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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이직기

(02) 이직으로 타지생활에 내몰리는 일본 남성들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이직스토리 01)을 먼저 읽으시기 바랍니다.

     

 (01) 세계적 불황에 실업자가 된 쿤

 



(일본내 이직스토리 02) : 이직을 앞둔 회사 상황



"Fab(공장)폐쇄" 발표가 난 후 사내 분위기는 그야 말로 "침통" 그 자체였습니다. 서너달 뒤면 없어지는데, 일할 맛이 안난다는게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데바이스를 개발한다거나, 새로운 PJ는 고사하고 기존에 하던 PJ도 올스톱(all stop)이었고, 공정상에 뭔가 문제가 생겨도 1분 1초라도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겠다는 모습은 보이질 않았었죠.



그런 상황에서 히로시마 회사와 토야마 회사에서 이직에 대한 조건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1. 고용 승계는 같은 부서, 같은 업무를 조건으로 해서 고용하도록 하겠다. 즉, 타부서 또는 업무내용이 다르면 고용 승계가 불가능하다.

2. 단신부임(単身赴任 :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타지에서 일하는 남성을 가르키는 말)의 경우, 집세 월 50,000엔을 보조하고, 매주 가족이 있는 집까지의 교통비 100%를 최대 4년간씩 지급하겠다.

3. 각종 급여를 비롯한 대우는 지금과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최대한 대우는 해 주겠다.



고용승계 조건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설명회를 들은 우리 부서 38명의 사원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뒤었죠.

20-30대 사원들은 "굳이 그 먼데까지 안 간다. 여기서 해결한다"는 직원이 많았고, 40대 이상의 사원들은 "받아주는 곳이 있을 때 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0세 이상의 경우에는, 일본내에서의 이직에는 암묵적인 연령제한이 존재하는데, 그 나이가 40세 라는 것이었습니다. 40세가 넘는다고 이직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이력서를 넣어도 통과가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설사 이직이 되었다 하더라도 대우가 좋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제가 일했던 곳의 40대 이상의 대부분의 직원들은 히로시마와 토야마로 나뉘어 가기로 했는데, 여기서 공통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가족은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죠. 한국 사람이 생각하면, "애들 공부에 지장이 없다면, 같이 이사 가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일본 사람들에게는 내가 태어나 자란 집이라는 뜻인 実家(じっか:우리집)이라는 개념 때문에, 집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학 진학, 타지로의 취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모님 밑에서 떨어질 때도 잠시 이사를 한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実家(우리집) 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자식은 결혼을 하면, 태어나고 자란 実家(우리집)을 나와서, 배우자와 아이를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인 집을 짓는데, 그 집은 아이에게 있어서 20-30년의 추억이 있는 또 다른 実家(우리집) 되는 것이지요.

게다가 결혼을 하면서 짓는 나와 내 가족의 집은 최소 4,000만엔(약 4억원) 전후의 돈을 투자하, 살아 가면서 평생(약 30년 융자)을 갚아나가지만, 집값, 특히 목조 주택은 감가상각이 되기 때문에 30년 정도 지나면, 그 가치는 거의 0이 되고 땅값만 남습니다. 그러니 쉽게 이사를 할 수 없는 구조이죠. (참고로, 도심지의 일부지역은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30-40대 일본 사람들이 사는 단독 주택.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에게 있어서의 実家(우리집)

이미지 (구글발췌)



Fab(공장)폐쇄로 히로시마나 토야마로 가게 됐을 때, 40대 이상 직원의 가족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길어야 10-15년인데, 가족이 다 같이 가서 고생할 필요가 있냐. 당신 혼자 가라.."

"이사하면 융자는 어떻게 하냐. 판다고 해도 손해 막심이다. 당신 혼자 가라.."

"애들이 중고등학생 이라서 다 같이 가는 것은 무리다. 혼자 가라.."

"근처에 부모님이 계시고 게다가 연로하신데 우리는 다 같이 못 간다. 혼자 가라.."


이유도 가지가지이지만, 일본 남성들은 원하지 않는 단신부임(나 홀로 타지 생활)에 내몰리 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40대 이상의 일본 주부님들께 물어보니, 당연한 거라면서, 남편 이외의 집사람이나 가족 입장에서 보면, 남편만 없을 뿐, 월급들어오는 것은 똑같다는 명언도 하시더군요..(이런)



반면, 제 주변에는 단신부임은 싫다며, 출퇴근 시간만 왕복 4시간 30분에 230km 거리를 신칸센을 타고 출퇴근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도저히 못 할 거 같은데 십수년을 그런 생활을 하셨다면서, 힘은 들지만, 이제 2-3년이면 정년퇴임으로 끝난다 하시더라고요. 한달 교통비만 한달 정기권 기준으로 16만엔(160만원) 이며, 당연히 회사 제공이랍니다.


 ( yahoo japan 발췌 )



쿤은 어떻게 됐냐고요?

히로시마나 토야마로는 안 갔습니다. 

그럼, 사업을 시작했느냐..? 글쎄요...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이어지는 글)

(03) 43시간의 결혼기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