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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콩이 이야기

일본 보육원 참관 수업에 갔다가 깜놀한 사연

콩이는 생후 6개월 무렵부터 보육원(保育園 : 일하는 부모들이 취학전까지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기관, 만 세살때부터 누구나 보낼 수 있는 유치원이 별도로 있음)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콩이가 다니는 보육원은 일년에 두 번, 부모가 쉬는 날을 잡아서 보육 참관을 할 수 있다. 말이 참관이지 오전 9시 경에 등원해서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 이야기 듣고, 노래하고, 아이들과 같이 놀다가, 아이들이 먹는 점심을 같이 먹고 낮 12시 경에 집에 돌아가는 날이다. 다다다는 콩이가 0살반에 있을 때부터 매 년 2번 씩 보육원 참관을 했다. 가끔은 쿤도 참가했다(←쿤이 자기도 가끔 참관했다고 써 달란다).


만 2살 반 때의 어느 날.


콩이가 다니는 보육원은 7시에서 9시 30분 사이에 등원을 하는데, 아침 9시 30분이 되자, 선생님이 자유롭게 놀고 있던 아이들을 불렀다. 그러자 하나 둘 선생님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기 시작했다. 하루를 시작할 때 하는 의례인 듯 보였다. 나는 뒤쪽에서 콩이를 데리고 앉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앉은 모습을 보고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15명 쯤 되는 콩이반 아이들이 선생님 앞에서 모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키가 100 cm 에도 미치지 않는 그 조그만 몸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모습이 순간 귀엽게도 보였지만, 이내 울컥했고,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보육원에서 만 2살 아이들의 아침 시작 모습


" 뭐야, 벌 주는 것도 아니고. 한국 같으면, 이건 학대다 학대... "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 도대체 언젠까지 저렇게 앉힐 생각이지... "

하며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약 10분 정도였다.)


성장기 아이들의 관절에 무리는 가지 않을 지... 걱정도 되고 콩이가 매일매일 아침에 저런 자세로 앉아 있다고 생각하니 좀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런데 이런 조바심과 걱정을 하는 건 아마도 이 보육원을 다니는 100여명 아이들의 학부모 중 내가 유일할 것이다. 우리가 이 곳의 유일한 한국인이니까 말이다.


강당에서도 무릎을 꿇고 앉은 아이들



일본에서는 무릎을 끓는 자세를 정좌(正座)라고 한다바른 자세라는 뜻이다. 무릎을 꿇는 자세를 가장 단정하고 바른 자세라고 하며, 평소에도 무릎을 꿇고 앉곤 한다(검도, 유도, 다도, 서예 등등을 할 때도 정좌를 한다). 일본에 대해서 그리 잘 모르는 한국 사람들도 일본 사람들이 무릎을 꿇는 자세는 익숙할 것이다. 일본에 살고 있던 나에게도 정좌라는 건 매우 익숙한 풍경이었고,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나도 그들에게 맞춰 저리는 다리를 두드리며 정좌를 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랬던 다다다였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렇게 완전 꼬맹이에게도 정좌를 시키는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정좌하는 걸 예의 범절(仕付け : 시츠케)의 기본이고 시작이라고 해서 아주 어릴 때부터 시킨다고 한다. 


일본에 살다 보니, 특히 콩이의 엄마로 살아가다보니 나도 정좌를 해야 할 일이 점점 더 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좌라는게 방석이 있을 때는 좀 나은데, 맨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리고 아프고 나중에는 일어서지도 못하게 된다.


이런 고충을 알기에.. 한번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 적도 있다.

" 톡 까고(죄송) 시원하게 대답 좀 해 보세요. 솔직히 여러분들도 다리 아프시죠? "

" 너무 장시간이 되면 아프긴 하죠... 그런데 저는 정좌가 편해요... "

이렇게 대답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었다. (극소수의 몇 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오래는 무리라고 함)

 

다양한 정좌 쿠션을 팔고 있는 일본(야후재팬 캡쳐)

 (편하다면서...이런 건 왜 파는 거유? 야후 찾아보면 다리 안 저리게 정좌하는 법도 나옴. ㅋ)


여튼, 저 참관 수업 후,

일본에 몇 년을 살았는데도 꽤 충격이 컸고, 여기서 자랄 콩이가 좀 걱정이 돼서 우리 학생들에게 말하니...우리 학생들 왈..

 

" 글쎄요...저희들은 워낙 오랫동안 그렇게 배워왔고 앉아왔기에 그게 문제가 되는지 조차...몰랐어요. " 

 

(일본에서도 소수는 문제가 있는 자세라고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다수는 정신과 몸에 좋은 자세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는 많이 알게 됐다고,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일본...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하고 또다시 느낀 하루였다.

 

일본에 오래 살고도 정좌에 충격먹고 이러니 일반 사람들은 오죽할까. 가끔 우리집을 다녀가시는 엄마가 우리집 일본 손님들을 볼 때마다 나한테 은밀히 말하던 요구가 떠오른다.

 

"다다다..저 분들 말이야. 다리 좀 편하게 하시라고 말해주면 안 될까. 나이도 있으신 분들이 엄마 앞에서 저렇게 무릎을 꿇고 있으니까 너무 부담스럽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

( 저 분들은 저게 편하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적응이 안 된다며 마음이 불편하다는 우리 엄마..)


 

 

혹시 어느 날, 일본 사람이 당신 앞에서 정좌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너무 불편해 하지 말고 이게 바로 그네들의 또다른 문화구나 라고 인정하고 그냥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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