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깜놀하는 한국의 화장실 2

얼마 전에 <일본인들이 깜놀하는 한국의 화장실>에 대해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어요.
2010/08/21 - 일본인이 깜놀하는 한국의 화장실


오늘은 그 두 번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역시, 제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일본 아줌마들의 질문으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어느 날, 수업 중에 한국 드라마에 빠진 아줌마가 뜬금없이 질문을 하더군요.

" 근데, 한국은 좀 이상해요. 왜, 형제나 자매 혹은 부부가 화장실을 같이 써요?"
" 네? 같이 쓰다니요? "
" 아니, 드라마나 영화보면, 한 명이 볼 일 보는데, 다른 한 명이 옆에서 이 닦거나 세수하잖아요. "
" 아, 그거요. 한국인이 다 그런 것도 아니고, 그 드라마가 이상한 것 같은데요.
" 근데 여기도 나오고 어디서도 나오고..또 나오고..어쩌고.."
" 가족이니까 그럴 수도 있죠."
" 아무리 가족이라도, 으으으 싫다. 말도 안돼요"

사실, 이런 의문이 생기는 원인은 단순히, 한국과 일본의 가족 유대 관계의 차이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저도 같이 쓰는 드라마 장면에 대해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런 드라마 보고 깜놀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아무튼 이러한 차이가 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집 구조 가 한 몫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네요.

일본의 화장실은 말 그대로 화장실입니다. 즉, 화장실에는 화장실만 달랑 있죠.
한국은 화장실이라고는 해도 욕실이 되었다가 때로는 세탁실이 되기도 하죠. 그러다보니, 부르는 말도 가지각색이 되곤 하지요. 이런 거 보면 참 재미있어요. ㅋㅋ

일본의 집들은 화장실은 일단 별도로 있고,  다른 곳에 세탁실, 욕실, 세면실이 있는데, 이 역시 분리되어 있어요.  그러므로, 일본인들은 볼 일 보는 사람과, 목욕하는 사람, 세수나 이닦는 사람, 세탁하는 사람이 같이 할래야 할 수가 없는 구조랍니다. 의외로, 한국처럼 욕실과 화장실을 두 개 갖춘 집은 별로 없어요. 평수가 큰 집에 가 봐도, 변기 있는 화장실만 1층 2층으로 나뉘어 두 개 있을 뿐이죠. 분리되어 있다보니, 욕실을 두 개 만들 필요도 없는 것이죠.

창피하지만, 저희 집을 모델로 찍어봤어요. 일단, 변기가 있는 화장실이 하나 있구요.
그리고 오른쪽 아래 사진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 세탁실, 욕실(가운데 문틈) 오른쪽 세면실(거울) 이렇게 오목조목 분리되어 있답니다. 맨 위쪽 사진은 욕실, 세면실 크게 찍어놓은 거구요.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요?
변기, 세면기, 샤워기(욕조), 때로는 세탁기 두는 장소까지 한 곳에 있는 경우가 많죠.
욕실이 두 개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죠. 변기, 샤워기 시설을 같이 갖춘 곳이 하다 더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 갯수와 상관없이 한 곳에 모여있는 구조이니, 언제든 같이 쓸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이죠.
(같이 쓴다는 것이 아니라, 급할 때 같이 쓸 수도 있는 구조가 되는 셈이죠)

사실, 한국의 구조가 이상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일반적인 구조를 일본이 그들의 실정에 맞게 변경했다고 보는 것이 옳겠죠.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는 한국과 같은 화장실을 갖춘 집은 인기가 없어요.

전에, 아는 유학생이 오사카에 집을 구하는데, 매우 싼 집이 나와 있길래 전화를 해보니, 부동산 측에서 "화장실과 욕실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데 괜찮냐"고 묻더랍니다. "왜 그 이야기를 하는데 부동산업자가 오히려 미안해하지" 라며 유학생이 저에게 고개를 갸웃하더군요. 한국에서는 당연한거니까 묻는 게 이상하긴 하죠.


가족 간에도, 부부 간에도 일정한 거리가 있는 일본인들의 특징은 이러한 화장실의 특징에서도 보이네요. 드라마 장면이 다 한국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사람, 저런 사람이 있는 것이고,  "한국은 역시 가족관계가 중요하고, 가족에게 못 보여줄 것이 뭐가 있으며, 보여주다 보니, 더 가까워진다" 라며 나름 열변을 토해 이야기하니, 일본 친구가 한 마디 합니다.

" 근데, 화장실에 누가 볼 일 보고 나면 냄새나는데, 거기서 씻기는 싫은뎅..... "  

그건 그렇긴 하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