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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 한류 문화 팬클럽 회장이 말하는 호감,비호감 한류 스타

많이 기다리셨나요? 지난 번 포스팅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보여 주셔서 살짝 부담이 되긴 합니다.
이 포스팅을 처음 접하시는 분은 지난 포스팅을 읽고 오시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우리 동네에는 한류 문화 팬클럽 회장님이 살고 있다. 그녀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하자면, 나이는 60대, 간사이 방송 출현(평일 낮방송이라 볼 수가 없었다), 해드헌팅 회사 고문(이건 정확히 기억이 안남) 으로 활동하고 있는 열정이 가득한 일본인.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일본인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한국 사랑과 한국인 사랑' 이 넘쳐 흐르는,
호탕한 웃음과 쉬지않는 재잘거림이 참 유쾌한,
일본인 특유의 조용함과 조심스러움을 찾아볼 수 없는,
가식없이 솔직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우리 부부는 그녀의 집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그녀의 집에는 팬클럽 주요 맴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사람들은 대기업 회장 부인이거나, 보험 회사 간부로 일하는 우리네 어머니 연배의 사람들이었다. 


거두절미하고 지금부터, 그녀들과 나눈 한국의 호감, 비호감 스타에 대해 있는 그대로 써보려고 한다.


비호감 한류 스타 A


다다다 씨는 한국 연예인 누구 좋아해요
?


그 날 내가 받은 첫질문이었다. 그러다 떠오른 사람이 쿤과 성이 같은 A 씨. 

쿤과 성이 같아서 그런지 A 씨가 좋더라고요.

그때, 그녀들의 화사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가 뭐 실수했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했다.

우리는 A 씨는 응원하지 않아요A 씨는 팬을 진심으로 대할 줄 모르는 사람이에요. 팬들은 각자 형편에 맞게 마음을 담아 선물을 하는데, A 씨는 선물을 가지고 팬을 판단하더라고요. 팬미팅 때 무대에 가득 쌓인 선물을 휘휘 젓더니 명품만 쏙 골라 흐뭇해하는 표정을 보면서 정이 뚝 떨어졌어요. 팬미팅 끝나고 보니 명품만 싹 골라갔더라고요.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그런식으로 판단하는 사람은 응원할 수 없습니다. 


비호감 한류 스타 B


B 씨 사건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팬미팅에 갔는데 B 씨는 아가씨와 아줌마를 차별하더군요. 젊고 예쁜 아가씨에게는 악수와 포옹을 해주고, 아줌마에게는 악수만 해주더군요. 팬을 가리고 차별하는 연예인의 팬이 되고 싶지 않아요.
 

이 사건으로 연예인 B 씨는, 팬클럽 회장님에게 전화는 물론 자필 편지로까지 몇 번이나 사과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돌아선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호감 한류 스타 C


군복무를 마치고 컴백한 C 씨의 팬미팅에 대한 이야기였다. 팬미팅이 시작되자 C 씨는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제가 군대 제대할 때까지 기다려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군대에서 힘들 때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응원 덕분에 큰 힘을 낼 수 있었어요. 군대 간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참 힘들더군요. 그 때 제게 큰 위로를 주신 분이 계십니다. (옷 소매를 걷으며) 이 시계 보이세요?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며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응원하겠다며 이 시계를 보내주신 분이 계십니다. 혹시 이 자리에 나와 계신가요?

그 때, 한 여자 분이 수줍게 손을 들었다고 한다.

저에게는 막막하기만 했던 긴 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당신에게 저도 오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무대로 올라와 주시겠어요?

