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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 사람들이 우리집 화장실에 안 가려고 했던 이유

다다다의 일본 생활도 어느 덧 9년. 꽤 오래 일본에 살았다 생각되지만,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일본 사람들이 다른 사람 집에 갔을 때의 화장실 사용에 관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9년 전의 어느 날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 내가 일본에 왔을 때, 나의 일본어는 한국에서 2년 동안 독학을 하면서, 책만 달달 외워 온 실전 제로의 실력이었다. 말과 귀는 어느 정도 트였으나, 표현에 있어서는 수 많은 실수와 오해를 반복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나는 일본에 오자 마자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집으로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이 제법 있었다.


 이해가 안 되는 표현 1  :  빌려도 돼요?

다다다가 처음으로 한국어를 가르친 사람은 당시 20대 중반인 오쿠무라 씨(여). 

어느 날 그녀는 공부를 하는 중에 화장실 좀 쓰겠다며 다다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본어 : " 先生、ちょっとトイレ借りてもいいですか。"

직   역 : " 선생님, 화장실 좀 빌려도 될까요? "

' 응? 빌린다고?? '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은 아니었지만, 눈치로 알아듣고 화장실로 안내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한국어를 좀 배웠던 또 다른 학생 도쿠 씨(여)는 대놓고 한국말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도쿠씨 : " 선생님, 화장실 좀 빌려도 돼요? "

다다다 : " 네? (조금 의아해 하며) 네, 그럼요. "

' 이젠 한국말로도 빌린다고 하네.. '

화장실을 빌려도 되냐는 저 물음은 나에게는 화장실을 통째로 하루나 이틀 쯤 렌탈하고 싶다는 말로 들리곤 했다. 그러니 이상할 수 밖에...


 이해가 안 되는 표현 2  :  허락을 구한다?

그 중에는 화장실을 쓰게 해 달라며, 내 기준에는 좀 과한 허락을 구하는 사람도 많았다.

일본어:"先生、ちょっとトイレ使わせてもらっていいですか。"

직   역:"선생님, 화장실 좀 쓰게 해 주시겠어요?"

' 화장실 쓰는 것도 허락을 구하는 표현을 쓰네. '

물론 일본어에 있어서 표현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국식으로 " 화장실 좀 쓸게요. / 화장실 좀 써도 돼요? "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법한데.. 다다다 주변에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다 못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적었다. (다다다는..같은 한국 사람이라도 '화장실 쓸게요'가 좋지. '화장실 써도 돼요'라는 표현은 좀 거리감을 느낀다. 친한 친구가 저렇게 이야기하면 좀 슬플 듯..내가 널 그렇게 불편하게 했니? )

(화장실에 웬 발판이냐고요?? 장판이거든요. 타일 바닥인 한국과 달리 방과 다를 바 없어요. 

그래서 보통 슬리퍼를 신지요. 

화장실에 놓인 슬리퍼는 화장실 전용이라는 사실 잊지 마시길. 

거실에서 신던 슬리퍼가 있었다면 화장실에서 갈아신고 들어가야 한답니다.)


 일본 사람들은 남의 집에서 화장실에 안 가려고 한다?

거의 6년 정도 다다다와 함께 공부하는 고바야시 씨(40대). 나의 학생이자 가끔 우리집에 놀러 오는 친한 친구이다.그녀는 매주 한 번씩 우리집(그 사이 이사도 두번 함)에 오는 데, 단 한번도 우리집 화장실을 쓴 적이 없다. 단 한번도 말이다. 처음에는 나도 눈치를 못 챘지만, 우리집에 와도 화장실을 쓰지 않는 일본인 학생들과 손님들과 친구들(꽤 친함)을 수없이 겪으면서 어느 날 갑자기 어~ 이건 뭐지? 라는 생각을 하던 중 고바야시 씨를 떠올리고는 깜놀한 적이 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다다다.. 2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강좌에서 물어봤다.

" 여러분들은 남의 집 가시면, 화장실 잘 안 가세요? "

" 왜 안 가요? 가죠. 다만 그 시간이 짧으면 안 가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아는 사람 집에 갈 때는 역이나 상가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가 가고,  아는 사람 집에서 나오면서 다시 역시나 상가에 있는 화장실에 가요. 도저히 못 참겠으면 말하고 화장실을 가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방문하는 집 화장실을 안 가려고 노력하는 건 맞아요" (한국이든 일본이든 어떤 관계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확연한 정도와 빈도의 차이를 보였다.)

