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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유학기

일본에서 구치소 통역 알바하면서 생긴 한국인과의 거리감

유학을 하다보면,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할 수 없었던 경험들이 일본에 사는 유학생이기에 가능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 경험이란 어떤 경험일까요?
바로 통역입니다. 통역 알바는 짭짤한 시급은 물론이거니와, 인맥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인맥이 가져다 주는 파워는 이전에 포스팅 한 것이 있으니 그것을 읽어보세요~~)


하지만, 쿤은 통역을 하다가 정신이 나가기 일보 직전까지 간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구치소에서의 통역에서 겪은 일입니다. 또, 구치소 통역 알바로 인해 해외에서 만나는 한국인에 대해 조금은 거리감을 두게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통역을 제의받다.

2002년 여름...
전국, 아니 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든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쿤은 이유모를 무기력함에 빠져있을 때였죠.(그 만큼 월드컵에 빠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는 아는 한국인 형에게서 전화 연락이 왔습니다.

(머리생략)
형 : 쿤아~ 10일짜리 통역 알바가 있는데, 시간되냐?

쿤 : 어떤 통역인데요?
형 : 나도 확실히는 모르는데, 생활 일본어 수준이면 무난하고, 시급 5천엔이니까,
      하루 10시간씩 10일하면 50만엔이야..

쿤 : 헉!! 5,,,5,,,,,50만엔요?? @@  형!!!!! 그 통역 제가 할테니까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지 마세요.

형 : 그래 알았다. 다시 전화할게..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형 : 쿤아~ 오늘 중으로 의뢰자가 전화할거야. 자세한 이야기는 그 사람에게 들어라~
      돈은 일 끝나면, 다음 날 줄게...
쿤 : 알았어요. 통역 끝나면 밥 한번 근사하게 살게요~ 고마워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화가 왔습니다.

상대방 : ㅇㅇ경찰서의 △△입니다. 쿤씨의 핸드폰 맞습니까?
   쿤    : (무지 놀람. 경찰서에서 웬일?) 네~ 제가 쿤인데요.. 무슨 일이시죠?
상대방 : 통역문제로 K씨(아는 형)에게 쿤씨를 소개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통역알바를 하게 되었습니다.


쿤..!!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치소에 가다.

통역을 하는 날에 ㅇㅇ경찰서로 갔습니다. 담당 경찰를 만나서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상황>
어디어디에서 살인사건 발생. 용의자는 한국인. 도주의 위험이 있는 관계로 xx구치소에 구속 수감됨.
용의자가 한국인인 관계로 의사 소통으로 인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자 통역을 고용.
통역담당자는 취조관과 용의자의 대화를 통역함.
단, 절대로 취조관과 용의자가 하는 말만 전달해야하고 필요이상의 말을 해서는 안됨.

그리고 차를 타고 xx구치소로 갔습니다.

맨손으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은 담, 그 위에는 2중 철조망.. 방문자 정보를 기록하고 구치소 행정실로 갔습니다. 간단히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취조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취조 통역이므로 말 한 마디로 여러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경우가 있으니, 통역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겁까지 줍니다. 그리고, 취조 내용은 용의자의 동의하에 녹음을 하며, 통역의 내용도 같이 녹음이 된다고 합니다.

9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취조가 시작되었습니다. (쿤은 초긴장모드 가동중)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취조관과 용의자가 마주 보고 앉았습니다. 그 사이에 통역을 하는 쿤이 앉았고, 이 세 사람을 지켜보는 감독관이 취조실 구석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취조관이 짧게 자기 소개를 했고, 용의자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는 사건 내용을 확인하고 취조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그 취조라는게 참,,,,

취조관 : 何で殺したんですか?
   쿤    : 왜 죽였습니까?
용의자 :
저는 안 죽였습니다.
   쿤    : 私は殺してません。
취조관 :
あっ、そうですか?では、何で殺したんですか?
   쿤    : 아, 그래요? 그럼, 왜 죽였습니까?
용의자 :
저는 안 죽였다니까요.
   쿤    : 私は殺してないって。
취조관 :
あっ、そうですか?では、何で殺したんですか?
   쿤    : 아, 그래요? 그럼, 왜 죽였습니까?
용의자 :
안 죽였어요.
   쿤    : 殺してない。

그렇게 30분 정도 취조를 하더니, 다른 취조관이 들어왔습니다. 그 취조관은 뭘로 때렸냐는 말을 반복해서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취조관...굳이 다 나열할 필요도 없이 위와 비슷한 내용을 하루에 10시간씩 10일동안 반복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쿤은 정말이지 아무 생각이 안 들더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몇몇 질문 이외에는 거의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나중에는 그냥 기계처럼 통역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첫날의 취조통역이 끝나고, 취조실을 나오는데 취조관이 이런 말을 합니다. 

취조관 : 어허~~ 통역이 눈이 풀려버렸네..ㅎㅎ 그래도, 이렇게 하루 통역하면 10만엔은 벌잖아.. 남들 10일분 급여를 하루에 버는 일이니까, 그만큼 힘도 드는 거야.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쉬고, 내일도 각오 단단히 하고 오라고~~ 알았지??
   쿤    : 네~~

첫날의 10시간이 10년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하루 일당이 10만엔이라니?? 난 일당 5만엔 받고 오는 건데...??
나중에 알고 보니, 10일간의 취조 통역비는 원래 100만엔이었는데, 아는 형이라는 사람이 중간에서 반을 소개비 명목으로 뜯어 먹은 겁니다.(일은 제가 하고 돈은 반띵한 것이죠. 멍멍이 같은 X... 세상에 믿을 놈 없다더니...같은 유학생끼리 참...)

한국 사람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만나라.

취조 통역 10일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지금은 생각도 나질 않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물어보는 데,,, 와~~ 제가 미치겠더라구요. 그런 취조법을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취조를 받으면, 멀쩡한 사람도 범인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사건의 결과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알바를 해서 10일에 50만엔이라는 돈을 받았으니, 금전적으로는 괜찮은 알바였습니다.(참고로 50만엔이라는 돈은 40~50대 셀러리맨의 한달 월급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앙금은 그 때부터 피어올랐습니다. 그 앙금이란, 바로 알바를 소개시켜준 형이랍니다. 10일 동안 정신질환이 일어날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면서 취조통역을 하고 50만엔을 받은 쿤...!! 그리고, 전화 통화 하나로 중간에 50만엔을 떼어간 대문자 엑스...(소개 또한 정당한  대가라 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쿤은 그 형으로 인해 일본 생활을 하면서 한국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서 조금은 신중해 졌습니다. 한국 사람인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같은 한국인이라며, 친하게 지내자는 사람의 마음에는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이용해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한국사람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저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기를 수~차례 했답니다. 그 만큼 해외생활이 힘들다는 말이고, 그래서 같은 한국 사람을 이용해서라도 먹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습니다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고 하죠?)

해외유학에 있어서 인맥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 인맥으로 유학생활의 승패가 갈린다고 말해도 될 정도라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중에 일본 유학을 생각하고 계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일본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되 조심해서 만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쿤을 만나거든 쿤도 살펴보십시오. (?? 그 정도로 매사 신중하라는...) 9년간 유학을 한 사람의 진심어린 충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