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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이직기

(01) 세계적 불황에 실업자가 된 쿤

(일본내 이직스토리 01) : 이직의 시작(동기)



2014년 3월 31일.

회사에 출근했더니, 과장님께서 오늘 아침 10시에 긴급조회가 있답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게 뭔 일일까? 사원들 모두가 웅성거렸죠.


"4월 1일이 회계년도 시작이니까 월급올려 주려는 거 아냐?"

"그럴 수도 있겠네. 그 동안 경영이 어렵다고 무잔업 운동했었잖아."

"혹시 합병되나?"

"분명 좋은 일은 아닐거야.."


당시 반도체 업종은 그야 말로 치킨게임의 절정으로, 메모리를 만들면 말들 수록 손해라는 말이 당연지사 되던 때 였습니다. 신입사원이나 경력직은 물론이거니와 계약직 조차도 뽑지 않을 정도로 사원 고용은 제로였던 때 였으니, 긴급 조회는 좋은 일이라기 보다는 뭔가 불길한 미래에 대한 암시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10시..

사원이 다 모였습니다. 사장님께서 손수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합니다.

반도체 시장의 불황, 지금의 회사 상황, 현금확보를 위한 지금까지의 자구책...

구구절절 이야기를 이어가시더니, 한 숨을 내쉬면서 무거운 말을 꺼내셨습니다.


"우리 Fab (반도체 제조 공장) 는 2014년 7월 말일 자로 폐쇄조치 됩니다."


"엥.. 뭐라고.???? "

"그럼 우리 짤리는 거야?"

"정말..??"


사원들이 동요를 합니다.

웅성거림이 가라 않질 않았더랬죠.

사장님은 사원들의 동요를 가라 앉히시더니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회사는 여러분의 고용문제를 최대한 책임질 것이며, 여러분들에게는 3가지 선택의 길이 있을 것입니다."


1. 히로시마에 있는 OOO라는 회사가 희망자에 한해 고용 승계를 할 것입니다.

2. 토야마에 있는 △△라는 회사도 희망자에 한해 고용 승계를 할 것입니다.

3. 위의 2개 회사로의 이직이 어려우신 분들은 퇴직금 100% 지불과 취업알선 업체를 통해 새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위기는 뜻하지 않게 온다는 것을 유학시절부터 경험했기에, 항상 마음에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본사에서 단 한번의 회의로 공장하나를 날려버렸다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다른 회사에 매각을 하거나, 희망퇴직자를 받거나, 임금동결을 하거나 여러 방법을 시도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공장폐쇄...!! 이게 외국계 회사의 무서움이라는 것을 느꼈더랬죠.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쿤은 다다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습니다.


"뭐??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 콩이는 이제 6개월인데..??"


다다다는 상상 이상으로 충격이었고, 상황의 심각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콩이는 마냥 즐거워 하기만 했습니다.


"음... 그러네. 이게 생각보다 심각하네.. 근데, 히로시마나 토야마 가게 해 준다는데 거긴 어때?"

"거긴 어디래?"


지도를 보며 회사 위치를 찾아보니, 주변에는 논과 밭이 보이는 한적한 시골이었습니다.


"자기 여기 가면, 나(다다다)랑 콩이는 농사 지어야 겠다.. 가능하다면 간사이 지방을 벗어나지는 않도록 하자."

"그래?? 그럼 말야,, 오래 전 부터 생각한 게 있는데, 이 참에 사업을 해 볼까? 큰 수익은 아니더라도, 인생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수입은 될 거 같은데 어때?"

"사업??"


쿤은 생각하고 있던 사업 내용을 설명했고 다다다는 생각 좀 해 보자며, 놀란 마음을 가라 앉히려 했습니다.


"히로시마나 토야마 가는 것은 4월 10일까지는 얘기를 해 줘야 하니까, 서로가 잘 생각해 보자.. 어쩌면, 이번 일은 보다 좋은 일을 하라는 뜻일지도 모르잖아.."

"근데, 지금 상황을 정리하자면, 히로시마나 토야마가 아니면 우리는 실업자 되는 거지?"

"나쁘게 말하면 실업자요, 좋게 말하면 사장이 되는 거지...ㅋㅋㅋ"

"너무 남일 처럼 말하는데 뭔가 생각하는게 있는 거지?? 그렇지??"

"글쎄, 이도 저도 아니면 이직을 해야겠지?



이렇게 돼서 쿤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글)

(02) 이직으로 타지생활에 내몰리는 일본 남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