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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안 되는 일본인들의 호칭

다다다가 교류하는 사람들은 주로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이다. 미혼도 있지만, 결혼한 주부도 참 많다. 처음에 그녀들은 단지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 공부라는 것이 한 두달에 끝나는 공부가 아닌 만큼, 서로를 잘 모른 채 시작된 인연은 최소 1년 이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다지 친하지 않을 때는 '성'에 '상'을 붙여서 부르지만, 점점 친분이 두터워지기 시작하면 이름에 '상' 이나 '짱' 을 붙여서 부르거나 아예 한국식으로 언니라는 호칭을 쓰기도 한다.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우리 블로그에 와서 우리가 쓰는 글을 읽고 재미있어 한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블로그 이야기 거리를 주기도 한다. ㅋㅋㅋ )

나는 일본에 온 지, 2년 반이 넘었지만, 길고 낯선 일본 이름은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이다. 체류 시간에 비례해서 만나는 사람도 늘어나다 보니,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기도 힘들어 이름 틀리는 것은 일상 다반사가 되었을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일본에서 이름을 부르다 생기는 에피소드가 참 많다.

가장 흔하게 범하는 실수는 이름을 섞어서 부르는 것이다. '츠가와'랑 '츠마가리'라는 사람이 함께 근무하는 곳에 전화를 걸어, '츠마가와'를 바꿔달라는 말에 상대방을 당황시키기도 하고, '카와카미'랑 '무라카미'를 '카와무라'로 부르기도 했다. '아베'라는 이름을 '유베'로, '마루타'를 '무라타'로 부르는 등 비슷한 이름과 바꿔 부르는 경우도 많다. 또, 사실상 장음이 사라져 제구실을 못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장음과 단음을 구별하고 있어 생기는 실수도 있는데, 쇼우타를 쇼타로 유우코를 유코로 불러 이름 잘못 불렀다고 지적을 당하는 것이 그것이다.

외국 이름 중에서도 일본 이름은 그나마 흔하게 접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듣도 보도 못한 '성' 과의 조우가 심심치않게 생기는 것을 보면, 일본 성이 대략 20만개를 넘는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한국 이름에 비해 글자수도 많다보니, 정리되지 않는 호칭 실수는 끝이 없는 것이다. 이런 실수를 할 때마다 나는 '제가 좀 머리가 나빠서...' 라며 미안함을 표현하고, 그러면 상대방은 웃으면서 '외국인이니까...' 라며 이해해 주곤 하였다.
 
그런데, 이름을 실수했을 때보다 더욱 당황스러운 경우는 이름을 제대로 불렀지만, '이렇게 불러달라'고 교정당하는 경우이다. 특히, 결혼해 성을 바꾼 주부들에게서 그런 경우가 종종 발견되곤 한다.

한국어 학생으로 시작해 이제는 친한 친구가 된 모리 카요 씨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모리 카요 씨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을 한국식 표현인 '언니'로 불러 달라고 했었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카요 언니' 라고 불렀다가 '모리 언니' 라고 불렀다가 마음 내키는 대로 부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리 카요 씨가 ' 솔직히 모리 언니라고 불리는 건 싫다'고 고백(?)을 했다. 이유를 물으니, 결혼을 한 지 10년이 다 되었지만, '모리'는 결혼하면서 얻은 남편의 성으로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고 정이 안 가기 때문이란다. 또, 자신은 미혼일 때부터 다니던 회사에 아직도 다니고 있는데 직장에서는 본래 성인 '이나가키' 로 불리고 있기에, 가능하다면 '이나가키 언니' 나 '카요 언니'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사랑하는 남편의 성인데 그렇게 싫어할 이유가 있냐고 하니 '이나가키'는 흔한 성이 아니라 세련된 느낌인데 '모리'는 너무 흔하고 촌스러워 싫단다. ㅋㅋㅋ 생각해보니 나의 주변에 또 다른 '모리' 씨가 있었다.

이 일이 있고부터 나는 결혼한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어떻게 불러줬으면 좋겠느냐고 묻는 습관이 생겼다. 또, 결혼해서 남편 성으로 바뀌고 난 뒤의 변화에 대해 궁금증이 많이 생겼다.

  다다다의 궁금증 1

어느 날 갑자기 결혼이라는 걸 통해 이름이 바뀌었을 때의 기분은 어떨까?

다들 한결같이 하는 말이, 이름이 바뀌어서 어색하고 낯선 것도 있지만 그것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호적상에 성이 바뀔 뿐, 이전에 알던 사람은 그동안 부르던 대로 본래 이름을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성이 바뀌는 것은 어떤 감정의 문제라기보다는 성이 바뀜과 동시에 " 이제 나 결혼했구나" 라고 실감하게 되는 하나의 증표로서 인식할 때가 많단다.

  다다다의 궁금증 2

성에 상을 붙여서 사용하는 일본의 특성 상, 부부가 성이 같으면 누구를 부르는 지 헷갈린 경우는 없는가?

예를 들어, 시노하라 상네 전화를 해서 " 시노하라 상 바꿔주세요?" 라고 하면 " 어느 시노하라 상 말씀이신가요?" 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일은 빈번히 일어난다고 한다. 그럴 경우 상대방은 성과 이름까지 불러 준다고 한다. (이건 이름을 알 때 이야기고, 일본인들 조차 친분에 따라 성은 알아도 이름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당황스러운 일이 생길 법하다.) 그래서 시노하라 상의 경우,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남편을 '시노 쿤'으로, 본인은 '시노 짱'으로 구별해 사용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아~정말 어렵다)


내가 이런 궁금증을 털어놓을 때면, 오히려 일본인들에게 역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결혼해도 남편과 성이 다르면 호적상의 문제나 그 밖의 서류 상의 문제로 불편한 점이 없냐는 것이었다. 일본은 부부 별성을 허용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이 닥칠 것을 대비해서 성을 통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은 남편의 성을 따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여자의 성을 따르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한다. 누구의 성을 따르는 가는 다르지만, 한 쪽으로 통일하려는 경향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또, 국제 결혼을 하는 경우는 어떻게 되느냐고 묻기도 한다. 주변의 국제 결혼 커플을 보면 일본 부부와는 달리 부부 별성을 쓰는 경우가 많기는 하나 정확한 수치는 잘 모르겠다.

부부가 결혼을 해도 성이 바뀌지 않는 것이 당연한 나에게는 결혼을 통해서 하나의 성으로 통일을 하는 일본인의 문화가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부부 별성을 쓰는 내가 어색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