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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한국 드라마 보고 일본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다다다.

한국 드라마를 보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중년 여성들이 대다수였다면, 4~5년 전부터는 부인 옆에서 곁눈질로 보다가 빠진 중년 남성들이 조금씩 늘었다. 요즘은 방탄소년단, 워너원과 같은 아이돌 그룹이 인기있다 보니, 그 연령층이 초등생이나 중고생으로까지 어려졌다. )

 

그도 그럴것이, 아침 방송이 끝나고 저녁 방송이 시작되는 그 사이에 수많은 한국 드라마를 연달아 내보내 준다. 일을 하거나 뭔가에 바쁜 우리 학생들은 매일매일 녹화하고 또 다른 녹화를 위해 밀린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마감한다고 하니...요즘은 너무나도 쉽게 한국 드라마를 접하는 것 같다.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에 관심이 생기고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싶어 교실을 찾는 이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듣는 질문을 정리해 본다.  

 

 

일본에서는 예의없는 자세 - 한 다리 세우고 앉기

 

 

지난 주, 거의 4년 째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테라니시 씨(70대 후반 남성)가 조용히 다가와 내게 묻는다.

 

" 선생님, 드라마에서 여성들이 한다리를 세우고 자주 앉는데 왜 그런 건가요? 일본에서는 그게 너무 예의없는 자세거든요. 자주 나오니까 뭔가 이유가 있지 않나 싶어서요. "

 

  

항상 뒤쪽에 앉아 조용히 수업만 듣던 점잖은 분을 움직이게 한 이 질문!! 이 질문은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수백번은 받았던 질문 중 하나이다. 한국인인 내 입장에서는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이어서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는 잠시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지금도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한국과 일본의 전통 의상을 예로 들어 설명해 주곤 한다. 한복을 입고 한 다리를 세우고 앉아 그 위에 손을 다소곳이 얹은 여성의 모습 말이다. 사극을 보면 한복을 입은 마님들도 종종 이 다리를 하는 걸 볼 수 있다. 아마도 그런 습관이 일상복으로 바뀐 지금에도 이어진 게 아닐까 한다고. 이 자세는 한복을 입은 상태에서는 굉장히 아름다운데 일상복에서는 그 아름다움이 반감되는 경향이 있어서 예쁘지 않은 점이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다.


몇년 전 한국 시가에 갔을 때이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교자상 앞에 앉은 시어머니, 고모님들, 작은 어머니를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한 다리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일본 사람들이 한 다리 자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드리니 고모님이 한 말씀 하신다.

 

" 일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그거 몰라서 하는 소리야. 이 자세가 앉아 보면, 진짜 편하다니까.. 조카 며느리도 해 봐!! 그리고, 일본 사람들이 또 그러 소리하면, 무릎꿇는 거 보다 100배 낫다고 전해줘. "


그런데, 웃긴 것은 일본에서도 옛날에는 고귀한 사람들이 한 다리를 세우고 앉았다고 한다. 무릎 꿇는 자세는 범죄신이나 지위가 낮은 사람들의 자세였는데 잘못된 연사와 미디어가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링크를 걸으니, 번역해서 읽어보시길...(그림 있음)


http://oyakochoco.jp/blog-entry-808.html


 

 

야밤에 인스턴트 라면을 즐겨 먹으며, 냄비째 먹기도 한다.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라면 먹는 장면을 보고 우리 학생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 선생님 한국 사람들은 밤 늦게 그렇게 라면 먹으면 염분 섭취 과잉 아닌가요? "

" 진짜 한국 사람들은 냄비 째 먹나요? 드라마만 그런 건지 다들 그러는 지 진짜 궁금해요 "


한국 사람들은 야식을 좋아하고 즐겨먹지만(건강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ㅜ), 일본 사람들은 저녁 먹고, 과일도 별로 안 먹고, 야식을 먹으러 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한다(도심지가 아닌 주택가에는 먹으러 갈 데도 거의 없음). 주변에 알고 지내는 일본사람들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야식이라는 것 자체가 일본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문화가 아니라는 것이다(가~끔 배고프면 편의점 가는 정도랄까..?) 