그 여자 분은 무대에 올라가 선물과 악수 사인,  포옹이라는 종합선물세트를 받게 되었고 그걸 지켜본 다른 팬들은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C 씨는 군대있을 때 수 많은 팬들로부터 받은 선물, 편지, 응원 메시지 등 사소한 것까지도 일일이 기억하며 팬들 한 명 한 명의 존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호감 한류 스타 D


몇년 전, 한류 문화 팬클럽 회원들은 단체로 한국의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였다고 한다. 드라마 촬영 스텝 및 관계자들을 위해 손수 김밥을 말아 도시락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녀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저녁에 씻고 화장을 한 채로 잠자리에 들었고, 새벽 3시에 일어나 김밥을 싸서 촬영장을 찾았다고. 물론 스타 D 씨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D 씨는 다른 곳에 가서 식사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스타 D 씨는 그녀들이 손수 싼 김밥 도시락을 현장에서 다른 스텝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고, 그 모습을 본 그녀들은 대스타 D 씨의 수수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은 D 씨가 테이블도 없는 촬영지에서 김밥을 맛있게 먹으며 웃어주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호감 배우 E, 전 모 그룹 맴버 F


그녀에 집에 있는 많은 앨범을 보면서 가장 눈에 띠는 한 사람(앨범 최다 출현)이 있었는데, 그는 조연 배우 E 씨다.

우리는 E 씨를 너무 좋아해요. 인격이 된 사람이에요. 우리가 한국가면 꼭 마중나옵니다. 바쁜 와중에도 손수 발걸음을 해서 우리를 챙겨줍니다. 물론, E 씨가 일본에 오면 우리도 만사 제치고 만나러 갑니다.

그들은 E 씨에 대한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다. 주연 스타는 아니기에 팬미팅같은 거창한 행사를 할 수 없는 배우지만, 비공식적으로 그녀들과 많은 것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또, 해체된 그룹의 맴버 중 하나인 F 씨는 애교스런 눈웃음과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그녀들에게 사랑받은 손자같은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 번씩 일본에 들러 같이 온천을 가기도 하고, 식사나 쇼핑을 한다고 했다.


느낀 점


내게 있어 한류스타와 일본팬의 관계는 그저 먼 거리에서 바라보며, 조바심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거리감"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직접 본 그들의 관계는 제 2의 가족과 같았다.

그녀의 앨범에는 연예인의 가족들도 심심치않게 등장했다. 연예인의 가족까지도 다 챙긴다는 그녀의 말도 참 인상깊었다.

그 집을 방문한 이래, 맴버 중 한 사람이 나에게 부탁한 쪽지(일본어->한국어) 내용을 공개해본다.

G 씨, 한국에 무사히 잘 돌아가셨나요? 행사가 끝나고 바빠서 제대로 챙기지도 못해 미안해요.
이거 얼마 안되는 돈이에요. 매니저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고, 어머니 선물 하나 사가지고 가세요.
어머니도 함께 오셨는데 챙겨드리지도 못하고 여러가지로 못해드린 게 마음에 걸렸어요.
다음 공연 때 다시 만나요. 건강하세요


그 밖에


한국 연예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 팬클럽 회장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한 사람은 한국 주요 방송 채널을 관리하는 일본에 있는 한 방송국(찾아보면 다 나오겠지만 쓰지는 않겠다.) 사장님이었다. 통화 내용을 들으니 아주 자주 전화하는 사이인 듯 싶었다. 갑자기 그 방송국 사장님은 쿤을 바꾸라고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팬클럽 회장님을 비롯한 회원들은 한국 한류 문화에 대단히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일본 생활 하는데 있어서 쿤 상에게도 많은 도움과 힘이 되실 분들이죠. 그 분들에게 실례되는 행동은 하지 말기를 당부합니다. 부디 좋은 관계 유지하시고 유익한 일본 생활하시기를 바랍니다.
 
 
이 한류 문화 팬클럽 모임은 매년 11월 말이 되면 번화가에 이름있는 호텔을 빌려놓고 한국 연예인을 불러 공연과 이벤트를 한다고 한다. 녹화된 비디오가 있어서 작년 기록을 봤더니, 직위가 있는 방송 혹은 기업의 한국 관계자들이 많이 보였다. 유명 혹은 무명의 한국 연예인들도 출연하여 무대를 빛내고 있었다. 게다가, 녹화 비디오 엔딩에는 유명한 배우나 가수들이 "축하의 인사"를 남기고 있었다. 


그녀가 한 말 중에 기억나는 말이 있어 그것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우리는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모임이에요. 유명한 스타든 무명의 스타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들과 같이 소통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연예인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나는 한국이 좋아요.
나는 한국인이 정말 좋습니다.
한국은 참 멋진 나라예요.

앞으로도 한국과 함께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