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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일본판 아마겟돈, 일본의 운명을 짊어진 180명


브리스 윌리스 주연의 "아마겟돈 (Armageddon:히브리어:ארמגדון)"이라는 영화를 아시는지요?

1998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에 구멍을 뚫어서 행성을 둘로 쪼개어 지구충돌을 막는다는 공상과학영화입니다. OST인 I don't want to miss a thing 이란 곡이 지금도 귓가를 맴도는 것 같습니다.

                                                                                          아마겟돈 영화의 한 장면 (공개자료)

한국어 표기의 "아마겟돈"은 히브리어 발음으로 "하르마게돈"이라 하며, 그 뜻은 대개의 문화에서 시간의 끝이나 그와 비슷한 재앙을 나타내는 말이라 합니다. 영화속의 이야기와 접목시켜 본다면, 소행성으로 인해 인류종말을 뜻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금 일본은 동북지방에서 발생한 태평양연안의 대지진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지진과 쓰나미에 놀란 사람들의 혹독한 피난생활을 돕고자 각지에서 일어나는 지원의 손길을 보고 있자면, 감동 그 자체랍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 국민의 움직임보다도 더 많은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사고 소식입니다.

오늘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판 아마겟돈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 전)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는 총 6개의 원자로가 있는데, 위에 있는 사진은 1~4호기의 모습입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의 후쿠시마 발전소는 평온하고 깔끔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도쿄를 기반으로 하는 관동지방 전력의 약 15% 전후를 차지합니다.


                                                                   3월 16일에 공개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위성사진 (사고 후)


                                                                   3월 16일에 공개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현장사진 (사고 후)


하지만, 동북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영향으로 후쿠시마 발전소는 냉각기 고장을 비롯한 각종 사고가 발행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외벽붕괴와 원자로 등이 손상되었고, 사고 5일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참혹하기만 합니다. 사고 이후 방사선 노출이 심해지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 되고 있으며, 반경 20km 이내는 피난발령, 20~30km 에서는 외출자제발령이 발표되었습니다.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서는 평상치의 3~20배에 이르는 방사선이 검출 되었고, 그 침착하던 일본인들도 동요하고 있는 모습을 tv 인터뷰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방송국에서는 각 지방의 방사선 농도를 체크하고, 그 농도가 주는 의미를 설명함과 동시에 국민들로 하여금 냉정한 판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해 인근지역이나 도쿄에서는 사재기가 눈에 띄게 늘었고, 그로 인해 특정 물품의 품귀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고 이외의 지방에서는 공장을 풀가동하여 생필품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차량의 연료 부족과 지진으로 인한 도로 통재로 인해 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지역별 순차적 절전에 들어가는 상황까지 발생하니 일본 국민의 동요는 점점 높아만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3월 16일 오후 4시 경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관한 장관급의 중간 보고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발전소 상황, 그로 인한 방사선 노출 정도, 앞으로의 진행 방향등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저녁 뉴스를 통해서 그 내용을 알았지만, 마음을 때리는 말이 있더군요..

지금 발전소에는 최악의 작업환경에서 발전소 직원 50여명과 130 여명의 자위대와 소방 관계자 등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최악의 사태를 막고자 목숨을 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 총리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들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지라, "철수는 없다. 그리고 당신들 밖에 없다"며, 비장한 각오의 표정으로 격려를 했다는 발전소 직원 말도 있었습니다.

                                                                    대지진 발생후의 대국민 총리 담화 (아사히tv 뉴스영상 사진촬영)

그렇습니다.
지금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는 180 여명의 사람들이 최악의 사태를 막고자 벼랑끝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대지진으로 인한 핵의 아마겟돈에 맞서 목숨을 건 최후의 저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부모형제, 그리고 가족을 생각하며 목숨을 담보로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 경제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동북아시아 더 나아가서는 세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문제라 봅니다. 발전소 안에 있는 180여명의 사람들은 일본의 미래가 아닌, 세계의 미래를 위해 핵의 아마겟돈과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일본의 자연재해가 천벌이라며 막말을 하거나, 악플을 다는 것일까요?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성원이 필요할 때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