니 다들 '한 3년 전..', 한 명만이 '작년'이라고 대답했다.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는 것도 어릴 적에는 거의 없었고 결혼 할 나이가 되어 자주 생기기 시작한 것이 1년에 한번 정도란다.

우리 나라는 매달, 매주, 어떤 주는 하루에 2~3건 있다고 하자, 깜놀한다. 그렇게 자주 가면  축의금은 다 어떻게 충당하냐고 묻는다.

축의금이 3만원, 5만원, 10만원이라고?

친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3만원에서 10만원 선이라고 하자, 또 한번 놀란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기본이 1인 3만엔(40만원)이다. 우리 부부가 함께 참석하려면 최소 5만엔(65만원)은 내야한다. 낸 돈은 그 날 자신이 먹는 식사비, 장소비, 기념품비로 생각하면 딱 맞는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다. 그러니 우리 부부는 누가 결혼한다고 말을 꺼내면 딴청을 부리곤 한다. ㅋㅋ



실제 우리 결혼식에는 쿤의 일본 지인들이 몇명 참석했었다.

일본의 골덴위크(5월에 있는 긴 휴일)에 결혼을 해서 비행기값이 가장 비쌀 때였는데 '한국 결혼식'을 볼 수 있다는 즐거움에 자비를 들여 발걸음을 한 것이다. (고맙고 미안해서 호텔은 쿤이 잡아 주었고 그들을 위해 전통 예식 이벤트도 열었다.)


실제 결혼식을 본 쿤의 일본 지인들이 놀란 이유를 덧붙여 본다.

얼굴도 모르는 하객이 몇 백명??

우리 결혼식에 참여한 일본인들이 가장 놀란 것은 하객이었다. 무슨 연예인이나 유명인 결혼식인 줄 알았단다.
일본의 경우는 하객이라고 해봐야 친척, 친구를 포함하여 평균 20~30명 전후이며, 많다고 하더라도 100명을 넘기는 경우는 적다고 한다.(일반인 기준이다.)  우리나라는 평균이 몇 백명이니..그들 눈에 한국의 결혼은 매우 화려하고 거창하게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식의 본 주인공인 신랑 신부조차 하객의 일부는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식이 거행되는데 마음대로 식장을 나가는 이들을 보고....

우리의 결혼식이 끝나고 일본에 돌아온 쿤이 일본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란다.
결혼식이 시작되자마자 혹은 식이 거행되는 중에 우르르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말하기 좀 그렇지만 예의가 없어보였다고 한다. 친분보다는 일종의 품앗이 형태의 거래와 같은 우리나라 결혼식에서는 이상할게 없는 일이다. 친한 친구나 가족이 결혼하지 않는 이상 그 결혼식을 끝까지 보고 있는 것이 무의미하기에 일찍 자리를 뜬다고 하면 한국의 결혼식은 참 특이하단다.


엄청난 사진... 신랑 신부는 모델..

한국은 결혼 당일 부시시하게 졸린 눈을 비비며 들리는 미용실에서부터 비디오 촬영 기사와 사진 촬영 기사가 함께한다. 변신 전후 조차 추억의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다. 머리를 올리고 화장을 하고 드레스를 입고 나면 그들의 촬영은 본격화된다. 이미 스튜디오나 야외 촬영의 리허설 사진은 한바탕 끝낸 뒤라 신랑 신부에게 있어 본식 촬영은 간단하게 느껴지기 마련.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포즈를 요구하는 기사들의 모습 그리고 그것에 대응하는 한국인의 노련함과 능숙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일본인들은 저거 감당 못할거야. ' 라고 말한다.

요즘 젊은 한국인들에게 셀카는 생활이다. 일본은 아직도 우리 나라에 비하면 셀카 문화를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일본의 남자 여자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네 부모님 세대를 보는 것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온갖 소품과 옷을 대동하며 다양한 포즈를 연구해 사진 기사에게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요구하거나, 모델처럼 능숙하게 포즈를 취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을 보면서 일본인들은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르는 것이다.  

쿤의 지인들은 지금도 우리 결혼식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그 중 60을 넘긴 한 일본인은 '내 평생 한국 결혼식 봐서 이제 원은 없다' 라고 까지 말하며 감사해했다. 그 여파일까.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혼식에 올 수 없었던 몇명의 일본인들은 다른 가족 결혼식이라도 좋으니 초대해달라는 말을 자주 한다. ㅋㅋ 일본과는 다른 분위기가 그들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 밖에도 뭔가 더 새로운 내용이 있다면 댓글에 추가해 주기를 바란다.


참참~!!!
이제서 이야기지만, 이번 주 토요일 우리 부부는 일본 결혼식에 초대받아 참석할 예정이다. 
쿤은 축의금에 '후덜덜' 다다다는 입고 갈 옷이 마땅치 않아 '흑흑' 거리고 있다. 
한국과는 또다른 고민에 휩싸여있는 것이다. 다녀와서 포스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