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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유학기

도피성 일본유학에 성공하려면...

목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살기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활동하면 괜찮아지겠지~하고 회사에 갔었죠.
그런데, 결국 일도 못 하고 회사 양호실에서 한 숨 잤습니다. 그리고, 퇴근 시간까지 잘 버티다가 집에와서 약 먹고 그대로 쓰러져서 9시간이 넘도록 자고 일어났답니다. 환절기라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이 적응을 못 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시 원기왕성한 모습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이틀만에 메일 확인을 했더니, 20여분의 유학 상담메일이 와 있네요. 그 분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저의 13년 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많은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한국에서 발버둥치면서 힘들게 사는 것에 지쳐갑니다.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서 유학을 선택한다면, 도피성이라는 말이 되겠죠? 그런 도피성도 성공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그런게 가능할까요?

일일이 답변을 드리자면, 책을 출판해서 드리는 것이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실이 그러지 못하기에, 이렇게 포스팅으로 대체합니다. (답답함을 쿤에게 푸셨으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찾아보고 알아봐서 답멜은 보내드립니다.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늦어도 오늘 밤까지 모든 분들께 답변보내드리겠습니다.)

도피성 유학이 나쁘다고요?

사람들이 그러죠? 도피성 유학해 봐야, 돈 낭비, 시간 낭비라고...
"도피 = 도망해서 몸을 피한다"는 말이므로 비난적인 말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몸을 피해서 재도전의 계기로 삼는다면, '작전상 후퇴'라는 말이 됩니다. 그 작전상 후퇴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도피라는 말로 손가락질을 합니다만, 그러다 큰 코 다치죠..^^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도피성 유학도 엄연한 유학이고, 도전입니다.
그리고 쿤은 도피성 유학으로 보기 좋게 성공한 사람들을 수차례 봐 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의 정의 : 일본으로 건너와서 소정의 목표를 달성하고, 일본유학이 본인 인생의 밑거름이 되는 것) 

도피성 유학으로 성공하려면?

쿤은 일본 교토에서 일본어 학교 어학원을 다녔습니다.
그 일본어 학교에 다니던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도피성 유학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어찌보면, 쿤도 히라가나도 모른 채 일본에 건너왔으니, 도피적인 면이 없었다고는 못 할 것같습니다.(그래도 일본으로 건너 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

쿤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도피성 일본유학을 보란 듯이 성공한 사람들은 다음의 세가지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 유학의 목표를 3가지로 잡아라.
2. 정보 수집을 게을리하지 마라.
3. 인맥관리를 잘 해라.


실제 사례1
어떤 여자분이 있었습니다.
일본으로 건너 오기 전에 '파티쉐'라는 확고한 꿈이 있었던 그 분은 일본어 어학 과정이 끝나면 가고자 했던 2년제 전문학교도 결정해 놓은 상태였답니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전문학교에 들어갔고, 부모님의 경제적 원조와 본인의 알바로 전문학교를 무사히 졸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본에서 취업을 하고자 했던 그녀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이유요? 파티쉐라는 직업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경험과 유명세 역시 뺄 수 없는 중요한 직업이라 하더군요. 전문학교를 갓 졸업한 초년 파티쉐, 특히 외국인인 경우에는 고용을 하더라도 비자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습니다. 결국 그녀는 전문학교 졸업과 동시에 한국으로 귀국을 했습니다. 지금 어떻게 사는지는 쿤도 모릅니다.

실제 사례2
이번엔 어떤 남자가 있습니다. (아는 동생입니다.)
이 사람은 카드빚 청산하고, 무일푼으로 일본으로 넘어온 사람입니다. 힘들고 어렵게 일본유학을 한 쿤이 봐도 정말 고생 많이 한 동생입니다. 이 동생은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문학교에 가고 싶어 했고, 대학에도 가고 싶어 했습니다. 이 동생은 어떤 진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되고자 하는 것이 달랐습니다. 
동생은 많이 망설였고, 결국 학비 감면과 장학금 혜택이 있는 4년제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동생의 입에서 많이 나오는 말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동차'였답니다. 집에 놀러가 보면, 자동차 프라모델, 잡지, 공장 방문 기념 사진 등 자동차 관련 정보가 방 여기 저기서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디자인 = 의류'라는 편견이 있었던 쿤은 동생에게 물어봤습니다.
"야~ 넌 차도 없는 놈이 차에는 관심이 많은 거 같다?"
"형~ 일본차 깜찍하고 예쁜거 많다는 생각 안들어요?"

그 동생이 어떻게 됐냐구요?
도요타라는 일본 자동차 회사 아시죠? 6년전에 자동차 설계직로 취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쯤에 한국의 모 회사로 간다고 했는데, 이후 연락이 끊겨버렸답니다. 바쁘게 사느라 쿤의 존재가 잊혀졌나 봅니다.
 

두 케이스의 일본유학 성패의 분석

일본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
위에 두 케이스에서 뭔가 느끼시는 것이 없는지요?
파티쉐를 꿈꾸신 여자분은 부모님의 학비지원을 받으며 금전적 어려움이 없는 공부를 했지만, 잊고 있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파티쉐로 고용되는 외국인의 비율을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실력만 있다면, 갈 곳은 많을 거야(추측)'라는 안이한 길을 걷고 있었답니다. 파티쉐에 올인을 했고, 앞만 보고 걸어갔지만, 정보 수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학교와 알바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인맥을 만들지 못 했던 것입니다. 결국 본인이 생각하는 길을 3년 동안 걸어갔지만, 그 길은 막다른 길이었습니다.

반면 아는 동생은 달랐습니다.
그 동생이 일본에 오게 된 배경은 카드빚 청산... 관심은 디자인... 그 누가 봐도 도피성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동생은 도피성이라 하더라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처음에는 상표, 가전, 건축 등 많은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갖었고, 그런 관심 속에서 자연스레 자동차를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가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한다면, 어디에 갈 수 있을지를 알아봤고, 확고함 속에 4년간 공부를 했습니다. 대학 출신은 기업체 디자인으로 들어가기 어렵다는 소문이 있는 상황에서 보란듯이 들어가더군요. 그 이유는 같이 공부했던 일본 친구들과 학부 교수님의 충고가 컸다고 합니다. 결국, 되고자 했던 목표가 많았고, 정보 수집을 충실히 하면서 자동차 디자인의 사회적 흐름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친구들의 정보 공유와 교수님이라는 인맥이 그 동생의 앞날을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우물 파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목이 무척 마릅니다. 그래서 우물을 파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파는 우물에서 물이 안 나온다면?
우물 파라고 했다고 무조건 파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과연 물이 나오는 곳인지를 알아볼 것이고, 어떻게 파야 효율적이고 빠르게 파는지도 생각해 볼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도와주는 사람까지 있다면, 더 이상 말이 필요없겠지요?


도피성 유학이다, 아니다는 유학을 하는 본인만 알고 있는 것입니다.
도피성 유학이라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 본인에게는 찬스이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단, 그런 기회를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는 본인 하기 나름입니다. 
지나친 자기 믿음 또한 경계해야하지만, 무계획으로 일본에 오시더라도, 3가지 정도의 목표와 충실한 정보수집, 그리고 끈끈한 인맥을 유지하신다면, 작전성 후퇴 유학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힘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