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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에서 과일을 살 때마다 생각나는 나라, 이스라엘

일본에서 장을 볼 때면, 다른 식료품들과 비교하여 과일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특정 과일이 비싸다기 보다는 일본국내산과 수입산을 가리지 않고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요즘처럼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날씨가 안 좋을 때면 어김없이 올라가는 가격에 과일 구매가 망설여지곤 한다.

우리는 주말이 되면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바쁜 평일에는 느긋하게 장을 볼 시간이 없어서 주말에 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 장을 보러 갈 때마다, 2~3일치 정도의 과일을 사곤 하는데, 오늘은 지난주와 비교하여 과일값이 많이 올라 있었다.

<일본 코프(생협)의 과일가격>
  = 왼쪽 위      : 토마토 2개에 399엔 (원화 약 5,700원) 
  = 오른쪽 위   : 토마토 3개에 498엔 (원화 약 7,200원)
  = 왼쪽 아래   : 토마토 3개에 298엔 (원화 약 4,300원) 
  = 오른쪽 아래: 딸기 한 팩에 598엔 (원화 약 8,600원)

399엔짜리에는 토마토가 두개 들어있었고, 498엔짜리에는 조금 큰 토마토가 3개 들어있었다. 298엔짜리에는 토마토가 3개 들어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조금 작아보였다. 토마토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생각에 딸기를 봤는데, 평소 400엔정도 하던 딸기가 598엔으로 올라있었다. (허걱, 언제 이렇게 올랐지..).

딸기와 토마토 구매를 보류하고 다른 과일의 가격을 알아보고자 둘러보았다.

<일본 코프(생협)의 과일가격>
  = 왼쪽   : 감 1개에 198엔 (원화 약 2,900원) 
  = 가운데: 사과 작은 것 4개에 399엔 (원화 약 5,700원)
  = 오른쪽: 귤 L 사이즈 5개들이, 또는 M 사이즈 6개들이 399엔 (원화 약 5,700원) 

마트에서 판매되는 과일 값이 비싼 이유는 마트에 들어오는 과일의 선별과정에서 외형적으로 좋은 것들만 골라서 들여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한다. 마트의 이름을 걸고 들여오는 것이기 때문에 찌그러지거나 크기가 작아서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을 제외하다보니, 그 만큼 단가가 쎄진다는 것이다.(그래도 너무 비싸다..).

이런 일본에서 과일을 구매할 때면, 나는 어김없이 이스라엘을 생각하곤 한다. 이스라엘에서의 달콤하다는 표현을 해야할 정도로 맛있는 과일과 싼 가격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3년전 연말에 나는 쿤과 함께 이스라엘 여행을 갔었다. 17일간의 휴가를 받았다는 쿤이 이스라엘에 사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가자면서 여행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팔레스타인들이 사는 이스라엘의 동부지역을 따라 북으로 올라가는데, 도로변에 과일을 파는 아저씨를 발견...!!! 이스라엘의 과일이 맛있다며, 친구는 차를 세워주었다.. 사실 차에서 내리기 전까지는 "과일 맛이 거기서 거기지 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는 맛이나 보라며 귤 한 조각을 건네주는데 "헉..!! 과일이 왜 이렇게 달아..?"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조심스럽게 가격을 물어봤는데, 귤 한 상자에 6쉐켈(지금의 환율로 120엔, 원화 1800원)이란다.. 너무나도 맛있는 과일에 놀라고 또한 그 가격에도 놀랐다. 쿤은 망설임없이 귤 한 상자를 집어들었다.

         팔레스타인이 도로변에서 파는 과일.. 사진을 찍는 쿤을 꼬마친구가 신기하게 쳐다본다.

이스라엘의 과일에 감격(?)한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식수라 하는 북동부 지역의 갈릴리를 둘러보고 서부지역의 지중해 연안으로 이동하였다. 그 곳에서는 저녁 노을이 보이는 팬션에 묵었는데, 팬션 주변에 있던 자연산 과일의 맛 또한 일품이었던 것이었다.

                                            팬션 사이사이를 잇는 작은 오솔길

                      오솔길 옆에서 열매를 맺으며 자란 나무 <과일 이름은 모르겠다.헤헤>

                                오솔길 옆에서 열매를 맺으며 자란 정체불명의 나무

                                    이 과일인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ㅜㅜ

팬션 주변을 쿤과 함께 돌아보는데, 과일에 자꾸만 눈이 갔다. 하나 먹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누군가가 재배하는 나무라는 생각에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그렇게 나무 주변에서 기웃기웃 거리는데, 우리의 모습을 본 주인 아주머니가 먹고 싶으면 마음 껏 따 먹으란다.. 정말 먹어도 되는지 반신반의하며 바닥에 떨어진 것을 하나 집어서 까 먹었는데, 생긴 것은 귤처럼 생긴 것이 그 맛이 일품이었다. 너무 맛있다고 하자, 이스라엘의 과일이 맛있는 이유는 일조량이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란다.
게다가 사람이 신경을 쓰면서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심어놓으면 열매를 맺고, 떨어지고 다시 열매를 맺는 순환을 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자연산인 것이었다. 쿤과 나는 1박 숙박을 하면서 그 곳에 있는 과일을 정말 마음 껏 먹었다.

                                           까망이 다다다와 팬션 주인아주머니

하지만, 나는 이내 깨닫는다.
이스라엘에서 먹었던 달콤하고 값싼 과일은 어디까지나 여행에서 얻은 지난 날의 추억이고, 지금은 일본이라는 현실속에서 비싼 과일 가격에 어떤 것을 살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딸기 한 팩과 귤 한 봉지를 장바구니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이내 되뇌였다.
일본에서의 과일은 비쌀지는 몰라도, 알바시급을 생각하면 그래도 저렴한 편이이야...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