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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솔직히, 일본대학원이 한국대학원보다 더 좋았던 이유

안녕하세요. 다다다입니다.
요즘 이 곳 일본에서 제게 붙는 타이틀은
한국인, 주부, 한국어 선생님...그리고
대학원생입니다.

오늘은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대해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는 10년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하는데..
제가 대학교를 다닐 무렵은,  IMF가 터지는 바람에,
해외 연수고, 취업이고 다 문이 닫혀버린
그 유명한 저주받은 학번의 시대였네요.
저도 취업하려고 영어에 스파트를 올리다가,
막판에 대학원으로 눈을 돌렸죠. 
확 당기는 대학원이 있더군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학과>라는 곳이었어요. 

신설학과였는데도 경쟁률도 세고, 시험도 어렵더군요. 여차저차해서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이 시작되었지만, 한 학기 만에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죠. 이유는, 기대가 너무 컸던 것에 대한 실망감이 빚은 결과였죠.


언어는 있지만, 표기 수단이 없었던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의 공식표기 수단은 자랑스런 우리의 한글이죠. 본문 읽어보세요.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같은데 읽어도 뭔 소리인지..ㅋㅋ 가슴이 뿌듯.
이런 저런 매력으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라는 학과의 인기는 아직도 하늘을 찌르더군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겠죠?


그 후, 제가 마음먹은 건, 쉽게 대학원을 결정짓지는 말자였어요. 


직장에 들어가서 나서, 학비 보조 제도 등 여러가지 혜택이 생기면서 입학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었지만, 당시 일본에 있던 남편(그때는 남친)이 일본에 들어와서 대학원을 다니는 건 어떠냐고 자꾸 꼬시더군요. 결국, 10년이 지난 올해 대학원에 다시 입학하게 되었어요.

저는 지금 언어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공부했던 곳과 학과 명칭이 다를 뿐, 연구 테마도 같고, 하는 공부도 맥을 같이 합니다.


한 학기가 지났는데, 아직도 학교에 재학 중이네요. 10년 전과 달리 많은 부분에서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죠. 어떤 부분에서 만족하고 있느냐구요?

교수에게 할당된 학생의 수가 아주 적다.

한국에서 다닐 때, 학과 신설되고 3기로 입학했는데 학생수가 15명이 넘었어요. 제 동기만 10명이었죠. 수업 들으면 웬만한 작은 학부 수준이 되죠. 대학원은 발표로 수업이 이루어진다고 알고 갔는데, 그 당시 제가 발표한 것은 한 학기 내내 3~4번? 한 수업 당 한 번 정도였네요.  교수님들 5분 정도 계셨는데, 관심있는 분 빼고는, 끝까지 제 이름도 잘 모르시더라구요.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는, 교수님이 5분,  학생은 석박사 통합해서 딱 10명입니다. 제 동기 4명이구요. 일주일에 최소, 4~5번 발표합니다. 죽을 맛이지만, 적어도 제가 대학원이라는 곳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은 듭니다. 소심해서 손 들고 질문도 못하는 저지만, 학생이 적다 보니, 매번 코멘트 내지는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되죠. 저희 동기 넷은 국적이 다 다르다보니, 수업도 아주 재미있어요. 수업 중에는 중국어, 영어, 한국어, 일본어 이야기가 나오죠. 서로 연구테마는 다르지만 매주 듣다보니 그것도 공부가 됩니다.

책 값이 안 든다
  
한국에서 다닐 때, 책 값 무지 들더군요. 교수님이 내신 책도 사야되고, 외국 서적 제본 뜨고, 수업 하나 듣기위해 필독해야 하는 책이 최소 5권 이상이죠. 학원 강사며 과외며 닥치는 대로 하며 다녔지만, 책값으로 다 쓰고 나면 입고 다닐 티셔츠 살 돈도 안 남았어요. 한 학기 다니는 동안 사고 제본 뜬 책이 어림 잡아도 50권이 넘는데, 한 학기만에 그만두었으니 얼마나 피눈물 났겠어요. (그 책 지금 유용하게 잘 쓰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교수님이 손수 다 복사해서 나눠주십니다. 프린트가 되기도 하고, 책 한 권이 되기도 해요. 또, 제가 연구를 할 때 필요한 책이 있다면 연구실 돈으로 사주신다고 신청하라고 하시네요.(물론, 도서관에 없는 책이어야 하고, 개인소장은 안되지만요) 
교수님이 쓰신 책, "좀 안 팔려서..." 라며 한 권씩 안겨주시고는, 조만간 신간 나올 예정이라고 또 주신답니다. 유명한 교수님도 아니시고, 그래서 잘 팔리는 책은 더더욱 아닙니다만, 너무 감사하더라구요.