이런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들이 즐겨 먹거나, 먹을 수 있는 야식 종류를 이야기 해주면, 넋을 잃고 듣곤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간편하게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야식이 라면이고.. 때로는 간편한 식사 대용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인상을 찡그리며 기겁을 하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바로 냄비째 들고 먹는 모습이라 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학창 시절 적어도 한 두 번쯤은 해 봤음직한 경험인데, 일본에서는 예의에 벗어난 행동이라 해서는 안 된다고..

 

웃기는 점 하나.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 먹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먹고 싶어져서 야밤에 끓여먹곤 하는데, 일부의 일본 사람들도(다다다 학생)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 진다고 한다. 그 중에는, 한국 갔을 때, 노란 양은 냄비를 사 온 사람,,, 냄비 째 먹다가 남편한테 들켜서 한 소리 들었다는 사람,,, 한국 라면의 비밀은 냄비라는 사람 등등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였다.(아니, 식사 예절이 아니라면서요~~^^)

 

한국 사람들은 모두들 그렇게 하냐는 질문에... 항상 그런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그럴 때도 있고, 그러던 시절도 있다라고 하자 선생님도 그러냐며 몹시 궁금해한다. 내 대답은 이거였다.

 

" 어...저..저는 아니고요. 근데 우리 집에 한 사람있어요(누구게??) ..."



한국 사람들은 저녁을 먹고 난 후 옹기종기 모여 과일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게 뭐 그리 궁금하기까지 하냐 싶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의외로 과일을 매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과일이 비싸기도 하고.. 슈퍼에 가서 보면 알겠지만, 누구 코에 붙이라고 저걸 파냐 싶을 정도로 몇 개만 달랑 싸서 판다. (귤이나 가능할까나?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이나, 친척이 계신 경우에는 많이 보내 주시는 것 같다.)

다다다가 한국에서는 과일을 박스로 쌓아놓고 먹었다고 하니..눈이 동그래진다. 한국에서 매일 과일 먹던 습관이 있던 내가 처음 일본와서 좀 견디기 어려웠던 것도 식사 후 뭔가 허한 공허함이었다. 요즘은 식사 후 과일 섭취가 몸에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하니 건강을 위해서야 라고 위로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오늘(03/25 일), 쿤이랑 콩이랑 장 보러 갔는데, 쿤이 망고 12개들이 한 박스, 데코봉 18개 들이 한 박스를 사더라~~

 

 

화가 날 때 모습이 많이 다르다.

 


" 한국 드라마 보면, 사람들이 화가 나면 물건 던지거나, 쓸어 버리거나 하잖아요? 진짜 그래요? "

" 한국 사람들은 진짜 화나면 상대방 얼굴에 컵에 담긴 물 뿌리나요? "

" 한국 사람들은 화나면 왜 비빔밥을 비벼 먹어요? "

" 한국 사람들은 화나면, 진짜 머리에 끈 같은 거 두르거나, 물수건 놓고 누워 있나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한국 사람들이 다 그러냐는 말에 나 또한 거부 반응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 보면서 어머 왜 저래? 막장이야? 라고 하면서 흥분한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만큼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현실과 다름을 알면서도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이유는 그 차이에서 겪을 수 있는 대리 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즐겼기 때문은 아닌 지 모르겠다. 현실 속에 내가 못하는 걸 드라마에서 깨주고 박살내주고 하면 살짝 기분이 시원해지곤 하니까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해 줘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하는 사람이 있다. 




이외에도 한국 드라마에 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통일된 질문은 국 드라마는 사랑 타령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는 쿤의 답변을 대신해 준다. 


의학, 법율, 스포츠 등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 주제가 있는데, 

미국 드라마는 시청자가 알아 듣든 말든 전문성을 표현하고,,

한국 드라마는 시청자가 보든 말든 난 너 좋아하고, 넌 쟤 좋아하는 삼각관계가 많고,,

일본 드라마는 시청자 보라고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우리는 하나~~~^^ 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