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아주 오래된 일본인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어요. 제가 처음 일본이라는 곳에 발을 디딘 것도 다름아닌 그녀의 집이었다 사실도 함께요.
그녀는, 10년 전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제 동기입니다. 당시에 전, 일본어를 한 마디로 못했지만, 그녀가 이미 한국어를 잘 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죠.
아주 가끔은 딱 2%가 부족했지만요. 오늘은 그녀의 2% 부족했던 한국어로 인해 생겼던 에피소드 두 가지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모두 직접 그녀에게 들은 내용입니다.
그녀가 대학원에 입학한 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 친구의 소개로 다른 학과의 한국인 남학생을 소개받았다고 합니다. 남학생은 일본어를 배우는 중이었고, 그녀는 한국어로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처음 만나는 날, 학교 까페에서 만나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남자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더랍니다.
수치스럽고 기분도 몹시 불쾌해서, 그냥 그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가버렸다고요. 잠시 후, 소개해 준 친구에게 전화가 왔답니다. 소개해 준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섭섭한 감정을 쏟아내는 것을 한참 듣던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한 마디 하게 되었죠.
"아니, 그 사람 좀 변태인 것 같아.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자꾸 뽀뽀이야기를 하는거야. "
"........? 친구말로는 한참 설악산 폭포 소개하고 있었다던데..."
그렇습니다. 최근 설악산에 다녀왔던 남학생의 설악산 폭포 예찬이 그녀에게는 뽀뽀 예찬으로 들렸던 것이지요.
그 남학생과는 저도 같은 학교다 보니, 나중에 당시의 전후 상황을 직접 전해들을 수 있었는데요.
설악산에 있는 폭포 이름을 주욱~~ 나열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녀가 박차고 일어나더니 휙 가버렸다고요. ㅋㅋㅋㅋ (ㅃ 이 일본어에는 없다보니, 일본인들은 ㅍ, ㅃ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녀의 친구 중에는 한남일녀커플이 많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그녀가 다리를 놓아 이루어진 커플이었죠. 그녀는 정작 남자친구가 없었지만, 요상하게도 그녀 주변에는 그녀로 인해 커플이 된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그 중 한 커플은 결혼까지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됩니다. 어느 날, 처음 일본 여자 친구 집을 방문하게 된, 한국인 남자 친구가 그녀에게 전화를 해서 상담을 요청했죠. 남자의 고민은 처음 뵙게 되는 예비 장모님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어요. 그녀는 친구의 어머니를 직접 뵌 적도 있었기에 자신있게 '보석'을 강추 했다고 합니다. 며칠이 지나고, 일본을 다녀 온 한국 친구가 전화를 하더니 하는 말이
"정말 고마워. 네 충고는 정말 딱이었어. 정말 좋아하시더라. 점수는 제대로 딴 것 같아. 내가 언제 한턱 낼게."
그녀는 매우 흐뭇했고, 적중한 자신의 예상에 뿌듯하기까지 했다고요.
그런데, 나중에 한일커플을 만나 알게 된 사실.
그가 일본에 사간 것은 보석이 아니라 버섯이었답니다. 왜 좀 비싼 버섯 있잖아요. 그녀는 분명 보석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버섯으로 알아들은 것이었죠. (일본인에게는 모음 ㅗ와ㅓ , 받침 ㄱ 과 ㅅ 의 구별이 어렵습니다)
어찌되었든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었죠.
하지만, 이 이야기가 완전한 해피엔딩이 되기에는 딱 2 %가 부족합니다.
저는 현재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거든요. 저도 대학원을 중도에 그만뒀고, 그녀 또한 대학원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당시에 저는 메신저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메신저를 모릅니다. 그러다 어제 우연히, 다음 메일 주소록에 그녀의 메일이 저장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오늘은 그녀에게 메일을 보내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전 해피엔딩이 좋으니까요.
이제는 저의 2% 부족한(솔직히 더 많이 부족해요) 일본어로 그녀와 대화해보고 싶습니다.
10년 만이지만 그녀가 절 기억해주겠죠?
by 다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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