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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유학기

일본유학시절 지도교수와의 말다툼으로 바뀌어버린 인생

유학을 하면 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유학이라는 것이 비단 도서관에서의 공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쿤의 일본유학...
저 역시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유학경험으로 가득합니다. 그 많은 경험 중에 오늘은 대학원에 입학하여 담당 지도교수님과 말다툼 뒤에, 바뀌어버린 쿤의 인생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화려한 스포라이트를 받으며 입학한 일본의 대학원

2003년...
쿤이 다녔던 일본의 대학에서는 학부 4학년생을 대상으로 "2004년 석박사 통합과정(3~5년과정)입학생 모집"이 있었습니다. 쿤은 대학에서 로봇을 전공했고, 성적도 상위 5% 이내, 로봇의 미래와 로봇에 대한 쿤의 흥미, 대학원에서의 확실한 연구테마가 있었기에 석박사 통합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3~5년의 통합과정이라 할지라도, 5년의 박사전후기 과정을 각오하고 있었던 지라, 통합과정에 대한 부담은 없었습니다. 또 지도교수도 흔쾌히 지도를 승락했기에 걱정없는 입학이었습니다. (참고로 통합과정은 박사 졸업을 못 할 경우, 석사 학위도 못 받는 단점이 있습니다) 지도교수는 이쪽 분야에서라면 국제적으로 유명한 분이었죠. (헛소문?)

2004년 4월...
쿤은 석박사 통합과정에 입학하면서 3년간의 수업료 전액면제(사립대학이었던 관계로 1년 약 160만엔 : 2000만원) 를 받았고, 월 10만엔이 넘는 별도의 장학금까지 받았었죠. 금전적으로 굉장한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도교수와 담당 연구원의 무관심

입학하여 2주 정도가 지났을 때,,
A교수(지도교수)님께 연구 내용에 대한 1시간의 면담을 신청하였습니다. 갑작스런 면담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미리 사전 약속을 잡은 후의 면담이었죠. 저는 그 한 시간을 위해서 일주일 정도 시간을 들여서 자료를 만들었고, 연구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하였답니다. 그런데, 면담 당일 A교수님은 급한 일이 생겼다며, 약속 시간을 바꾸자고 하시더군요. 저는 저의 용무가 그리 급한 것이 아니니 알았다고 했습니다. (유명하다보니 아주 바쁜 교수였다.)

며칠이 지나 다시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A교수는 지금은 시간을 잡을 수 없으니, 다른 연구원(베트남 국적)을 붙여주겠다고 했답니다. 하지만, 그 연구원은 제가 하려는 연구테마에 관심 조차 주지 않았답니다. 참다 못해 A교수님께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근데, 돌아온 그 말이라는 것이 제가 학교도 잘 안 나오고, 시키는 것을 잘 안한다는 말을 베트남 연구원에게 들었다고 하더군요..(그 때는 5월 중순이었고, 일본의 골덴위크가 끝난 뒤였고, 학교에 안 나간 것은 골덴위크 기간의 불과 5일 정도 였답니다.) 기가 막히고 코도 막혀서 준비해 놓은 자료를 보여주며, 학교 안 나온 사람이 이 정도로 연구분야에 대해 조사가 가능하냐고 항변을 했죠. 그런데도 A교수는 베트남 연구원에게 위임을 했으니까 둘이 잘 협의해서 연구해 보라고 하더군요. (지도에서 위임?)

그래도, 쿤은 배워야하는 입장이었고, 베트남 연구원과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기에 그를 수차례 찾았답니다. 그럴 때 마다 느낀 것은, 왠지 모를 따돌림과 무관심... 베트남 연구원이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 같은 느낌을 배제할 수 없었답니다. 그렇게 두달이 훌쩍 지나 버렸고, 참다 못 해 A교수에게 상세한 내용을 이야기 했지만, A교수는 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답니다. 쿤은 그 자리에서 머리 뚜껑이 열려버렸고, A교수에게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A교수는 들은체 만체로 일관했답니다. A교수와 베트남 연구원의 본심을 알았기에, 쿤은 A교수에게 한 마디 말을 남기고 A교수를 뒤로 했습니다.

교수님은 유명한 교수님일지는 모르겠으나,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교수님은 아닌것 같습니다.

쿤은 실험실(연구실)에 있던 짐을 챙겨서 나왔고 학교를 그만 두었습니다.
쿤이 도대체 뭘 잘못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그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때의 상황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있습니다.

