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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한국 남편 일본 남편 누가 더 최고??

다다다의 귀환입니다. 다다다의 어설픈 일본 생활기 혹시 기다리셨으려나? ㅋㅋ
오늘은 우리 시동생 내외(한일 국제 커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엊그저께 시동생 아가의 돌잔치가 있었습니다. 일이 바빠 쿤 먼저 보내고 저는 늦게 갔는데,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돌잔치가 끝나 있었답니다. 차려져 있는 돌상을 보니, 케이크까지 직접 만들고 한국식으로 그럴듯하게 잘 차렸더군요. 그런 일본인 동서가 참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도와주지 못한 마음에 미안해지기도 하더군요. 오랜만에 온 식구들이 모여 즐겁게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답니다. 그 날의 주인공은 단연 동서네 아가였답니다. 낯도 안 가리고 방긋방긋 웃으며 알 수 없는 언어로 재잘되는 동서네 아가를 보고 있노라니 그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그때 갑자기 시동생의 근심 걱정 레파토리가 또?? 시작되더군요. 시동생의 반복 레파토리는 동서가 임신을 해서 병원에서 딸이라는 판정을 받은 날부터 시작되었기에 저에게는 아주 익숙한 것이랍니다.

" 휴~~이렇게 고생해서 애지중지 키워놨는데 일본눔이랑 결혼한다고 하면 어쩌나...일본 남편들 보면 자상하지가 않아요. 육아도 잘 안 도와주고, 저 밖에 모르고....제 주변 일본인들 봐도 그렇고..에혀......그런 생각만 하면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아요."

옆에서 듣고 있던 제가 이렇게 물었답니다. 

" 그렇게 따지면 동서도 일본인에 남편은 한국인이고...문화 다르고, 사고 방식 다르고 얼마나 힘들겠어요. 모르긴 몰라도 동서 부모님도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가슴이 철렁 하셨겠죠? 근데 지금 행복하잖아요? 뭐가 걱정이에요. "  

" 형수님, 그게 아니에요. 한국 남자들하고 일본 남자들은 많이 다르잖아요. 한국 남자가 따봉이죠. 요즘 한국 남자들 얼마나 여자들한테 잘하는데요. 자기 공간, 자기 영역을 중시하는 일본 남자들은 저만 알고.. 한국 남자 따라오려면 멀었어요. 그치 여보?? 자기 결혼 잘했지??? "

그러자, 동서가 피식 웃더니 한마디 합니다. 

" 네. 일본 남자들보다 자상하긴 한 것 같아요. ㅋㅋ 일도 많이 도와주고...애 낳으려고 병원 들어갔을 때 병원에서 소문이 자자했어요. 우리 남편(시동생) 자상하다고...한국 남자들은 일본 남자들하고 뭔가 다르다고 어쩜 저렇게 잘하냐고 부럽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요. "

그때였어요. 아가가 갑자기 으앙~~울더군요. 응가를 한 모양입니다. 시동생이 동서를 부릅니다.

시동생 :  여보 아가 응가했어
동서    :  자기가 갈아봐
시동생 :  딴 건 내가 다 해줄 수 있겠는데 똥기저귀는 못갈겠어요. 윽..
동서    :  자상하긴 한데요~~~. 똥기저귀는 못간다네요. 단 한번도 해준 적이 없어요

방금까지 자화자찬하던 시동생의 헛점을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아하하하하.
 
저 또한 일본에 살면서 일본 남자들을 많이 지켜봤고, 조금 소극적이고 잘 표현하지 않는 일본 남자들에 대해 느낀바가 있기에 시동생의 일본 남자에 대한 편견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한국인이기에 느끼는 시선입니다.) 그런 남자들에 비하면 우리 시동생이 백배 자상하고 동서한테 참 잘한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시동생 또한 한국 남자들이 흔히 범하는 그 틈새를 극복하고 있지는 못하더군요. 제 친구들에게 저도 익히 들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제 친구들 왈..

" 야야 말도 마. 아무리 아빠들 잘한다 잘한다 해도 그거 다 애기 기분 좋고 방긋방긋 웃을 때 이야기지. 울기 시작해봐. 바로 나 불러. 그리고 똥기저귀는 절대 안 갈아...아니 뭐 태어나면서부터 똥기저귀 갈 수 있는 사람 있나..내 자식이니까 참고 하는 거지.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라고 할 때는 그거 다 애 컨디션 좋을 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궁. 에혀...내 속이 탄다 타..."

이런 이야기 저 참 많이 들어봤거든요.
일본 남자들을 은근 씹으면서(?) 한국 남자의 위상을 드러내던 시동생의 자상함에도 역시 부족한 2%의 틈이 있다는 것을 저는 알아차려 버렸던 것이죠.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시동생이기에 모른 척 혼자 웃고 말았지요.

문득 작년 일이 생각나네요. 시동생 근심 레파토리를 처음 듣게 된 후 얼마 있다가, 저는 일본인 친구 야마시로 씨와 식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딸 둘의 엄마이면서 일까지 하고 있는 그녀는 항상 육아 때문에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하곤 하지요. 그나마 남편(일본인)이 많이 도와줘서 괜찮다고 했던 그녀입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다다다    : 남편 분이 육아 많이 도와주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똥기저귀도 갈아 주셨나요?
야마시로 : 그럼요. 우리 남편이 못하는 건 모유 수유 밖에 없었답니다.
다다다    : 와~~(저 입 쩍 벌어짐)

ㅋㅋㅋ 그랬다. 그녀의 남편은 일본인이지만 한국인인 시동생보다 한 수 위였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
'일본 남자가 낫다. 한국 남자가 낫다' 하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한국인의 눈으로 본 기준에 불과하는 것. 문화 차이, 사고 방식의 차이 등등이 있을 지언정...국적 다 소용없습니다. 사람 나름이라는 것이죠.

그나저나 저는 엉뚱한 쪽으로 생각이 미쳤습니다. 
언젠가 쿤과 다다다가 부모가 되었을 때 과연 우리 쿤은 어떤 아빠가 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애기가 울고 짜증을 내도, 애기가 응가를 해도 우리 쿤이 아빠로서의 도리를 잘하는 지 지켜볼 심산입니다. 이글을 쓰는 도중 쿤에게 물어보니 쿤의 무한 고개 도리질이 멈추질 않는군요. (무리무리무리~~ 라는 도리질 같아 한번 째려봐 줬습니다.)

쿤, 잘 들어..

지켜 보겠으~!!!  (-..-#)   (쿤 왈, 동생 이야기는 동생에서 끝내라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