   
학생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한국에서 다닐 때, 제 연구실 없었습니다. 학부 아니다보니, 학과실도 없었구요. 교육대학원이다보니, 공동연구실조차 없더라구요. 중앙도서관 갔다가, 대학원 도서관 갔다가, 빈 강의실 떠 다니다가, 그러다 식당갈 때 또 짐 다 싸들고 가는 거 귀찮고 그래서 나중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숍에서 자리잡고 공부했어요. 짐 안 옮겨도 되고, 밥, 차 다 해결되고, 근데 돈이 많이 들더군요. 사실, 스터디 아닌 다음에는 공부할 분위기는 안되고, 보고서 쓰려고 컴퓨터가 필요해지면 결국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죠. 복사며 인쇄며 다 제 돈 , 심지어는 스테플러까지도 싸들고 다녀야 했어요.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입학하자마자, 연구실 키를 하나 주시대요. 공동 연구실은 또 별도로 있어요. 연구실에 제 책상, 제 컴퓨터, 제 스텐드가 있어요. 도시락 하나 싸들고 학교가면 연구실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다 해결되는 점이 좋더라구요. 옆 쪽에 교수님 방도 있지만 절대 함부로 들어오시거나 하지 않으세요. 학교에서 15,000장인가 무료로 복사가능한 복사카드를 나눠 줬지만, 연구실에 프린터기며 복사기며 다 있다보니, 카드를 쓸 일은 중앙도서관 갔을 때 빼고 없어요. 복사기 옆에 가면 인쇄지들이 산처럼 쌓여 있어서 공부를 위한 거라면 눈치볼 필요 없이 무제한 사용 가능이죠. 공동연구실에 가면 냉장고, 테레비, 전화기, 전자렌지도 있어서 집처럼 공부할 수 있어요. 몸고생, 돈낭비 없어서 좋네요.


                                                                     제가 쓰는 연구실 사진이에요.

학생은 교수의 시다바리가 아니다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교수님이 이것저것 시키시죠. 전 그나마 일반대학원도 아니었고, 학부출신 대학원생도, 공대생도 아니라 좀 덜 했지만, 교수님의 관심을 받기 위해 오히려 뭐라도 도와드리며 이쁨받고 싶어지는 마음과 왜 이런 걸 나한테 시키나 라는 피해의식이 동시에 있었어요.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교수님이라고 해서 부리는 권위를 본 적이 없어요. 한번은 공동연구실에 늦은 시각에 방문을 했는데, 청소를 교수님이 하시대요. 그래서, 도와드리려고 하니 괜찮다고 말리시네요. 누가 사용하든 무조건 학생이 정리해야한다 뭐 그런 생각은 안 가지고 계시더라구요. 누구든, 사용하는 사람 모두가 청소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죠. 학습실 이용할 때도, 직접 열쇠 가져오시고, 수업 끝나고 나면 정리도 하시고, 도와 드리면 정중어로 고맙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십니다.

학비가 싸다. 외국인 유학생은 학비 면제 제도가 있다

예전에 다니던 한국의 대학원, 현재 학비가 500만원이라고 들었어요. 당시에 대학원을 같이 그만 둔 친구가 있었는데, 다시 입학하려다가 그냥 포기했다고 하더라구요. 학생은 지금보다 더 많아 북적인답니다. 장학금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은 무조건 학비 반액 혹은 전액 면제입니다. 기타 외부 장학금까지 타면 거저 학교 다니죠. 사실, 이건, 저한테는 그리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네요. 남편이 있고 저도 수입이 있다보니, 흐흐흐 씁쓸한 웃음 뿐.
하지만, 국공립쪽이라 학비가 쌉니다. 일년에 50만엔 정도인데, 어제 무지 올라버린 환율 계산해도
한국보다 싸죠. 게다가, 저는 한국에서 학비를 받는 유학생이 아니라, 현지에서 학비를 조달하다보니,
체감물가 비교해서 학비는 한국보다 반 이상 싸다고 느낍니다.

그 밖에도 자랑할 게 있는데, 이번에 학교에서 돈을 지원받아서 2주 동안 캐나다로 연수를 가게 되었어요. 외국인이라 자격 안 될 줄 알았는데, 차별이 없네요. 비행기,숙식과 영어 연수까지 다 포함해서 제가 낸 돈은 달랑 9만엔. 이번 주 일요일날 출발이라, 다음 주부터 당분간 블러그는 접어둬야 될 것 같습니다. ㅋㅋ 막 발을 들였는데 섭섭하네요. 다녀와서, 캐나다 포스팅 하도록 할게요

신!!! 

지금까지 쓴 대학원 이야기는 한국,일본 전체 대학원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다니다 말았던,  뭐 대학원과 지금 다니고 있는 뭐 대학원을 비교해 놨더니 뭐가 좋더라 일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유학을 목적으로 일본에 온 사람이 아니었던지라, 대학원 입학 할 때도, 그냥 직장 옆에 있어 정보를 얻기가 쉬웠고, 그리 나쁘지 않은 학교였고, 국공립이었고, 학생이 아주 적다는 점에 끌려 덜컥 입학을 했어요. 그러므로, 여타 일본 대학원의 실정이나 입학 방법 등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답니다.

<덧붙임>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쪽의 전공을 하시려는 분들은 동경외국어대학쪽(유학생회라든가, 교수홈페이지)에 문의를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고 있지 않으며 영어, 일본어, 한국어를 아우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교육 쪽에 관해서는 질문하셔도 답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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