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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인도 무한감동 받은 한국의 인심




28일 낮..

한국 여행을 다녀온 일본인 M 씨로부터  문자가 한 통 왔었는데요, 그 문자를 보자마자 저는 피식 웃고 말았어요.


<해석>
안녕하세요..

선생님은 총각김치, 좋아하세요?
한국에서 돌아오는 날(지난주 화요일;18일) 아는 사람의 식당 아주머니로부터 총각김치를 받았어요.

김치요 언제가 유통기한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직 괜찮겠죠?


선생님이 좋아하고, 유통기한이 괜찮다면, 내일 (공부할 때) 조금 가져가려고 하는데, 어떼세요?


저 문자에서 가장 제 이목을 끌었던 부분은 바로 김치에 유통기한이 있냐는 질문이랍니다. (물론 유통기한과 상미기간은 좀 다릅니다. 하지만, 일본에는 유통기한이라는 표현이 없으므로...)
M씨는 김치를 가지고 온 지 꽤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혹시 저한테 주는 게 실례가 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묻고 있는데요. 저는 그런 걱정 할 필요 없으니 냉장고에 넣고 천천히 드시라고 알려드렸습니다. 또, 조금 주시면 감사히 먹겠다는 답장도 곁들여 보냈답니다. M 씨는 김치에 유통 기한이 그렇게 길 줄은 몰랐다며 매우 놀라더군요.

어제 M 씨를 만났는데, 두 가지 김치를 건네주더군요.

                                                      바로 이 배추김치와 총각김치요.. 으흐흐흐..

M 씨는 김치를 전해줄 때부터 이미 입이 근질근질한 듯 보였답니다. 무슨 김치냐고 묻는 제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봇물터지듯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으니까요.


M 씨에게는 T 씨라는 일본인 친구가 있다고 합니다.
M 씨는 한국에 여행을 가기 전에 T 씨에게 한국의 맛 좋은 식당을 물었고, T 씨는 친분이 있는 한 한국인(일본에 살고 있음)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서울)을 소개했다고 하는군요. T 씨도 한국에 갔을 때 그 식당에 들른 적이 있어, 식당 아주머니와 안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M 씨는 서울 여행을 하면서 일부러 그 식당에 찾아가서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식사를 하는데, 마침 아주머니가 지나가시기에 한국말로 T 씨의 소개로 왔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주인 아주머니는 굉장히 반가워 하셨고, 분주하게 이리저리 뛰어 다니시더니 다른 먹거리들을 가지고 오시기 시작했답니다. 또 식당 주방이 아닌 다른 방(그 만큼 뭔가 특별한)에서 온갖 반찬들을 잔뜩 가지고 오시더랍니다. 식사를 마치자, 과일을 손수 들고 나와 깎아 주셨고, 그 후에는 커피까지 제공해 주셨다네요.

그런 생각도 못했던 대접에 M 씨는 몸 둘 바를 몰랐다고 합니다. 이유는 그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물론이고 그 아주머니의 가족(일본에 사는 T 씨의 지인)조차 만난 적이 없는, 어디까지나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었답니다. 게다가, 같이 동행한 M 씨의 여동생은 아예 연결고리조차 없는(T 씨도 모름) 타인이었으니까요. 

그 뿐만이 아니었답니다.
식사값을 받지 않으셨고, 가려고 하는 M 씨 자매를 붙잡고는 어디론가로 따라오라고 했답니다. 따라가보니 큰 냉장고가 있었고, 아주머니는 거기서 김치를 꺼내, 봉지에 담기 시작하시더랍니다. 처음에는 한 봉지에 계속 김치를 담길래, 저걸 어떻게 나누지~ 하고 걱정을 했답니다. 왜냐하면 M씨는 고베에, 여동생은 동경에 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인심가득 담은 봉지가 한 사람 분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는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네요. 그렇게 김치를 받아들고 공항에 가서 달아보니 1인당 6키로 정도의 양이었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그럽니다.

" 다다다샘, 정신없이 이것저것 다 챙겨주셔서 거절할 경황도 없이 받기는 했는데, 이렇게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아주머니의 한국인 가족도 직접적으로는 모르는 사람인데 괜찮은 걸까요? "

" 물론이에요. 식당 아주머니도 M 씨 만나서 일본에 사는 가족 생각에 반갑고 행복하셨을 거예요. "

저는 M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굉장히 뿌듯하고 행복했답니다.
아주머니가 보여주신 큰 사랑과 인심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더군요. 또, 그 인심이 저희집까지 이어져서, 어제 오늘 저 김치로 맛있게 식사할 수 있었답니다.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라도 드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세상이 퍽퍽해졌다는 생각이 많이 들곤하지만, 한국 식당 아주머니의 인심은 저의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시기에 충분했답니다.
게다가 M 씨는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를 주변의 지인들과 나누어 먹고 있다고 하니, 식당 어머니의 인심은 일본의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유통기한이 필요없는 우리의 김치처럼, 아주머니가 베푸신 인심은 더욱 깊은 맛으로 익어가며 이 곳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