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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친구와 생길 뻔한 오해, 한류덕에 풀었다.

어느 날 친정 엄마가 보내주신 소포에 있던 호떡가루. 호떡가루와의 첫만남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해외살이 겨우 3년이지만, 한참 한국 먹거리가 그립던 때, 한국의 노점에서나 먹을 수 있는 호떡을 집에서도 그 맛 그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까지 했었다. 게다가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서, 불량주부인 내 손에서도 제법 그럴싸한 호떡이 뚝딱 만들어지는 게 참 고맙고 신기했었다.   

작년 이맘 때쯤, 
일본인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 배가 터질 정도로 삼겹살을 먹은 그녀들에게 난 호떡을 디저트삼아 만들어 주었다. 그녀들은 배 불러서 못 먹는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이게 말로만 듣던 그 호떡이냐며 맛있다고 난리였다. 그리고는 한국에 가면 꼭 사 올 거라며 호떡가루의 이름을 적고, 파는 곳을 물어 메모까지 했다. 그때부터 그녀들은 한국가면 필수로 호떡가루를 사오게 되었다. (한국에 갔다 온 기념이라며 하나 사다 주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에 여행 가는 친구들이 있으면 부탁도 한다는데, 호떡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전...
나에게 한국어를 배운 적이 있는 M 씨의 페이스북에 호떡 이야기가 올라왔다.
(그녀는 위에서 말한 일본 친구들 중 한 명이 아님). 그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2년 전 한국 가이드 시험 실기를 준비한다며 나를 찾아왔던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한국 유학 경력도 있고, 명문대 출신인 그녀는 3개월의 촉박한 준비에도 당당하게 시험에 합격했고, 시험이 끝난 뒤에도 나와 공부를 계속했다. 그러다 집안에 사정이 생겨 공부를 잠시 그만두게 되었다. 평소에도 그녀는 말하기 힘든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털어 놓았고, 그래서인지 어느날 부터 우리는 선생님과 학생이 아닌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일본인들은 사적인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없애준 것도 그녀였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여전히 공부는 못하고 있지만, 그녀와 나는 한 두 달에 한번쯤 만나 수다를 떨고 식사를 한다. 그런 그녀가 페이스북에 호떡 이야기를 올린 것이다. 여기서 서로 약간의 오해가 생겼다.  
 

대충 번역 ; 겨울이 되면 인사동, 종로 포장마차에서 파는 호떡이 그리워진다. 이런 이야기를 한국어 선생님에게 했더니 '슈퍼에서 팔아요'라고 알려주셨다. 바로 사서 큰애랑 만들어보았다. 시나몬 냄새가 나는 것이 맛있다. 큰애는 마음에 들어하며 4개나 먹었다.

그녀는 평소에도 인사동이나 종로 등지의 호떡이 그립다고 자주 말했었기 때문에 내게는 매우 익숙한 이야기였다. 언젠가 내가 했던 이야기를 듣고 호떡 가루를 사서 호떡을 만들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올린 사진을 보고 있자니, 나조차 처음 보는 호떡 가루 사진이 떡하니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가 샀다는 호떡가루. 오잉? 이런 것도 있었나??

그때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었다. 저기서 말하는 한국어 선생님은 내가 아닌것 같았다. 왜냐하면 나조차 일본슈퍼에서 호떡가루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 생각은 더 깊어져서, M 씨에게 새로운 한국어 선생님이 생겼나보다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녀의 선택이지만, 그녀가 평소에 나에게 했던 말이 있었기에 내심 좀 섭섭하기도 했다.
"다다다 선생님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에요. 선생님과 다시 공부 시작하고 싶어요. " 그런 그녀에게 다른 한국어 선생님이 생긴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그녀에게 새로운 한국어 선생님이 생겼다면 축하해줄 일이고, 나는 여전히 그녀의 친구로 존재하므로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그녀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겼다.
 
                               한국어로 된 댓글 3개. 다다다- M 씨- 다다다임
 
위의 글을 보면 알겠지만, 호떡가루를 일본에서도 파는 줄 몰랐던 나는 " 일본에서도 파는군요 " 라고 남겼다. 그러자 그녀가 이렇게 대답했다.


" 선생님은 한국에서 판다고 하셨(던 거)군요. (저는) 일본 슈퍼마켓에서 판다고 하신 줄 알았어요. 암튼 맛있었어요. "


저거 역시 나였어?? ㅋㅋ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인사동 호떡이 그립다는 그녀에게 나는 슈퍼에서 판다고 알려 준 적이 있었다. 한국어로 수다를 떨다보니 마치 한국인과 수다떨 듯 버릇처럼 "한국"이라는 말을 빼고 그냥 "슈퍼"라고 말했고, 그녀는 당연히 일본에 있는 슈퍼에서 판다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그런 내 말만 듣고, 바로 (일본) 슈퍼로 달려가서보니 정말 호떡가루를 팔고 있었고, 사다가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일본 슈퍼에서 호떡믹스를 팔았다니...그런 줄도 모르고..괜히 한국에서 힘들게 사다 날랐다. 게다가 가격도 착했다. 298엔=4500원) 

만일 일본 슈퍼에서 호떡가루를 팔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의 부실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무사히 호떡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기막힌 우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우연이 아니라 이것은 한류였다. (일본 슈퍼에까지 한류가...???) 초인기를 끈 호떡 가루를 일본에서도 발빠르게 만들어 팔기 시작한 모양이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휴~~다행이었다. 서로의 오해가 풀릴 수 있어서..

그건 그렇고, 이번에 그녀를 만나면 꼭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M 씨.. 일본 호떡가루 어느 슈퍼에서 팔아요?? 나도 사고 싶당...알려줘~잉." 
(지역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쉽게 살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이 곳은 아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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