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의 '하나코'라는 이름의 의미를 알게 된 후 공포를 느끼다.

일본의 '하나코(花子)'를 아시나요? 
일본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하나코'라는 이름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 대학 절친의 별명이 바로 '하나코'이기 때문이죠.

그녀가 '하나코'라는 별명을 달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합니다.
당시 대학생이던 저는 한 강의에서 다음과 같은 문학작품을 접하게 됐고 수업의 일환으로 친구들과 토론도 하고 분석도 하고 보고서도 썼던 적이 있습니다.
 


학교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 소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주고 받던 어느 날이었어요. 한 친구가 갑자기 한 마디 합니다.

" J 야. 너, 지금 보니까 코 정말 예쁘다. 다른 데는 모르겠는데, 코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

그녀는 눈에 띠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코는 정말 살짝 인공미가 느껴질 정도로 콧날이 오똑했거든요.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외쳤습니다.

"어! 코 하나? 하나코? "

그 날 이후, 그녀는 하나코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그 별명을 정말 좋아했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별명을 아주 부러워했어요. (지금도 코미인을 꿈꾸는 다다다)
제 기억 속에 하나코는 콧날이 오똑한 미인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작년까지는 그랬습니다.

작년에 저는 일본의 한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수업 중에 예를 들려고 말을 꺼낸 것이 '하나코' 였답니다. 저에게는 매우 친숙하며 좋은 이미지의 이름이었으니까요.

" 만약 하나코라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아이들이 갑자기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수근수근하더군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영문을 물었죠.

"선생님, 하나코는 귀신 이름인데요. 왜 하필..."

그렇습니다.
하나코는 일본에서 학교 화장실 괴담의 주인공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야후에서 '화장실 하나코'라는 검색어를 넣어보면 정말 많은 글(괴담)들이 검색이 됩니다.
(네이버에서 쳐봐도 꽤 나오더군요)


읽어보면, 하나코는 화장실에서 죽은 귀신으로 빨간 치마를 입은 단발 머리의 여자 아이이며, 죽은 이유나 방법에 대한 설은 다양합니다. 학교 화장실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대답을 한다는 것이 이 괴담의 같은 패턴이죠.

공포 영화의 제목에도 참 자주 등장합니다.

아마 이런류의 영화를 자주 보시는 분이라면 이미 다 알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공포 영화 랑은 담을 쌓고 살다보니 금시초문이었답니다. 이 글을 포스팅하기 위해 포탈 사이트 뒤지다 발견된 '하나코 인형'을 보고 깜놀하고는 놀란 가슴을 잠재우고 있습니다. 

게다가,  생각보다 자주 여러 사이트에서  `하나코`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또 놀라고는 합니다. 아마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 OST 를 부른 오쿠 하나코(奥華子 -> 한자가 다릅니다)와 같은 가수를 좋아해서인듯 합니다.

또, 떠오르는 사람은 개그우먼 야마다 하나코..


찾아보니, 본명은 아니었네요. (야마다하나코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은행에 자주 등장하는 `홍길동`과 같은 이름이라고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아주 옛날 이름이라는 촌스러운 이미지에서 어느날 화장실 괴담 주인공 이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든,
저는 더 이상 하나코라는 이름을 좋아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무섭거든요.
그나저나,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어야 할지 그 또한 참 망설여집니다.
그녀는 여전히 하나코라는 별명을 좋아하니까요.

추신 : 하나코(花子)는 예전부터 저런 이미지는 아니었답니다. 그래서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흔하지만 친근하면서 귀여운 이름(나쁘게 말하면 촌스러운)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하나코 귀신은 어린아이 귀신이라 본성이 나쁘지 않고 대단히 무서운 귀신도 아니랍니다. 다만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점점 무섭게 바뀌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