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생활 (일본문화)/콩이 이야기

일본의 사교육 마음에 안 들어 한국에 가고 싶을 때

엄마가 된 다다다.

역시 아이 교육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만 4살인 콩이는 보육원 가는 것 이외에, 따로 사교육을 하지 않는다. 사는 곳이 조용한 주택가이다 보니, 교육열이 조금 느슨한 것도 이유이겠지만, 체험 발레교실에 갔다가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콩이를 보고 사교육은 천천히 시키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인 친구가 애기 장난감으로 쓰라며, 키보드를 하나 주고 갔다. 간단한 노래를 같이 치며 즐거워 하고, 흥미를 느끼는 콩이를 보고 피아노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체험 레슨을 예약했다.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건물을 빌려서 피아노를 3~4대씩 놓고 레슨을 하는 피아노 학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자신의 집에 피아노 한대를 놓고 개인 레슨을 하거나, 학생의 집에 가르치는 출장식 레슨이 전부이다. 나는 집 근처에 있는 피아노 교실 3군데를 예약하고, 콩이와 체험 레슨을 갔다.

 

첫 번째 피아노 교실은 체험비가 1,000엔(약 만원. 이하 환율 10배를 하세요~).. 가입비가 5,000엔. 레슨비는 일주일에 한 번(한달에 3~4회. 또는 연간 40회 기준) 30분 레슨이 한달에 7,000엔(아직 유아라 6~7천엔 선이지만 초등, 중등으로 올라가면 단계적으로 2~3천엔 정도씩 레슨비가 올라간다. 레슨 시간은 30분으로 거의 변함 없다. )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주택가여서 주차가 가능했지만 인기가 많은 곳이었는 지, 비어있는 시간은 화요일 오후 7시 뿐이라고 했다.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것은 개인 사정으로 레슨에 갈 수 없을 때는 얼굴도 모르는 다른 교습생 엄마들과 그룹 채팅으로 시간을 맞바꾸기를 해야한다고 했다. 

 

두 번째 피아노 교실은 체험비 무료. 가입비는 3,000엔. 레슨비는 일주일에 한 번 30분, 한달에 6,000엔. 선생님 집이 아파트여서 손님용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매번 손님용 주차장 사용 카드를 작성해서 차에 부착해 놔야 하는 것이 귀찮았다. 보충은 학교 행사나 긴급 상황일 때만 해주고, 개인적인 사정(여행같은)으로 빠지는 것에 대해서는 보충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세 번째 피아노 교실은 체험비 500엔. 가입비 무료. 레슨비는 일주일에 한 번 30분, 한달 6,000엔.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든, 공적인 이유든, 레슨을 빠지게 되면 지정된 보충일에 보충 레슨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거리는 약 500여 미터로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주차장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게다가, 피아노 교실이 반지하였고, 조명이 어둡다는 것도 망설이게 했다.

 

세 군대 피아노 교실을 돌며 나는 서서히 지쳐 갔다. 어렸을 때 한국에서 피아노 학원에 다닌 경험을 비춰보자니, 일본의 피아노 교실은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가장 망설였던 점은, 일주일에 한번 30분 레슨을 받은 후, 연습은 엄마의 몫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2~3년만 배워도 배운 티가 나고 5~6년 배우면 꽤나 멋드러진 솜씨를 보이지만, 일본에서는 끝도 없는 장기전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내 마음을 망설이게 했다. 지금이야 콩이가 특별히 바쁜 일도 없으니 천천히 배워 나간다 치지만, 어느 날 학교를 다니고, 배워야 할 게 늘면, 피아노는 빛도 못 보고 접히는 건 아닐 지.. 혹은 그 전에 질려서 배우기 싫어하는 건 아닐 지.. 게다가 연습을 위해 흥미가 있는 지 없는 지 파악도 못한 채 피아노 구입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이러한 일본의 사교육은 피아노 교실만 그런 게 아니다. 수영을 배워도, 영어를 배워도, 체조를 배워도,,, 일주일에 한 번이 기본(설사 2~3번 할 수 있다해도 비용 추가)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배우는 점에 좋은 점은 여러 가지를 동시 다발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데, 비용 부담도 크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루하다는 점이 성질 급한 나에게는 조금 답답해 보인다. 가끔 이 곳에 사는 한국 엄마들이 한국에 장기간 들어갈 때마다 집중 피아노 교습을 시켰다는 말을 나는 요즘 이해하게 되었다. (워킹맘인 나는 그게 안 된다..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는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우리 콩이는 엄마와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엄마표 히라가나, 엄마표 영어 공부, 물론 엄마표 한글도 한다. 이러다 보니, 콩이는 피아노 교실을 둘러 본 뒤, 피아노도 엄마랑 배우고 싶단다. ㅜㅜ 나도 직접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런데 다다다는 피아노를 배운 적은 있지만, 흥미가 없어 바로 그만뒀고, 지금은 거의 못 친다. 

 

세 군데의 피아노 교실을 둘러본 콩이도,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툴툴거린다, 그런데, 그 이유가 기가 막힌다.

 

" 엄마 콩이는 피아노 선생님이 드레스 안 입고 있어서 슬펐어..."

 

피아노 교실 홈페이지에는 드레스 입고 피아노 치는 풀메이크업에 공주같은 선생님이 있었는데, 실제는 일반 평상복을 입고 있었던 선생님 모습에 콩이는 실망을 했던 것이다. 영락없는 여자 아이다. 



그런 콩이가, 피아노 교실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피아노 체험 레슨에 갔을 때, 선생님이 콩이가 알 만한 동요를 몇 곡 쳐주자, 콩이는 자기도 할 수 있다며, 집에 있는 키보드로 놀며 연습했던 '나비야 나비야~' 라든가, 일본식 숨바꼭질 노래, 가위바위보를 쳐 보였다. 선생님도 흥얼거리며 콧노래로 리듬을 타 주셨는데.... 마지막에 콩이가 어떤 곡을 치자... 선생님이 당황하며,,,

" 어?! 이 곡은 선생님이 잘 모르는 노랜데.. 무슨 노래야 ??  "

라고 하셨고...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그 곳이 무엇이었는가 하면...

 

시험을 망쳤어. 집에 가기 싫었어

열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어머 이게 누구야... 저 대머리 아저씨..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빠...

 

쿤이 콩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겠다며, 2~3주 가르친 한스밴드의 "오락실"이었다...ㅋㅋㅋ

아빠랑 저 노래를 부르고 키보드를 치며 놀더니... 결국 이런 사단이...ㅋㅋ

 

아무튼...이런 일본의 사교육 갈 길이 멀지만 이 곳에 사는 이상 이곳의 상황대로 맞춰가야 할 듯 싶다.

 

나는 아직도 피아노 교실을 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