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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일본에는 300미터마다 어린이 파출소가 있다.

한 어린이가 가정집으로 뛰어들며, 다급한 목소리로..
 어린이  : 아주머니~~ 공원에 어떤 수상한 남자가 나무 뒤에서 염탐을 하는 것 같아요~~
아주머니 : 그래? 일단 110번에 신고부터 하자..
                                          일본 경찰서 홍보하는 공개 자료입니다. (아주머니말은 한국어로 바꿈)

이해가 가시나요?
어린이가 가정집으로 뛰어들었갔고, 아주머니는 어린이의 한 마디에 먼저 신고부터 하자고 하는 침착함을 보입니다. 자초지종을 묻기 보다는 신고를 먼저하는 것입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그게 무슨 말이니?", "천천히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 봐", "니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어" 라는 말을 먼저 했을 것입니다. 
그럼, 저 아주머니의 침착함은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子ども110番」 에 가입한 사람입니다.

오늘의 포스팅 내용은 일본의 子ども110番」에 대한 제도를 말씀드리고, 오늘 아침에 라디오를 통해서 들은 子ども110番」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子ども110番이 뭐예요?

여러분은 일본子ども110番」 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이 말은 「子ども(어린이)」 와 「110番(경찰신고번호)」 의 합성어입니다. 한국어로 풀어보자면, 어린이용 긴급신고번호(이하, 어린이 110번)로 해석됩니다.
어린이가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직접 110번으로 신고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전화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그런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린이 110번에 가입한 사람이 대신 신고를 하여주거나 어린이를 보호해 주는 제도입니다. 이런 제도하에 일반 가정에서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은 집을「어린이 110번의 집」이라고 부릅니다.

어린이 110번의 집」은 유괴, 폭력 등으로부터 어린이를 구제 보호하는 것은 물론, 경찰과 학교와 가정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우리 지역의 아이들의 안전은 우리 스스로 지키자는 좋은 취지이므로 모두 보란티어로 운영됩니다.

어린이 110번의 집」에 배포되는 대응 요령을 알려주는 다음 그림을 보시면 좀 더 이해가 빠르실 것 같아 첨부해봅니다.


1. 자신부터 진정한다.
2. 아이를 진정시킨다.
3.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주의사항이 있으며, 적는 메모 양식이 따로 있음)
4. 110에 전화한다.
5.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어린이 110번의 집」 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까요?

1990년초 불경기가 닥치면서 일본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급증하였습니다. 일본의 경찰청에서는 인력충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각 지방의 지자체, 통학로의 가정집이나 가게 운영주에게 「어린이 110번」 제도의 당위성을 호소함과 동시에,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입자들에게는 조그만한 간판을 나눠주었습니다.

검은 선의 왼쪽은 가정용, 오른쪽은 가게용 「어린이 110번」(경찰서 공개자료)

그리고, 각 가정과 학교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집중 교육을 시켰습니다. 「어린이 110번」 이 있는 위치, 어떤 내용을 전달할 것이가에 대한 사전 교육과 훈련을 하였습니다.



「어린이 110번」 은 일본에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이번 포스팅을 하면서 가장 놀란 부분입니다. 일본에는 「어린이 110번」 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아래의 있는 지도는 일본의 가고시마현(鹿児島県)의 한 동네에 있는  「어린이 110번」 가입자 세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택가를 중심으로 약 300미터에 하나 꼴로 있습니다. 즉, 300미터에 하나 꼴로 어린이용 파출소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본 전국을 생각한다면 그 수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일본에서조차 정확히 파악이 안될 정도라고 하니 상상이 가시나요?

일본 가고시마 경찰청에서 퍼 온 공개정보입니다.

라디오에서 들은 「어린이 110번」의 훈훈한 이야기

오늘(12/02)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로 마무리를 해볼까 합니다.
 
오사카의 어느 동네에서 노인 한 분이 길거리에서 갑자기 쓰러졌는데, 동네에서 놀던 어린이 두 명이 그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두 어린이 중에 한 명은 노인 곁을 지켰고, 또 한 명은 「어린이 110번」 으로 달려가서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가게 주인은 바로 병원과 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신속히 달려온 구급차로 빨리 병원으로 갈 수 있었기에 다행히도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라디오 방송 진행자는 「어린이 110번」 이 시작된지 약 15년 정도가 흐르면서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았다는 것과, "어린이들의 눈"이라는 감시카메라와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어른들의 모니터링 자세를 통해서 많은 범죄가 줄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제도는 어린이들에게 정의감과 상황대처능력, 논리적 사고 방식까지 키워주는 계기도 된다는 것이 현실속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어린이 110번
쿤이 생각하기에 이 제도는 어린이를 보호하고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이 110번」은 돌발사고가 발생했을 때 침착함을 유지하게 해 주고, 상황을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지에 대한 논리적 사고까지 키워주는 작은 공부라는 것에 그 참 뜻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