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생활 (일본문화)/콩이 이야기

일본에서 자란 딸이 한국에 가서 펑펑 운 이유

작년(2017년) 8월, 콩이를 데리고 한국에 갔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는 꽤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탑승 시간까지 시간은 많았지만,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공항 플레이 그라운드에 가서 콩이랑 놀기로 했다. 

처음에는 콩이 혼자 놀고 있었는데, 어떤 두 여성 분이 남자 아이를 하나 데리고 와서 같이 놀기 시작했다. 콩이와 남자 아이가 어울려 놀자, 엄마로 보이는 한 분이 콩이에게 말을 걸었다.(플레이 그라운드는 꽤 넓었고 다다다는 10미터 정도 떨어져 앉아 있었음.)

" 어머, 얘도 한국애인가 봐. 애기야~ 몇 살이야? "

수줍음이 많은 콩이는 대답은 안하고, 약지와 새끼 손가락을 접으며, 3개의 손가락을 내 보였다.

" 아~ 3살이야? 우리 아들이랑 동갑이네..ㅋㅋ "

잠시 후, 남자 아이 엄마는 동승한 다른 여성에게 대뜸,

" 같은 3살인데 왜 이렇게 어른 스럽지? 빠른 3살인가... 우리 아들은 완전 하는 짓이 애기 같은데 말이야.. 여자애라 빠른 건가.. 

두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한참 보던 엄마가 또 한마디 한다.

" 아무리 그래도 저 여자애 너무 야무진데... 우리 아들은 문제 있는 거 아냐. 느릿느릿. 어버버버.. "

우리 콩이가 그렇게 어른 스러운 아이이냐 하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마르고 키도 작은 편이어서 또래에 비해 아기같이 보이는 편이다. 그런데 왜 남자 아이의 엄마는 우리 콩이를 저렇게 봤을까.

그건 일본과 한국이 나이 세는 방법이 다른데 그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는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되고, 새해를 맞이하면 누구나 동시에 또 한 살을 먹는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태어나면 0살이 되고, 생일을 기점으로 나이를 먹는다. 같은 학년이라도 나이가 다르고, 생일이 돌아와야 한 살을 먹게 된다(한국 나이로는 1살 혹은 2살 차이가 날 수 있음)

일본에서 자란 우리 딸은 일본식으로 3살이라고 대답한 것이었고, 아이 엄마는 한국식으로 3살이라고 이해한 것이다당시 우리 딸은 만 3살 11개월이었고, 한국 나이로 5살이었다.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끼어 들어서 설명을 해야 하나 하면서도, 낯을 가리는 소극적인 성격에 그만 망설이다가 해명할 찬스도 얻지 못하고, 그렇게 오해를 풀지 못한 채 헤어졌다.

작년 8월의 콩이


그러나 이것은 한국에 가서 겪을 사건의 서막에 불과했다.

한국에 도착해서 친정집에 짐을 풀고 근처에 있는 키즈카페에 놀러 갔다. 500여평에 달하는 키즈 카페에서 콩이는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 다니고 놀기 바빴다.  트램폴린이 있는 곳에서 놀고 있을 때였다. 남매로 보이는 아이들이 다가왔고 콩이와 함께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서로 서먹함이 없어졌는지 오빠로 보이는 아이가 콩이에게 물었다.

" 너 몇 살이야? "

콩이는 이번에도 대답은 안하고 씩 웃으며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이때 아차 싶었던 다다다)

" 3살이구나. 우리 여동생은 5살인데..."

옆에서 듣고 있던 여동생..좀 우쭐거리며

"응 난 5살이야. 그러니까 내가 언니야. 알았지? "

아까까지 웃고 있던 콩이의 얼굴이 살짝 굳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상대 아이가 언니로는 안 보였던 모양이다. 나이가 더 많다고 언니라고 부르라는데, 본능적으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한국 키즈카페에서


생일을 한 달 앞두고 있던 우리 콩이(9월생)는 보육원 친구들이 4월(제일 생일 빠른 친구)부터 차례대로 4살이 되는 걸 봐 왔고, 도대체 몇 밤 더 자야 자기도 4살이 되냐고 매일 나에게 집요하게 체크했었다.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나, 하기 싫은 걸 참고 해야 될 때, '이제 언니 됐으니까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야지?' 라고 말하며 아이를 독려하곤 할 때마다, 콩이는 4살이 되면 언니 되니까 그때 할거야 하곤 했다. 콩이는 4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고, 그런 멋있는 4살 언니가 되고 싶어했다

이런 시점에 뭔가 더 언니스럽지 않은 아이의 5살이라는 나이와 언니라는 말이 우리 콩이를 슬프게 만들다 못 해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 된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짱이라는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기 때문에 누가 언니고 동생인지 한국처럼 집요하게 나누지는 않는다. 이런 문화의 차이도 콩이의 감정을 건드렸던 것 같다. 이내 콩이 눈에 눈물이 고였고... 입술이 실룩실룩... 큰 울음으로 바뀌려던 찰라였다. 나는 어떻게든 수습해 보려고..

"콩아...엄마가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 우리 콩이 일본에서는 3살이잖아. 근데 한국에서는 5살이야... 그러니까 저 친구랑 콩이랑 나이 똑같아. 울지마.."

나의 다정하고 조곤조곤한 이 설명이 그래도 조금은 먹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이미 기분이 상한 콩이는 내 설명은 들리지도 않는 듯,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더 큰 소리로 펑펑 울었다.

한국말 잘하니 별문제 없겠지 싶었는데, 고작 만 3살 아이라도 문화적 차이도 필요하다면 설명해야 하다는 사실을 처음 느꼈다. 저 날은 믿어주지 않았던 우리 콩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내게 이렇게 말한다.

" 엄마 나 여기서는 4살인데 한국가서는 6살 맞지? 흐흐..콩이는 한국 나이 좋아해.. "

훗날에 콩이가 크면 에피소드로 들려줘야겠다. 그리고 나의 고백도 덧붙이리라...

 

" 콩아... 너는 그때 일본 나이보다 한국 나이 더 좋아했잖아. 근데, 엄마는 일본 나이가 너무너무너무~~ 좋아!!.

한국 나이 정말 싫다구...(한 살이라도 젊어지고 싶은 마음...)

 

 

공감 버튼 꾹!!! 눌러주시면 더욱 열심히 씁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