(그래서 우리집 화장실 갈 때 그렇게도 미안해 했구나..끄덕끄덕.)

이렇게까지 신경쓰는 일본 사람이다 보니 어찌보면 화장실 써도 되냐는 말보다는 빌려도 되냐는 좀 더 간접화 된 표현이 마음 편할 수도 있겠다 싶다. 무슨 소리인가 싶을 테지만, 남의 집 화장실을 쓰는 것도 일본에서는 하나의 작은 민폐(迷惑 : 메이와쿠)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로 방문하는 사람들은 장시간 뭔가 해야 될 때 간이식 화장실을 트럭에 들고오는 경우도 있음.) 

그러고 보니, 아이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화장실을 쓰는 게 싫어서 부르기 꺼려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아이는 초등학생 정도의 남자 아이들이었는데, 제대로 조준?을 못했는 지 화장실 벽을 너무 더럽게 쓴 것을 경험한 뒤부터 그렇게 됐다는 게 이유였다. (변기에 앉아 소변 보는 남자가 한국보다 훨씬 많다는 것도 아마도 이런 이유? 이게 싫어서 남자 변기를 따로 만드는 가정도 있다고 한다.)

(물청소가 불가능한 일본집 건식 화장실 물기가 없어 산뜻한 맛은 있으나...한국식으로 세제로 뽀득뽀득 닦고 샤워기로 쫘쫙 뿌리는 시원한 청소의 상쾌함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남의 집 화장실을 자주 이용한 나는 민폐 덩어리?

이런 차이를 깨닫게 됐을 쯤, 나는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수 많은 과거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지인 집에 가서 화장실 써도 되냐고 해도 부족할 판국에 화장실 가고 싶은데 어디에 있냐?(문화적 차이도 그랬지만 짧은 일본어 실력의 문제도 있었다)고 물었던 나의 질문은 너무도 당당하다 못해 뻔뻔스러울 수 있음을 그때서야 알았다.(일본에서 가게가 아닌 남의 집 방문 때 아무리 친해도 화장실이 어디예요?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표현은 상당히 무례할 수 있음에 주의!! 다다다는 오랫동안 무례했다 ㅠㅠ )

첫방문이 아닌 집의 경우 화장실 위치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화장실 갔다 올게' 하고 쓱 갔다 오거나..화장실을 한 번 갔다 온 이후로는 허락도 없이 내 집 화장실처럼 몇 번이나 썼던 것은 또 몇 번이었던가. 아무말 없이 그런 다다다를 받아줬던 일본 지인들에게 약간의 창피함과 미안함 그리고 고마움이 느껴진다.  (그땐 나도 일본 생활 생초짜였다우~! 일본에서는 아무리 친해도 화장실 쓸게라든가..화장실 좀...이라는 한국식 표현은 삼가는 것이 좋다. 반드시 화장실 빌릴게요를 쓸 것. 몇 번을 가게 된다 하더라도 갈 때마다 예의 바르게 물을 필요도 있다.)


 화장실 문화 차이를 말로 극복하는 쿤

어느 날의 주말. 일본 사람들 4명을 불러서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참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데, 40대의 일본 여자 분이 조심스레 화장실 이야기를 꺼냈다. 

여성 : 선생님, 죄송한데 화장실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쿤  : 빌리시면, 꼭 갚으세요..

여성 : 아? 네? 아...예...호호호호호호..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조금 까다롭고 야박해 보일 수도 있는 화장실 인심. 살아본 다다다의 경험으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다만, 일본 사람 집에서 화장실에 가야 할 일이 생긴다면, 예의바르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본어가 가능하다면 '쓴다'는 표현 보다는 '빌린다'는 표현 강추!! 빌려도 돼요??? 요렇게..) 덧붙여 일본 화장실은 건식이라는 특징상 청소가 매우 까다롭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약간 방심?하거나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자고 얘기하면서 이 글을 마치면 좀 웃기려나? ㅋㅋ (일본 화장실 써 본 이후 좀 야박해진 다다다.. 일본 화장실 청소 직접 해보시면, 압니다..힘들어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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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포스팅 : 남의 집 방문하는 일본인이 한국인과 다른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