쿤의 새로운 도전

학교(대학원)를 그만두고 동일 연구테마로 다른 대학원을 알아보려 하였으나, A교수가 일본 로봇계의 4대 천왕이라 불리었던지라, 인맥이 중요한 일본 사회에서 동일 분야에서의 성공은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년간 공부해 온 것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던 거죠.(쿤의 유학생활 돌리도~)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한 줄기의 빛은 있었습니다. 쿤은 3학년이 끝날 때 이미 졸업학점을 이수하였기에, 4학년 전기(1학기) 때, 다른 학과의 전공기초과목을 11과목이나 들었습니다. 전산(프로그램), 전기, 전자, 정보, 기계, 반도체, 건축, 광학, 그리고 경영, 영상, 광고 등 그 분야도 다양했답니다. 이렇게 많은 과목을 들었던 이유는 단순히 학비내는 것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런 공부법이 쿤의 앞날에 한 줄기의 빛이 되어 줄 줄이야...)
 
쿤은 같은 공대분야의 다른 과목에 눈을 돌렸습니다. 전공을 바꾸고자 한 것이지요.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찾은 것이 "반도체"... 반도체 관련 기초 수업을 들을 때 담당 교수는 칠판에 "半導体"라는 글을 쓰고, '반도체가 뭘까?'라는 질문을 하더군요. 말 그대로 "반은 도체"... 그 말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반도체 수업에 빠져버렸답니다.

그리고, 반도체를 새로운 전공으로 결정하고 독학을 시작했습니다.(남들은 4년 걸려서 공부한 것을 반년에 끝내겠다는 그 무모함과 무식함.. 하지만, 쿤은 전공에 대해 "태어나면서 전공 정하고 나오는 사람없다.. 전공이란 많이 공부하면 그게 전공이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랍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죠.)

쿤은 반도체 기초 공부를 1개월만에 끝내버렸고, 영어 논문 페이퍼(약 4~6페이지)를 2개월에 걸쳐 50여편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반도체의 새로운 분야가 보였고, "반도체+입체구조물"이라 하여 MEMS 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연구 분야가 2~3개 눈에 보이더라구요. 
(MEMS 설명 : http://enc.daum.net/dic100/contents.do?query1=10XX110434)

10월이 지나 늦은감은 있었지만 그 쪽 분야에서의 교수진을 찾기 시작하였고, 모 대학의 젊은 교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연구내용 소개와 상담요망 메일을 보냈더니 참신한 아이디어라면서 보다 자세히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전공을 로봇에서 MEMS로 바꾸고, 2005년도 4월에 다른 대학원을 입학하였답니다.

새로운 전공이 바꾼 인생

다른 대학원에 입학하여 새로이 시작된 학교 생활은 그야 말로 순탄 대로였습니다. 40대 중반의 새로운 지도교수 B는 쿤이 하는 말에 경청을 하였고, 1주일에 한번 있는 정식 미팅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실험 결과를 물으러 오기도 하였습니다. 또, 연구방향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교수였답니다. 그런 노력끝에 쿤은 2년간의 석사기간 동안에 3번의 일본 국내 학회 발표와 1회의 국제학회 발표, 그리고, 두 개의 특허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하죠?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취업도 이력서 쓸 때마다 최종합격을 받게되어 기업체를 골라서 가게 되었습니다.

[쿤 이야기/쿤의 일본 유학기] - 일본에서 구직활동하며 1,400만원 벌었던 경험

이러한 모든 것들이 A교수와의 말다툼 끝에 학교를 그만두고, 전공을 바꾸고,,, B교수를 만나서 쿤의 인생이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쿤은 전공을 바꿈으로해서 인생이 바뀌어 버린 것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전공을 바꾸는 것이 쿤이 가야했던 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쿤은 유학상담을 해 드리면서, 전공선택을 망설이시는 분께 다음과 같은 말을 해 드립니다. 이 말은 유학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대학을 입학하시는 분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전공(専攻)이란, "어느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한다"는 뜻이라 합니다. 즉, 어느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다 보면, 그것이 그 사람의 전공이 된다는 말이겠죠? 태어나면서 전공 결정하고 나오는 사람없습니다. 공부를 지속적이게 하다 보면 그 것이 본인의 전공이 된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러니 전공은 마음 먹기에 따라서 쉽게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공 바꾸려는 분들은 너무 겁먹지 마시고, 많이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해 보세요.

또, 교수의 유명세만 좇아 자신의 목소리와 의지를 잃는 실수를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