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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인이 깜놀하는 한국의 화장실

어제 한국어 수업을 할 때의 일이었네요.
두 아줌마가 9월에 투어로 한국에 간다며 흥분에 들떠 저에게 자랑을 하대요.
그러면서 나중에는 저와 꼭 한국에 같이 가고 싶다고 하길래 그러자고 약속도 덜컥했지요.
말 나온김에
어떤 곳에 가고 싶냐고 하니, 그 대답이 너무 의외였네요. 
명동이나 동대문 시장같은 유명한 곳에 가고 싶다  도 아니고, 한국인만이 가는 그런 곳에 가고 싶다  도 아닌

" 화장실 변기에 휴지를 버릴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 였답니다.

헐..이건 또 뭔 소린가 싶어서 물으니,

처음에 한국에 갔을 때 화장실에 놓인 휴지통에 더러운 휴지가 산처럼 쌓인 것을 보고
이거 누가 일부러 장난쳐 놓은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어디를 가도 같은 모습인 것을 보고, 경악을 하고 말았다네요. 심지어, 어떤 화장실에는
" 휴지는 반드시 변기에 버리지 말고 휴지통에 버려 주세요" 라고 쓰여 있어서, 아니 그 더러운 걸 왜 다 보이는 휴지통에 일부러 버리라는 건지 주인에게 찾아가 따져묻고 싶었다는 군요.

그때 문득, 1년 전 고등학교에서 일할 때, 가르치던 학생의 말도 덩달아 생각나더군요.

초등학교 때, 자매결연을 맺은 한국 학교의 학생 두 명이 일주일 간 집에 와서 머물렀었는데, 어느 날, 똥휴지를 휴지통이 넘치도록 버린 걸 보고 엄마도 자기도 소리지르고 난리를 친 사건이 있었다더군요. 말은 서로 안 통하지,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 지 몰라 그냥 포기했었다구요.
그리고는 몇 년이 지난 사건을 도리어 저에게 왜 그랬던거냐고 물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었네요. 

사실, 이 문제는, 비단 일본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랍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잘 먹고 잘 보고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가려다가, 화장실 이거 하나에 확 깨고 안 좋은 기억만 안고 가는 것 중 하나도 바로 이 화장실 휴지통 문제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인인 저도 똥휴지 쌓여 있는 거 보면, 화장실 사용할 기분이 나지 않아 그냥 나와버리기 일쑤니까요.

유럽만 해도, 화장실은 마음대로 사용하지도 못할 뿐더러, 심지어는 큰 거 작은 거 구별해서 돈을 내기도 하지요. 야박다 싶을 정도로, 돈 받는 관리인이 늘 지키고 있고, 그 만큼 관리가 철저하기도 하지요.
일본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일본 여행을 해보신 분이라면 아실거예요. 일단, 일본 가정의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까지 있는 경우는 본 적이 없네요. 상점이나 지하철역을 비롯한 어떤 공공건물에 들어가봐도, A4용지 대충 구겨서 넣으면 다 차 버릴만큼 정말 작은 휴지통이 하나 놓여 있네요. 휴지는 다~ 변기에 흘려보내는 것이 룰이기 때문이죠.



이 사진은 한 상가 건물에 갔을 때 찍은 화장실 내부 사진입니다. 저 조그만 휴지통 보이세요? 한국같으면 저 크기로는 어림없죠. 바닥이 휴지투성이될지도..



한국은, 배수 시스템이 약한지 막힌다는 이유로 휴지통을 비치해놓는 경우가 많죠. 가끔은, 한국도 장소에 따라서는 휴지는 반드시 변기에 흘려보내 달라고 써 있는 곳도 있답니다.  그럼에도, 휴지통에는 온갖 더러운 휴지가 넘쳐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휴지통이 없는 가정집 화장실에 가서는, 휴지통이 없는데 어쩌죠? 라고 묻는 경우도 있죠?

한국은 아직까지는, `휴지는 반드시 변기에`라는 인식은 없는 듯 합니다. 그것도 우리 나라의 문화라면 문화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고 외국에 온 사람도 따라야 하는 건 사실이죠. 변기 막히면 책임져 줄 수도 없는 문제니까요. 하지만, 이런 문화라면 없는 것만 못한 것 같네요. 한국의 인터넷 문화며, 초 스피드 배달문화, 합리적이고 유연성 있는 일처리 등등, 그런 자랑을 수없이 늘어놓다가도 이런 화장실 이야기가 나오면 저의 애국적 자랑은 무색해지곤 한답니다. 불균형적인 선진화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도 없고..흑흑

최근, 한류붐 이후, 꾸준히 일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죠. 저도, 일 년에 두 번 이상은 한국을 오가지만, 제 학생들은 한국이 좋아 죽겠다며 저보다 더 많이 한국을 갑니다. 엔고 현상으로 이러한 대대적인 이동은 계속될 듯 한데요. 게다가, 일본 뿐만은 아니죠? 수영선수 박태환(400 미터 금메달 땄더군요. ㅋㅋ), 세계적인 피겨스테이터 김연아 , 세계 일류 기업 삼성 등등 한국의 이미지는 상승세에 있는데,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기에 바꿔나가야 할 부분은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있는 듯 합니다. 예전과 다르게, 한국도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고 많은 노력을 하는 걸로 압니다만, 청결한 화장실 문화의 정착이라는 것은, 일부가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민 모두가 조금씩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몇년 전, 청결한 화장실 문화를 위해 대회도 열고, 저희 동네도 상 받았다고 화장실에 걸어놓기도 했더군요. 문제는, 단순히 깨끗한 화장실이 아닌,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해봅니다.


적어도, 몇년 후에는,
제가 가르치는 일본인들에게 `변기에 휴지를 버릴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라는 말은 더이상 듣고 싶지 않네요. ㅋㅋ 


조만간, 일본인이 경악하는 화장실 문화2 를 써 보겠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시길..




일본에서 애국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